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싱그럽다. 그 싱그러움에 여기저기 봄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양지쪽에서 먼저 피기 시작하고 곧 응달진 곳에서도 뒤따라 피어난다. 봄은 생명의 시작이다. 겨우내 잠들었던 산천초목이 기지개를 켜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마치 새 생명인 것처럼.
봄을 맞아 피기 시작하는 꽃은 햇볕을 골고루 받기 위해 이리저리 겹치게 꽃잎을 피운다. 꽃잎의 배열 이 신비롭다. 맨 먼저 피는 붓꽃은 꽃잎이 3장이고 그다음에 피는 벚꽃은 5장, 그리고 꽃봉오리를 여는 순서대로 모란은 8장, 금잔화는 13장, 과꽃은 21장, 데이지는 34장, 쑥부쟁이는 55장의 꽃잎을 요밀 조밀하게 배열한다.
가만히 살펴보면 꽃피는 순서에 따라 꽃 이파리의 숫자가 규칙적인 수열(數列)을 이루어낸다. 첫 번째인 붓꽃의 꽃잎은 3인데 여기에 그다음에 피는 벚꽃잎 숫자 5를 더하면, 그다음에 피는 모란의 꽃잎 수 8이 된다. 또 그다음에 피는 금잔화는 앞서 피어난 벚꽃(5)과 모란(8)의 꽃잎 수를 합한 13장의 꽃잎을 피운다. 이렇게 순서에 따라 과꽃은 21장, 데이지는 34장, 늦여름에 피기 시작하는 쑥부쟁이는 55장의 꽃잎을 피워 소위 ‘피보나치 수열’을 완성해낸다.
이같이 피보나치의 수열을 따라 덧셈을 하며 피고 지는 꽃은 어쩌면 수학자의 인자를 품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봄꽃에서 또 다른 교훈을 얻는다. 엄동을 이겨내며 꽃잎을 준비했다가 각자의 모습대로 피어나지만 은은한 향기로 벌 나비를 불러들여 수분이 이뤄지면 미련 없이 꽃잎을 닫는다. 소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격언으로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가 있음을 암시해준다.
화초는 혹 인간이 섭섭해 할까 하여 꽃이 진 뒤에는 더 짙푸른 이파리를 선보이며 녹음방초 승화시(綠陰芳草 勝花時 무성한 푸른 이파리가 꽃피던 시절보다 낫다, 당송팔대가의 한사람인 왕안석의 시구절) 라는 표현으로 위로해준다. 그리고는 가을바람이 불면 어느새 장만했는지 모를 결실을 보여준다. 피고 지고 맺고 흩어지는 봄꽃의 삶이 꼭 우리의 삶에 교훈삼으라는 뜻 같다.
아무러면 어떠랴.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추슬러 피어나기 시작하는 봄꽃을 찾아나서 보자. 해마다 피보나치 수열을 연습하는 자연의 질서가 새삼 돋보이는 계절의 단상이다.
첫댓글 봄이면 꽃이 무작정 피는줄 알았는데...
피보나치수열?따라
자연의 질서로 그렇게
곱게 피어나는군요.
봄과 꽃!!
많이 배우고 갑니다.
자연의 신비로움속에 숨겨진 교훈 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갑니다.
야! 봄꽃 소식이 완전 공부입니다.
쑥부쟁이 꽃잎이 55장이라니 신기 합니다.
그 작은 몸에 오 십 다섯개 꽃잎을 달았다니
올 가을에 꼭 세어 보렵니다.
크크크. 어느 식물학자의 글에서 힌트를 얻은 글입니다.
꽃잎의 장수를 외우고 계신 선생님 관찰력이 대단하시네요.
맨 바닥에서 야생화들이 봄을 알리고, 있습니다 노루귀 바람 꽃 할미꽃 등등 있으며
죽은 듯 싶은 가지에선 꽃이 피고 있는 걸 보면 정말 희망이고 기쁨 마음이 듭니다.
꽃부터 피는 나무 영춘화 산 수유 목련 개나리 진달래 등 꽃부터 피어 나더라고요.
자연은 인간의 스승이란 말을 절실히 느끼고 이해가 되었답니다.
꽃을 그리워 하며 사람들은 봄을 몹시 기다리며 설레는 마음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