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최고, 세계의 꼴찌 (Best in Asia, worst in the world)
조금 오래 된 기사입니다. 그러나 충분히 지금도 우리에게 교훈을 주는 글입니다.
Simon Kuper
지난번 거스 히딩크가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을 만났을 때 그는 한국을 5-0으로 격파했다. 1998년 마르세이유의 뜨겁던 밤, 그의 네덜란드팀은 지나치게 흥분한 한국 수비진 사이의 빈 공간을 유린했다.
'그들에겐 악몽이었다' 히딩크는 웃었다. 이제 그는 한국팀을 맡았고, 아마도 그 자리에 가장 완벽하게 들어맞는 인물인지 모른다. 우리는 동부 네덜란드의 숲 속에, 히딩크의 어릴 때 살던 Achterhoek의 집에서 몇마일 떨어진 곳에 있다.
그러나 이제, 교사의 아들이었던 히딩크는 할리 데이빗슨 오토바이에 앉아 좁은 길을 질주하고 있지 않다. 그는 호텔에 앉아 한국인들을 유럽에 안내하고 있다. 잉글랜드를 서포트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면, 한국을 서포트하는 것은 지독한 일이다.
한국은 지난 4번의 월드컵에 출전해서 1승도 올리지 못했다. 아시아에서는 최고이지만 세계에서는 꼴찌였다. 큰 문제는 지역에 있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홍콩이나 말레이시아 같은 팀과 경기를 갖고 그들을 대파하며 월드컵에 대비해 왔다. 그리고 그것은 언제나 아무 쓸데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히딩크는 이번엔 '강한 나라'(그리고 한국이 4-1로 격파한 스코틀랜드)들과 싸우며 워밍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히딩크는 요한 크루이프나 루이스 판 갈 등 같은 네덜란드 사람들보다 훨씬 정상적인 사람이다. 그는 축구 혁명가는 아니지만 빈틈없는 코치이다. 한때 콧수염을 기르고 흰 축구화를 신은, 미국리그 워싱턴 팀의 플레이메이커였던 그는, PSV 아인트호벤을 1988년 유럽컵에 진출시켰고, 레알 마드리드, 발렌시아, 그리고 네덜란드 팀을 지휘했다.
히딩크는 전술에 대해 아주 깊이 생각하며, 그다지 권위적이지 않은 스타일이다. 비록 1998년 월드컵때 네덜란드의 스트라이커였던 지미 플로이드 하셀베인크가 식사시간에 야구모자를 쓰고 나타나자 그것을 벗도록 하긴 했지만 말이다.
'한국 선수들은 모두 대담한 선수들이지만, 한 팀으로 뛰는 것을 지금까지 배운 적이 없다'고 그는 이야기한다. 한국 리그를 그는 어떻게 평가할까? '나는 일본 리그가 한국보다는 조금 어렵고 빠르다고 생각한다.'
일본 선수들이 J리그가 한참 뛰어나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후한 평가이다. 그러면 한국 리그는 얼마나 인기가 좋을까? '한국은 대표팀의 나라다. 경기가 있을 때마다 관중석은 꽉꽉 들어찬다. 6만석이 있으면 6만명이 온다. 대표팀은 엄청난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클럽들은 별로 주목받지 못한다.' 오직 몇몇 선수들만이 유럽에서 뛴다. 오스트리아, 벨기에, 그리고 독일의 2부리그에서.
다른 말로 한국 선수들은 세계 최고수준의 축구 경험이 전무하다는 뜻이다. 한국인들은 그러나 그것을 별로 개의치 않는다. 일본을 격파하는 것만이 그들의 관심사이다. 히딩크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세계축구에서 유리되어 있다는 것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이 거의 아무도 없다는 점에서도 나타난다고 한다.
'나는 한국 티비에서 영국리그나 다른 나라 경기를 보려고 했지만,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신문기자들은 한국리그의 기준에 맞춰서 글을 쓰고 나는 그것에 대해 기자들과 자주 싸운다. "유럽을 봐라. 그들이 어떻게 플레이하고 그쪽 기자들이 어떻게 하는지를 봐라. 훨씬 날카롭고, 때로는 개인적 공격까지도 한다."'
히딩크는 이번 월드컵에서 언론으로부터 더 많은 비판을 갈망하는 유일한 감독일 것이다. 그의 노력이 최근 결실을 보는 것도 같다. 한국 신문들은 최근에 그가 팀 닥터를 때렸다고 보도했다. (아마 여기엔 치유되지 않는 어릴적의 노이로제가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번 월드컵 네덜란드에서 히딩크는 선수들보다는 주로 의사들과 더 싸웠다.)
히딩크는 한국 선수들을 더 전투적으로 만드려 한다. 선수들의 이름을 외우고(대부분은 '박' 혹은 '리'라고 그는 투덜댄다), 그리고 선수들을 구분할 수 있게 되자마자, 히딩크는 그들을 네덜란드식으로 만드는 일에 착수했다. 크루이프는 언젠가 자기가 입만 열면 네덜란드 선수들은 '네, 하지만..'이라고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다르다. '노예근성이라고 하면 심한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비슷한 것을 가지고 있다. 지도자가 이야기하면 우리는 무조건 따른다는 것이다. 그들은 "나는 병사다. 지시받은대로 한다"는 생각에 익숙해 있다. 팀을 성숙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
그는 선수들이 필드에서 더 모험적이 되기를 원한다. 미드필드로 나오는 센터백이나 뒤로 처지는 스트라이커나... '그러나, 이런 건 문화적인 것과 관련되어 있는데, 그들은 항상 체면을 중시한다. 그래서 아주 조심스럽게 플레이해서 실수하지 않으려고 한다' 히딩크가 개인적으로 튀는 것을 얼마나 원했는지, 선수 중 한 명이 홍콩에서 야구모자를 쓰고 몰래 호텔을 빠져나갔을 때 그는 기뻐했다. 다음날 그는 단지 그게 누구였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범인을 찾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통역이 말했다. '그거 저였는데요.' 히딩크는 실망했다.
그러나 사정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한국 축구 선수들은 네덜란드 선수들과는 달리 절대로 지루해하지 않는다. 히딩크는 가미가제 액션, 6번 레드카드를 먹을 만한 날라차기에 대해 이야기해 왔다.
그가 몇 년간 준비시킨 팀 중에 가지고 있는 잠재력보다 실력을 발휘 못했던 팀은 없었다. 일방적인 관중들 앞에서, 그리고 폴란드나 미국을 상대로 해서, 올해는 분명히 한국의 해가 될 것이다. 그들은 월드컵 게임에 이길 것이다.
첫댓글 아놔 딩크옹만 생각해도 완전 덜덜덜 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