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F8 2007 2 김신자
*작품해설
김광한
소풍
어린 시절 소풍 가기 전날에는 너무 기뻐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왜 그리도 기뻤는가.첫째 하기 싫은 공부 하루 빼먹는 것이 좋았고, 들째 생소한 곳을 구경하는 것이 좋았고, 세째 평소보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좋았고, 네째 소풍가는 날은 딱딱한 표정의 선생님들이 훨씬 부드러워질 것같아서 좋았던 것이다.나이가 들어서 소풍이란 말은 없어지고 대신 야유회란 말이 들어섰다. 회사 동료들과 상사들, 그리고 평소 친절하던 사람들과 하루를 보낸다는것은 여간 즐겁지 않다. 그날만큼은 사람들이 너그러워지기 때문이다. 일년에 한두 차례가 고작인 소풍과 야유회,매일처럼 소풍을 나온다면 과연 즐겁 겠는가.
왕실에서 매일 맛잇는 음식이나 먹고 하는 일없이 시종들의 호위를 받으 면서 살아가는 왕자나 공주에게 소풍이란 왕궁을 벗어나서 백성들의 삶과 잠시이 지만 어울리는 것이다.소풍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내가 사귀고 싶었던 사람 들과 어울리고 흉금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그래서 천상병이란 시인은 이 세상을 일컬어서 잠시 소풍 나온 것이라고 햇던 것 같다. *귀 천(歸天)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쓰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그렇다 그는 하늘 나라에서 살다가 이 세상에 잠깐 나와 놀다가 간것이다.그에게 소풍이란 맛잇는 음식과 좋은 경치를 구경한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 그의 부인인 목순옥 여사와 한 세상을 꾸려가던 일이었던 것이다.그는 이 세상에서 잠간 놀다가 다시 하늘로 올라간 것이리라.그는 이 세상 소풍을 마치고 지금쯤 하늘로 올라가서 하늘을 다스리는 하느님, 아니면 부처님이나 예수님에게 지상에서의 삶에 대해 이야 기를 나누면서 깔깔 거리고 웃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어디에선가에서부터 온 것이다.이 지상을 소풍처로 알고 잇는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항상 웃음이 감돌고 있고 여유가 있지만 이 세상을 자기 세상이라고 욕심을 내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평화가 없다. 오직 번득이는 욕망의 험헌 눈망울만 베아링 돌아가듯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생전에 천상병은 조그만 것에 만족을 가졌던 사람이다. 돈은 천원, 술은 막걸리 한병, 더 많이 마시고 더 많은 돈이 그에게는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어른들과 논 것이 아니라 동네 꼬마들과 어울려서 하루 온종일 술레잡기를 하면서 놀았다. 그는 어린 아이가 되었던 것이다.사람들은 이런 그를 돌았다고 했고 시인들은 그의 시를 초등학교 학생들이나 쓰는 시라고 폄하를 했다. 그리고 제법 돈푼께나 있는 가진자 들은 그이 가난을 비웃었다. 그러나 그를 비웃던 사람도 이 세상에서 물러나고 그를 시인취급하지 않았던 시인들도 또한 물러났다.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은 그리 오래 살지 못하는 것이기에 잠시 있다가 가는 것이다. 그것을 소풍온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과 달팽이 처럼 이 세상에 늘어붙어서 온갖 잡된 것에 마음을 팔다가 생각과 같지 않게 세상을 물러나는 사람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천상병 시인은 이 세상에 잠시 소풍을 왔었기에 여유가 있었고 웃음이 천진난만했다. 그는 마음의 부자였던 것이다.천상병 시인이 쓴 귀천이란 시는 세상을 각박하게 살아 가는 사람들에게 좋은 인생의 교훈으로 남을 것이고 그의 시는 시라는 장르가 살아 있는 동안 영원히 우리의 곁에 있을 것이다. 그는 소풍을 나와 잠시 속세에서 머물다 갔지만 그가 사람들에게 남긴 것은 욕심을 버리고 어린이처럼 살아가는 것이 바로 천국이라는 교훈을 남기고 간것이다. 소풍이란 아무리 맛이있고 좋은 경치가 있어도 정작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것은 좋은 소풍이 아니다.이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소풍을 나왔다면 우리 는 그들 모두에게 좋은 소풍객이 되어주어야한다는 것,
그것이 김신자 화백이 자신의 그림을 통해 표현한 생각이자 사상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다. 그림이 매우 천진난만한 것은 작가의 마음이 그렇기 때문이다.소풍 온 기분으로 그림 을 그리고 소풍온 마음으로 하루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힘든 작업도 기쁜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