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강(장강)에서 노닐기 위해 양자강으로 갑니다.
사람들은 글 읽기가 산에 노니는 것 같다고 하던데,
이제 보니 산에서 노니는 것이 독서와 같구나.
힘을 다한 뒤에 원래 자리로 스스로 내려옴이 같고,
찬찬히 얕고 깊은 곳을 모두 살펴보아야 함이 같네,
피어오르는 구름을 앉아서 바라보면, 그 묘미를 알고
행로가 근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처음을 깨닫네.
산마루 높은 절정에 오르기를 그대들에게 기대하노라.
늙고 쇠약하여 중도에 포기한 나를 아주 부끄러워하며,
讀書人說遊山似 (독서인설유산사)
今見遊山似讀書 (금견유산사독서)
,工力盡時元自下 (공력진시원자하)
淺深得處摠由渠 (심심득처총유거)
坐看雲起因知妙 (좌착운기인지묘)
行到源頭始覺初 (행도원두시각초)
絶頂高尋勉公等 (절정고심면공등)
老衰中輟愧深余 (노쇠중철괴심여)>
퇴계 이황(李滉)의 <퇴계집退溪集>에 실린
‘독서는 산에서 노니는 것과 같다(讀書如遊山)’는 시 한 편입니다.
바꾸어 말한다면
‘산에서 노니는 것은 좋은 책을 읽는 것과 같다‘는 말입니다.
산에서 놀고 강에서 놀고, 길에서 놀다 지쳐서
내일 새벽 중국의 양자강으로 떠납니다.
한강이나 낙동강보다 열배쯤 긴 강 양자강에는 얼마나
많이 숨어 있는지, 그 숨은 비경과 이야기를 찾아서 떠나는 것입니다.
작은 나라 반도를 흐르는 나라의 여러 강을 수차례씩 답사하고
책을 썼는데도 제대로 알 수가 없는데, 고작 7박 7일에
양자강을 알 수는 없을 것입니다.
“동산에 오르니 노나라가 작게 보이고,
태산에 오르니 천하가 작게 보인다.
登東山而小魯 登泰山而小天下“
공자의 말을 절절하게 실감하고 돌아올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양자강에 기대어 살았던 사람들, 그리고 지금도 살고 있는
그 사람들의 삶과 경치를 바라다보면 안개 속 같이 아스라한
사라진 역사와 문화가 보이지 않을까요?
잘 놀면서, 잘 공부하고, 돌아와
우리나라의 강에 어떤 문제점이 있고, 어떤 좋은 점이 있는지를 파악하여
지금까지보다 더 큰 사랑의 마음으로 강을 대하고,
강을 보존하는 데 일익을 담당해볼 생각입니다.
욕심 내지 않고, 강을 바라보고, 느끼고, 자연스레
수천 년의 세월을 유장하게 흐르고 흐른 양자강의 친구가 되어 노닐다가
돌아오리라 마음먹습니다.
“강을 보라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그 근원인 바다로 돌아가지 않는가?“
라고 설파한 니체의 말을 음미하고 또 음미하면서
강의 잔물결에 귀를 기울이고, 그 잔물결이 내는 소리를
훗날에도 오래오래 기억하기 위해서,
2018년 1월 17일 새벽, 수요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