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명시선 시 작품 - 유치환 시인

[황유성(서울)]

유치환 시인 프로필

유치환 시인(1908년 ~ 1967년) 호는 청마(靑馬). 경남 충무(忠武) 출생. 연희 전문 문과 수업. 일제시대 만주에서 방랑하다가 돌아와 해방 후 대구 여고ㆍ경주고를 거쳐 부산 남ㆍ여상고 교장으로 재직 중 교통 사고로 사망, 문인장으로 장례했다. 1931년 《문예 월간》지에 《정적(靜寂)》을 발표하며 데뷔, 세칭 생명파(生命派)라 불린다. 생의 추구와 개척의 태도가 허무를 초극하는 강렬한 의지에 의하여 실현하려고 하였다. 이런 정신적 자세는 인생을 본질적이고 근원적으로 탐구하는 형이상학적(形而上學的) 내용의 시로 나타났다. 따라서 개념에 충실한 나머지 시어의 조탁(彫琢)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아 때로는 생경(生硬)한 언어가 사용되는 수가 있으나 이것은 도리어 독자의 눈을 인생의 내부로 끌어들여 깊은 감동을 주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1949년 서울시 문화상ㆍ1957년 자유 문학상ㆍ1961년 예술원 공로상을 수상했다.

세월 / 유치환

끝내 올 리 없는 올 이를 기다려

여기 외따로이 열려 있는 하늘이 있어

하냥 외로운 세월이기에

나무그늘 아롱대는 뜨락에

내려앉는 참새 조찰히 그림자 빛나고

자고 일고

이렇게 아쉬이 삶을 이어감은

목숨의 보람 여기 있지 아니함이거니

먼 산에 雨氣 짙은 양이면

자욱 기어드는 안개 되창을 넘어

나의 글줄 행결 고독에 근심 배이고

끝내 올 리 없는 올 이를 기다려

외따로이 열고 사는 세월이 있어.

[이정규 (운영이사) 대구]

원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