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 10월 15일 쿠바에서 태어난 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는 세 살 때 부모의 고향인 이탈리아로 이주해 성장하였다. 농학자인 아버지 마리오 칼비노(Mario Calvino)와 식물학자인 어머니 에바 마멜리(Eva Mameli)의 영향으로 자연과 밀접한 환경에서 자라며, 1941년 토리노대학교 농학부에 입학했다. 그러나 1944년 제2차 세계대전으로 독일에 점령당한 이탈리아의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면서, 가리발디 제2공격대로 알프스 산악지대의 전투에 참전하게 되었다. 종전 후 1945년 이탈리아공산당(PCI : Partito Comunista Italiano)에 가입했으며, 1947년 토리노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한 뒤 공산당 기관지 <루니타(L'Unita)>의 편집자로 근무하였다.
이탈로 칼비노는 1947년 첫 장편소설 <거미집 속의 오솔길(Il sentiero dei nidi di ragno)>을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 그해 리치오네 문학상을 수상했다. 자신의 레지스탕스 시절 경험을 토대로 한 작품으로, 어린아이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전쟁의 참상을 다룬 네오리얼리즘(neo-realism : 신사실주의) 소설이다. 그는 주로 현실 고발적 참여문학을 지향했으나, 1956년 소련의 헝가리 침공 후 이듬해 소련 공산당 20차 국제회의를 통해 공산주의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며 1957년 PCI에서 탈퇴하였다.
이후 이탈로 칼비노는 신사실주의적 작품에서 벗어나 이탈리아 민담을 소재로 한 <이탈리아 동화집(Fiabe Italiane)>(1956)을 출간했다. 이로써 공상적ㆍ환상적인 수법으로 동화적인 세계를 구축하면서 점차 '마술적 사실주의(magical realism)'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상상적 세계에 반영된 패러디 요소를 통해 독특한 우화소설을 만들어 내며 포스트모더니즘적 '메타소설(metafiction)'의 영역을 확보해 나갔다. 이러한 경향은 1960년 출간된 <우리의 선조들(I nostri antenati)> 3부작에서 본격적으로 구체화되었는데, 17~18세기 중세를 배경으로 환상적인 이야기 속에 숨겨진 철학적 알레고리를 담고 있다.
1부 <반쪼가리 자작(Il visconte dimezzato)>(1952)은 전쟁 중에 포격으로 조각난 몸을 반쪽으로 이어 붙인 자작(子爵)의 이야기로, '악'으로만 된 반쪽과 '선'으로만 이루어진 반쪽이 충돌하는 세계를 그려 냈다. 2부 <나무 위의 남작(Il Barone Rampante)>(1957)은 권위적인 집안에서 뛰쳐나온 12세 소년이 평생 동안 나무 위에서 살아가며, 한 시대를 관통하는 역사적ㆍ사회적 사건들을 관찰자적 입장에서 조망하게 되는 내용이다. 1957년 비아레지오 문학상을 수상했다. 3부 <존재하지 않는 기사(Il cavaliere inesistente)>(1959)에서는 실체 없이 존재하려는 의식만으로 빈 갑옷에 머무는 기사, 존재한다는 인식 없이 살아 움직이는 하인, 실존하고 있지만 빈 갑옷의 기사라는 허구의 존재를 사랑하는 여기사, 일어날 수 없는 사건으로 세상에 태어나면서 존재를 증명하고 싶은 청년 등 인간의 존재에 대한 고뇌를 상징적 인물들로 형상화하고 있다. 1959년 바구타 문학상 수상작이다.
한편 PCI에서 활동하며 이탈리아 문단의 거장 체사레 파베세(Cesare Pavese, 1908~1950), 전위적 작가 엘리오 비토리니(Elio Vittorini, 1908~1966) 등과 교류했던 이탈로 칼비노는 좌익 월간지 <일 메나보 디 레테라투라(Il Menabo di letteratura)>(1959~1966)를 엘리오 비토리니와 함께 발행하기도 했다.
그 후 1964년부터 프랑스 파리로 이주하여 작품 활동에 전념하였다. 1965년에는 공상과학적인 소재로 우주와 인류의 기원을 통찰하는 내용의 단편집 <우주 만화(Le Cosmicomiche)>를 출간하였다. 천문학적 명제를 바탕으로 기호학 및 수학의 기호들이 신화적 이미지로 쏟아져 내리는 우주공간에서 그의 환상성과 상상력은 극대화되었다. 이 작품으로 이탈로 칼비노는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동양 사상에 심취했던 그는 1972년 발표한 장편 <보이지 않는 도시들(Le citta invisibili)>을 통해, 타타르제국의 황제 쿠빌라이 칸과 베네치아 여행자 마르코 폴로가 세상의 모든 도시에 대한 단상을 나누는 이야기를 완성하게 되었다. 작품 속에서 도시는 소멸과 생성을 거듭하는 기이한 가상의 공간들로 묘사되지만, 55개의 도시를 모두 순회하고 나면 각각 현실 속 도시들의 단면을 반영하고 있는 상징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와 역사를 담아내는 '도시'의 이야기들은 공간이면서 인간이고, 또 삶이자 죽음을 반복하고 있다. 이탈로 칼비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서사적인 이야기의 구조를 따르지 않고 파편화된 단편들을 나열함으로써 거대한 세계의 유기성을 구현하며, 1972년 펠트리넬리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그리고 이탈로 칼비노는 1976년 오스트리아 정부로부터 유럽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981년에는 프랑스에서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훈하였다. 그러나 1985년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초청으로 문학 강연을 준비하다가 뇌일혈로 쓰러지면서, 1985년 9월 19일 이탈리아 시에나에서 사망했다. 그의 사후에 에세이집 <다음 천 년을 위한 6개의 메모(Sei proposte per il prossimo millennio)>(1988)를 통해 강의록이 발표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소설 읽기에 대한 메타적 소설인 <겨울밤의 나그네라면(Se una notte d'inverno un viaggiatore)>(1979), 단편집 <엇갈린 운명의 성(Il castello dei destini incrociati)>(1969)을 비롯해, 비평 에세이집 <왜 고전을 읽는가(Perche leggere I classici)>(1991) 등의 작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