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 류씨
2016.3.25.13:30, 뿌리공원 입구에서
불혹을 약간 넘긴듯한 사내가 가족과 함께 웅성거리고 있다
나 버들 류씨인데
이곳 뿌리공원에 성씨별로 돌조각상이 있다기에 찾아왔소
매표소 관리인이 뜨악한 얼굴로 되묻는다
아니, 세상에 버들 류씨도 있어요?
지나가던 나는 또 또 쓸 데 없는 참견 잔소리
성씨는 일반적인 훈으로 말하지 않고 본관으로 구분합니다.
예컨대 김씨를 쇠 김씨, 이씨를 오얏 리씨라 않지요
김해 김씨, 안동 김씨, 전주 이씨 광주 이씨 이런 식으로 말합니다
본관은 시조 할아버지가 사시던 고향 즉 지명을 말하고요
버들 류자를 쓰는 성씨는 진주 류씨 고흥 류씨도 있으나
대개 문화 류씨가 많으니 문화 류씨 석비를 찾아보세요
요즈음같이 뒤죽박죽 엉망진창인 세상에
아이들에게 조상의 뿌리를 보여주려고 오셨으니 정말 장하십니다
그러나 무안을 당했다고 생각하는지 사내는 뻘쭘한 얼굴이다
나는 감사까지 기대하지 않았기에 말 없이 돌아 서서
만성교를 넘어 오리배 선착장 앞 수원 백씨 비석에 다다랐다
묵언 참배 후 반쯤 벙글어진 목련나무 밑에서 고즈넉한 휴식
주변 돌틈 포근한 봄볕에 파릇파릇 새싹이 제법 돋았다
그때 머리를 딱 때리는 회한
그래 그래 저 풀들은 본관이네 성씨네 이런 따위 신경 안 쓰고
저렇게 싱싱하게 잘만 살아가는데
어찌하여 우리 인간은 허울 뿐인 이름에 이다지도 집착할꼬
풀 한 포기보다도 못한 나는 일부러 남을 가르치려고까지 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