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건은 잠실 그라운드도 슬픔에 잠기게 했다. 선수들과 감독은 '나라에 큰 일이 생겼는데, 경기 스케줄을 일시적으로 중단해도 좋지 않겠냐'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그간 해외의 사례는 어땠는지 살펴봤다.
롯데-두산전을 앞둔 18일 잠실구장. 두산 홍성흔은 평소와 달리 웃음기 적은 모습으로 훈련에 임했다. 늘 밝았던 그도 나라가 슬픔에 잠긴 요즘, 마냥 기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홍성흔은 "지난 15일에 대구 삼성전에서 홈런을 치고 내가 눈치없이 '턱 세레모니'를 했다. 우리는 경기장에 일찍 나오기 때문에 그 전에 숙소에서 TV를 봤을 때는 전원 구조라는 얘기를 들어서 사실 큰 일이 아닌지 알았다"면서 "경기 끝나고 휴대폰을 봤는데, 화리 엄마가 '나라에 큰 일이 있는데, 왜 웃으면서 세레모니를 하냐. 그건 좀 아닌 것 같다'라고 문자를 보냈더라. 그래서 아차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홍성흔은 경기 후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이번 일로 많은 분들이 상심을 하신 걸로 안다. 다들 힘내시길 바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성흔은 세월호 참사가 마냥 남일 같지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안타깝다. 자식을 둔 아빠로서 너무 가슴 아픈 일이다. 정말로 기적이 일어나길 바랄 뿐이다. 많은 생존자분들이 발견되길 바라고 있다"면서 "모든 신께 부탁한다고 이야기를 할 정도로 생존자들이 많이 살아남을 수 있게 매일 기도를 하고 있다"고 침통해 했다. 이어 그는 "이럴 땐 야구도 경기를 잠시 중단하는 것이 맞이 않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도 경기를 뛰면서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고 덧붙였다.
이는 김시진 롯데 감독의 생각도 같았다. 김 감독은 "나라가 슬픔에 빠졌다. '우리도 경기를 잠시 중단하는 것이 어떻겠냐'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프로야구 경기 일정을 조율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생각은 어떨까. KBO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우리도 마음은 굴뚝같지만, 올해는 국제대회도 있기 때문에 일정을 맞추기가 힘들다. 지난해까지 평균적으로 한 해에 야구가 60경기 정도 밀린다. 올해도 그것을 감안하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128경기라는 장기레이스를 펼치는 야구의 경우 기상 관련한 문제가 아니라면, 사실상 경기를 취소시키는 일이 쉽지는 않다.
그렇다면 해외는 어떨까.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을 당시, 일본은 센트럴리그 개막전을 정상적으로 치렀다. 대신 이벤트를 간소화하고, 최대한 조용히 경기를 진행했다. 일본야구기구에서 '야구로 인해 동일본 대지진 피해를 입은 분들이 희망을 보길 바란다'를 의도로 시즌을 정상 가동시켰다. 반대로 메이저리그는 지난 2000년 9.11테러 때 일시적으로 경기를 중단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경기장에 테러 위험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KBO 관계자는 "경기를 그대로 진행하는 대신 조용한 분위기 가운데서 경기를 치룰 수 있기를 각 구단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 응원은 물론 경기장에서 이뤄지는 각종 행사도 절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 감독도 "가슴 아픈 일이지만, 또 각자 할 일이 있으니 최선을 다해야하지 않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