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주는 할아버지한테 물려받았구나." 볏짚 공예품 공모전 당선 소식에 큰이모가 한 말이었다. 젊은 시절 할아버지는 손재주가 좋아 짚이며 나무를 살뜰히 거둬 생활 용구를 만들었다고 한다. 생전에 볏짚 꼬는 재주로 상을 탄 손녀를 봤다면 참 별일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박물관에서 볏짚으로 만든 짚둥우리를 보고 짚공예에 빠졌다. 농부의 생활이 담긴 그 투박함이 푸근했다. 아직 남아 있는 기술이라도 익혀 짚이 잊히지 않고 귀한 대접을 받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과거 볏짚은 흔하긴 했지만 보잘것없진 않았다. 귀천을 따지지 않고 의식주 모든 곳에 공기처럼 함께했다. 조상들은 땅을 일궈 곡식을 얻고, 농한기에는 부지런히 짚을 비비고 꼬아 망태, 도롱이, 짚신 등 여러 물건을 만들었다. 흙에 짚을 섞어 벽을 만들고 키 큰 짚으로는 지붕을 올리기도 했다.
짚은 곡식을 품는 신성한 몸체로 여겨져 민간 신앙에도 쓰였다. 산모 방에 볏단 한 묶음을 놓고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빈 다음, 깨끗한 것을 골라 깔고 분만했다. 태반은 잘 싸서 짚불에 태우거나 개울에 흘려보냈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함께였다. 망자를 멍석에 말아 묻기도 하고 불에 탄 묘는 조상님이 놀라지 않도록 짚으로 덮었다. 이 땅의 농민은 볏짚 위에서 태어나 볏짚과 더불어 살다 볏짚과 함께 땅으로 돌아갔다.
볏짚은 곧 그 시절의 고단함이라 옛날 사람들은 짚 세공 기술을 귀한 재주로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볏짚이 귀한 대접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은 이 땅을 일구고 지켜온 사람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이자, 내 손이 나이 들어 볏짚처럼 바스락거릴 때까지 짚을 만지며 살고 싶다는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