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니스트 주영이 말하는 '진짜 경제'
"재정 도그마·부자 감세는 무당 경제학"
"대충 생각하다가 후진국 전락 시간문제"
" 사실 그대로 봐야 경제 실책 피할 수 있어"
"경제도 정치도 자본이 아닌 사람을 향해야"
행동경제학의 아버지 대니얼 카너먼의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에 따르면 사람의 생각에는 두 가지 시스템이 작동한다고 한다. ‘깊이 생각하기’와 ‘대충 생각하기’ 시스템이다. 둘은 각기 쓰임새가 다르다. 예를 들어 ‘1+1=?’ 이런 단순한 질문에는 ‘대충 생각하기’ 시스템이 나서고, ‘긴급재난지원금과 재정건전성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가?’ 이런 복잡한 질문에는 ‘깊이 생각하기’ 시스템이 나선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본능적으로 ‘대충 생각하기’ 시스템을 선호한다. 우리 뇌도 휴식이 필요하다. 우리 뇌는 본능적으로 생존을 위해 복잡한 생각의 과정을 건너뛰고 대충 찍어 생각하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우리 뇌의 이런 습관을 행동경제학에서는 ‘휴리스틱’이라 부른다. 골치 아픈 복잡한 문제가 닥치면 본능적으로 우리 뇌는 대충 찍어 생각해버리는 ‘휴리스틱’이 작동한다는 것이다.
주영 경제칼럼니스트의 신작 '경제신문이 말하지 않는 경제 이야기'
‘휴리스틱’의 오류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대표적 사건이 있다. 바로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이다. 2016년 6월, 영국은 유럽연합(EU) 탈퇴를 국민투표로 결정했다. 즉 영국 국민 스스로 EU 탈퇴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정말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졌다. 영국 국민 스스로 브렉시트를 결정한 날, 구글에서 영국 국민이 가장 많이 검색했던 문장이 바로 “What does it mean to leave the EU?(EU 탈퇴가 무슨 뜻이지?)”였다. 많은 영국 국민이 ‘브렉시트’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EU에서 탈퇴하겠다는 투표를 했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들이 벌어졌을까?
마가렛 대처 이후 영국 경제는 대처리즘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가 맹위를 떨치면서 경제성장은 멈췄고, 중산층은 몰락해 갔으며, 경제적 불평등은 갈수록 커져만 갔다. 상위 10%를 제외한 90% 영국 시민들의 생활이 이전에 비해 크게 나빠졌고 심지어 이혼율이 증가하면서 가족이 해체되는 등 사회 전체가 붕괴될 징후까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그런데도 영국의 주요 언론과 보수 정치세력은 그 이유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숨기고 중동과 아프리카 난민이 몰려와 서민들의 일자리를 뺏어갔기 때문이라 선동하기 바빴다. EU를 탈퇴하면 중동과 아프리카 난민의 이주를 막을 수 있고 그들로부터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선정적 선동은 ‘깊이 생각하기’ 시스템을 차단했다. 오히려 대충 찍어 생각해버리는 ‘휴리스틱’이 작동되면서 그들의 선정적 선동은 확증편향으로 굳어지며 난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더욱 커졌다. 결국 ‘휴리스틱’의 오류가 영국 국민 스스로 브렉시트 결정을 하게 만든 것이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 경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몰락했다. 영국 경제성장률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고 2022년 2분기까지 GDP가 5.5%나 감소했으며 금융회사 430여 개, 금융자산이 무려 1조 파운드가 영국 밖으로 빠져나갔다. 한 마디로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를 나락으로 끌고 간 것이다. 지금 영국 사회에 ‘브레그렛(Bregret)’이라는 말이 다시 유행하고 있다. 브렉시트와 후회(Regret)의 합성어로 약 60%에 가까운 영국 국민이 브렉시트를 후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영국 경제사를 통틀어 가장 아둔한 결정 첫 번째로 브렉시트를 뽑고 있는 이유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정도 영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사회에 매우 중요하고 민감한 경제 이슈들이 많이 있다. 사회적 합의가 매우 시급한, 더는 미룰 수 없는 문제들이다. 그런데도 실체적 진실을 알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정파적이고 이념적이고 선정적인 문구가 진실을 가린다. 숫자나 데이터를 왜곡하고 과장해서 해석한다. 그 해석을 언론은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한다. 덧칠에 덧칠을 더해 이제는 뭐가 본질인지, 뭐가 진실인지 알 수도 없다.
‘무당 경제학’이라 불리는, 근거 없는 슬로건에 불과한 ‘낙수효과’에 대한 맹신, 최저임금 논란, 재정 도그마에 빠진 재정건전성 논란, 부자 감세 논란,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 등 수없이 많은 경제 문제들이 그렇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등 참석 의원들이 2022년 9월 서울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초부자감세 저지', '민생예산 확대' 등의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9.22. 연합뉴스
휴리스틱의 빈틈을 파고들어 사실을 왜곡하고 문제의 본질을 비튼다면 우리 경제는 단 한 걸음도 앞으로 갈 수 없다. 경제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 오류를 바로잡고 강점은 발전시킬 수 있다. 정면으로 부딪히고 싶었다. 휴리스틱의 오류를 걷어내고 깊이 박혀 있는 오해를 뽑아내고 싶었다. 적어도 이 땅에 브렉시트 같은 결정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절박한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우리 아들내미, 딸내미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은 지금보다는 더 나은 세상이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한 순간에 눈 떠보니 후진국이라는 조롱을 받고 있는 슬픈 오늘을 제대로 성찰해 보겠다는 각오로 이 책을 썼다.
이 책이 경제 책이긴 하지만 좋은 투자 상품, 투자전략을 소개하며 당장에 돈 버는 방법을 일러주진 않는다. 하지만 경제신문은 말하지 않는, 사람의 얼굴을 지닌, 사람을 향하는 따뜻한 자본주의의 모습을 일상의 이야기처럼 가볍게 풀어내려 노력했다. 이 책이 우리 대한민국이 다 함께 잘 사는 진짜 민주공화국으로 가는 길, 그 길로 안내하는 반짝이는 북극성 같은 길잡이가 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경제도 정치도, 자본이 아닌 사람을 향해야 한다.
출처 : ‘경제신문이 말하지 않는 경제이야기’ < 경제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첫댓글 눈 떠보니 선진국(문재인) 이었는데,
눈 감으니 후진국으로 광속 이탈하였네요.
불과 2년도 안 된 시간에~~
최배근 님이 말씀하셨죠.
정치를 외면한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교요.
윤정부는 잘못 채운 단추를 계속 이어가다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 섰고요.
암울하고 참담한 시기입니다.
우리 국민들을 냄비에 비유한 이유겠죠.
선전선동과 세뇌 , 쏠림 현상으로 확 끓었다가 빨리 식는 거요.
이성과 깊이 생각하기가 없죠.
오직, 휴리스틱 !!.
정치언론, 정치검사,정치판사가 판 치니...
가짜 뉴스라고 밀어 부치면 되고요.
올바른 정보를 일반인들이 구별을 못하겠네요.
띠아모님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