저녁을 먹은 뒤,
마땅히 할 일이 없어 컴퓨터 앞에 앉아 있기도 했지만, 재미있는 것도 없고 해서 또 멀거니 앉아 있다가 군산의 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다.
어이!(그의 전화 받는 투가 이렇다.)
뭐해?
응, 술 한 잔 마시고 누워 있어.(혼자 사는 그도, 아마 TV를 보는지 뭔가 그런 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맨날 술이야?
나이만 먹고, 사는 게 그래. 재미도 없고......
누군, 뭐 맨날 신나서 사나?
그래도, 벌어놓은 돈도 없고 이제 늙어가기만 해서 마음이 그래...... 하다간, 근데, 저녁은 먹었어? 하고 그가 물어왔다.
지금이 몇 신데, 당연히 먹었지!
근데, 요즘엔 뭘 먹고 살아?(그는 가끔 '반찬'에 대해 물어오곤 한다.)
글쎄, 뭐.. 김치 먹고 살지......
무슨 김치?
지금, 애들 놀이처럼 '개구리 반찬' 물어보는 거야?
하 하 하...
글쎄, 요즘엔 '무청 김치'를 먹지.
그 김치가 있어?
형수님이 보내 준 거.
아, 그렇구나! 형수님이 있어서 얼마나 좋아?
물론, 고맙지! 더구나 내가 젤로 좋아하는 김치가 그거 거든. 앞으로 김장김치가 올 때까지는 먹을 거라 걱정 없어.
아, 내가 아는 사람한테 '꼴뚜기 젓갈'을 물어 보니, 집에서 담근 건 구하기가 쉽지 않다던데?
그럴 거야. 요즘에 누가 옛날 방식으로 그 젓갈을 담겠어? 게다가 요즘 내가 혈압이 높아진다는데, 짠 거 먹어봤자 좋을 일 없으니.. 그런 거 너무 신경 쓰지 마! 그냥 해 본 소리니까. 하고 내가 말했던 건, 언젠가 내가 그에게(섬 출신이라) 그 젓갈 좀 구해서 보내달라는 부탁을 했기 때문이다.(사서 보내지 말고, 옛날 방식으로 집에서 담근 걸로 해달라고 특별히 부탁을 했었다.) 그런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세 끼를 무청김치로만 때워? 하고 그가 다시 물어왔다.
아니, 왜 이렇게 반찬 얘기만 잡고 늘어져? 하고 핀잔을 준 다음, 난 점심만 밥을 먹으니까, 점심에만......
아, 아침은 고구마 먹는다고 했던가? 고구마는 있어?
거의 떨어져 가는데, 아직 며칠 먹을 건 있어.
그럼, 저녁은? 하고 또 물어왔다.
그냥, 이런 저런 걸로 때워...... 했지만, 마땅히 그에게 오늘 저녁 먹은 걸 설명하기가 애매했고, 또 설명한다 해도 그가 이해할 것도 아니라서, 아무튼 나는 식사를 건너 뛰지는 않으니까 이렇게 살아가는 거지, 안 그래? 하고 오히려 내가 물었더니,
허긴, 문이는(나) 요리를 잘 하니까 직접 해서 먹을 테지만... 나는 이빨이 좋질 않아서, 오늘은 두부를 사다가 김치에다 싸서 막걸리 한 잔 하는 걸로 저녁을 때웠네.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치과를 가야 하는데 경황이 없어서 못 가고...... 하는 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일상적인 얘기를 하다, 그에게 다른 곳에서 전화가 오는 것 같아 통화를 끝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글쎄, 내가 오늘 저녁 먹은 걸 그에게 설명을 한다 해도, 그가 알기를 할까, 이해를 할까...... 하는,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라고는 해도,
이렇게 식생활마저 다르다 보니, 그런 세세한 대화 같은 걸 나눌 수조차 없다는 게 좀 스산하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더구나 오늘은 저녁을 먹으면서,
내 저녁 식사라는 것이...... 하면서, 그저 일도 없이 찍어두었던 사진이 있었기에,
그에 대한 설명(?)을 (이 까페에)하기로 한다.
오늘 저녁 식사
저녁 5시가 넘어가면서,
뉴스를 보다가 그 뒤로 이어지는 '동물의 왕국'을 보면서는,
저녁을 뭘로 해야 한다지? 하다간,
냉장고 안에 토마토 큰 게 있어서(지금도 그보다 조금 작은 두어 개가 남아 있다.), 오이도 있어서,
샐러드를 해 먹지! 하면서, 역시 냉장고 안에 있던 '밀가루 반죽'(그저께 해두었던) 한 조금을 떼어 주물주물 납작하게 만들어 '에어 프라이어'에 넣어 굽기 시작했다.
그런 뒤, 바로 토마토를 자르고 오이도 손 본 뒤, 양파도 좀 곁들여, 최후로 남아 있던 '치즈' 한 조각까지. 굳이 '스페인 식'이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스페인 식이 밑바탕이 된 메뉴라고 볼 수 있다.(스페인도 요즘엔 저렇게 빵을 직접 구워서 먹지는 않는다.)
그렇게, 15분 만에(빵이 구워지는 시간) 저녁 상이 차려졌고,(샐러드는 재료만 있으면 그 시간이면 하고도 남는다.)
그걸로 저녁을 먹었었다.(사진)
어제는?
글 작업을 하느라 시간이 애매해서, 라면에 떡을 조금 넣어 '떡라면'을 끓여 먹은 걸로 저녁을 때웠고.
어떤 때는, 가래떡을 구워 먹기도 하고, 삶은 달걀이 있으면 그걸 이용해(감자가 있으면 감자도 삶고, 샐러드에 응용을 하기도 하고), 비빔국수거나 수제비를 해 먹기도 하고......
내 저녁 식사는,
상황에 따라, 그렇지만 밥이 아닌, '분식' 등 다른 (어찌 보면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걸로 때우는 식이다.
첫댓글 내 경우도 고창에서 혼자 지잴 때는 먹는 것에 별로 신경을 쓰지 못합니다.
한계가 있지 않습니까?
안 먹을 수도 없고, 먹자니 마땅치 않고.
아내와 함께 있을 때는 그래도 잘 챙겨주어 살이 찝니다.
그러게 부부로 사시는 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