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우상화에 속도...‘수령’ 호칭 올해 26회로 급증
서울-홍승욱 hongs@rfa.org
2023.08.17
김정은에 대한 '수령' 호칭 연도별 빈도 [통일부 제공]
/연합뉴스
00:00/05:19
앵커: 북한 내에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에게 ‘수령’ 호칭을 쓰는 횟수가 급증하는 등 우상화에 속도가 붙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17일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북한 관영매체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를 ‘수령’이라고 부른 것은 모두 26차례입니다.
북한에서 김씨 일가를 우상화할 때 ‘수령’ 칭호를 쓰는 점을 감안하면 당국이 김정은 우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정은에 대한 수령 호칭은 지난 2018년 1월 10일 제8차 당대회 이후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으로는 2020년에 4차례에서 이듬해인 2021년 16차례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23차례, 올해는 일곱 달 만에 지난해 사용 횟수를 넘어섰습니다.
수령 호칭 앞에는 ‘인민의’, ‘걸출한’, ‘탁월한’ 등의 수식어 뿐 아니라 김일성과 마찬가지로 ‘위대한 수령’이라는 표현도 쓰였습니다.
만 40살이 되지 않은 김정은을 ‘아버지’로 부르는 대상이 아동에서 지난해 말 청년으로 확대된 것도 우상화 강화 기조에 따른 것이란 분석입니다.
‘김정은조선’과 ‘김정은주의’ 등의 표현도 각각 지난 2017년과 2021년 등장한 이래 지속적으로 쓰이면서 이름을 내세운 이념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열병식과 장례식, 공연, 현지지도 현장에서 김정은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부각하는 경향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17일 “김정은 집권 초기에는 우상화에 적극적이지 않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그 기조가 뚜렷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공개활동은 예년에 비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김정은의 올해 공개활동은 지금까지 모두 57차례, 상반기에는 32차례로 과거 평균인 62차례의 절반 수준입니다.
군사 분야 공개활동은 모두 30회로 공개활동의 과반을 차지했고, 경제 분야에서는 4차례에 그친 것과 관련해 통일부는 내세울 만한 실적이 없는 현 상황 때문일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인사와 관련해선 김정은 총비서가 군사·보위 부문에서 이른바 ‘회전문’ 식으로 소수 인사만 계속 기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리병철 당 비서, 강순남 국방상, 리영길 총참모장, 리태섭 사회안전상, 오일정 당 민방위부장 등이 보직을 바꿔가며 군사·보위 부문의 핵심을 구성하고 있다”면서 “충성심이 검증된 소수의 인사만을 군사·보위 부문에 돌려쓰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특정 지위에서 세력을 형성하거나 고착화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북한 내 식품가격은 코로나 사태 전보다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는데, 2019년 1분기와 비교하면 밀가루 가격은 445%, 감자는 87% 상승했습니다.
북한의 일반적인 가정이 코로나 봉쇄 전과 같은 식품을 구입한다고 가정하면 엥겔지수, 즉 한 가정의 총 지출 가운데 식료품 구입과 외식이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한 값이 2019년 1분기 58%에서 올해 1분기 94%로 급등합니다.
쌀과 밀가루 등 주식으로만 한정해서 산출한 엥겔지수도 49%에서 75%로 상승하는데, 북한 주민들이 다른 생활비를 줄이려 할 정도로 식량 사정이 악화됐고 특히 중산층 가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따른 대중국 교역 의존도는 지난해 96.7%를 기록했습니다.
중국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몽골, 미얀마(버마)도 2011~2019년 의존도가 각각 61.5%, 32.5%에 그친 것과 비교할 때 월등히 높은 수치로, 90%가 넘는 나라는 북한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제가 악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평균 야간 조도는 지난 4~5년 동안 계속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야간작업이 필요한 지역에 전력을 우선 배분했거나 전력사정이 좋아졌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또 주요 시설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야간 조명을 개선했거나 수출용 석탄을 내수로 돌려 전력 공급량을 늘렸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북한이 자진 월북한 미군 병사가 인종차별에 시달려왔다는 중간조사결과를 지난 16일 발표한 것과 관련해서는, 북한 내 인권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대응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해당 사건을 매우 유용한 수단으로 보고 있으며, 단시일 안에 결론을 내지 않은 채 필요에 따라 장기간 활용하려 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