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만·강혜윤 등 불자가수 모여 펼친 佛音 향연 남녀노소 모두 모여 어깨춤이 들썩 ‘야단법석’
시대가 어떻게 변하든 사람에 대한 희망을 버릴 수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사람이 곧 힘인 종교는 말할 것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불법홍포를 위한 포교의 중요성을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가운데 대중문화인 음악과 법회를 접목시켜 눈길을 끌고 있는 사찰이 있다.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천수사가 바로 그곳. 천수사 송년음악법회를 찾아가 신심나는 법회 풍경을 담아봤다. 〈편집자 주〉
겨울이라고 하기에는 날씨가 너무 포근했던 구랍 22일. 이날은 한해 중 가장 밤이 길다는 동짓날이기도 했다. 동지에는 전국 사찰에서 팥죽을 쒀 대중공양을 하고 법회를 봉행한다.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 역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구룡산 아랫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천수사(주지 지허)에서도 마찬가지로 동지법회가 봉행됐다. 하지만 이곳의 법회는 다른 여타의 사찰과는 조금 더 특색이 있다. ‘불교예술과 법회’라는 주제로 소위 음악과 법회가 접목된 음악법회가 봉행되기 때문이다.
천수사 일주문을 지나 사찰 입구에 들어서니 벌써 법회가 진행되고 있다. 자그마한 대웅전 안에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신도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법회에 참석한 신도들은 스님이 집전하는 목탁에 맞춰 일사 분란하게 절을 하고 경전을 봉독했다.
스님이 축원을 진행하는 동안 이내 신도들은 지장정근에 들어갔다. 1백여 명 남짓한 신도들의 내는 정근이라고 하기에는 소리가 너무 낭랑하고 우렁차다.
반야심경 봉독까지 마친 신도들은 음악회 준비를 위해 이내 스님 지시에 따라 빠르게 움직였다. 남성 신도는 법고를 옮기고 여성 신도는 방석으로 자리를 만들고 스님은 음향시설을 손수 들고 와 설치까지 마쳤다. 어느덧 법당은 남녀노소가 함께 자리한 야단법석의 현장이 됐다.
이날 송년음악법회에는 불교음악협회 변영규 회장을 비롯해 그간 법회에 참석했던 풍경소리 이종만 씨·찬불가 가수 최봉종·김희형 씨·동요 강사인 이민영 씨 등이 참석해 대중들에게 흥겨운 노래를 선사했다.
송년음악회는 김희형 씨가 ‘오늘은 좋은날’·‘축제’를 부르며 시작을 알렸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대전지역에서 불교합창단을 지휘하고 있는 최봉종 씨는 자신이 작곡한 찬불가인 ‘나유타’와 ‘옴마니반메훔’을 불러 대중들에게 신심을 불러일으켰다.
음악회는 이민영·강혜윤·순야타 씨의 공연이 진행되면서 절정에 다다랐다. 특히 순야타는 불교의 경전 중 하나인 《반야심경》을 랩으로 불러 청소년뿐만 아니라 노인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다. 이종만 씨는 대중가요‘이별의 종착역’·‘커피 한잔’을 블루스로 리메이크해 신도들의 흥을 돋었다. 음악회의 대미는 주지 지허스님이 장식했다. 스님은 신도들과 함께 ‘사랑하는 마음’·‘마이웨이’를 흥겹게 불렀다.
송년음악법회에 참석한 한 신도는 “흔히 불교를 어렵고 경건한 것으로만 인식하기 쉬운데 천수사 음악법회를 통해 불교가 먼 곳이 아닌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이곳에 오는 신도들은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라고 말했다.
음악회를 끝내고 신도들은 사흥서원과 산회가를 부르고 법회 강령까지 낭독하고 법회를 마무리했다. ‘법회는 깨달음의 근본’이라고 시작되는 강령에서 천수사 신도들의 신행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
주지 지허스님은 이에 대해 “법회는 신행생활의 근본이 돼야 한다”며 “법회를 통해 불교를 알고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주지의 소임”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팥죽공양을 마치고 나가는 신도들의 얼굴에는 법회 내내 스님이 강조한 ‘행복’이 가득하다.
지난해 가족의 해체와 복원을 코믹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은 ‘좋지 아니한가’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의 말미에는 만성 소통 부재에 시달리던 가족들이 지역축제라는 장소에서 사건을 경험하고 결국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스님과 신도가 일일이 안부와 인사를 주고받으며 헤어지는 이곳은 음악과 불교가 어우러진 축제의 장이었고 행복한 가족공동체였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영화 ‘좋지 아니한가’의 메인 OST(Original Sound Track)인 ‘좋지 아니한가’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우린 노래해/ 더 나아질거야/ 우린 추억해/ 부질없이 지난 날들/ 바보같이 지난 날들/ 그래도 너는/ 좋지 아니한가’ 신중일 기자 bono98@jubul.co.kr
“좋은 음악을 들으면 사람들로 하여금 감동과 눈물을 자아내게 합니다. 찬불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잘 만든 찬불가 한 곡이 신도들에게는 신심을 고취시키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안산 천수사 주지 지허스님은 찬불가가 가지는 힘과 영향에 대해 힘줘 말하며 말문을 열었다. 음악이라는 것이 좋아서 무작정 찬불가들을 부르기 시작했고, 법회에도 적용시켰다는 지허스님은 “사찰에 찾아온 사람들이 음악이라는 것을 통해 행복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 스님은 강혜윤 불자와 함께 ‘패랭이 꽃과 나그네’라는 음반까지 발매한 어엿한 찬불가 가수다. 대중들에 앞에 서서 찬불가 등의 노래하는 스님들은 많지만. 지허스님에게는 조금 더 특별한 것이 있다. 지난해 2월부터 자신의 사찰인 천수사에서 진행한 음악법회가 바로 그것.
현재까지 9회째 진행된 음악법회에는 ‘나유타’등을 부른 불자가수인 최봉종 씨를 비롯해 기타리스트 오세은·수나문 씨·국악가 길상화 씨·풍경소리 이종만 씨·명상음악가 김무한 씨 등 걸출한 불자 음악가들이 참석했다. 그들은 대중과 함께 노래를 부르면 호흡하고 자신들이 가진 불교와의 인연·소소한 이야기까지 풀어내 왔다.
앨범까지 출반한 스님이니 찬불가 사랑이 돈독한 한 것은 이미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이지만, 지허스님은 음악과 정기적인 법회까지 접목해 대중들에게 다가갈 있는 방법을 찾았다.
“법회는 가장 기본적인 신앙 생활이 돼야 합니다. 법회에 동참한다는 것은 부처님의 법을 탁마한다는 의미 외에도 대중공양 등의 봉사와 자신의 삶을 반추해보는 계기가 됩니다. 물론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대중들이 참여하는 법회가 돼야겠지요. 저는 이 곳에 찾은 불자들이 음악과 불교를 통해 불교에 쉽게 접하게 되고 이로 인해 행복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지허스님의 이런 원력 때문인지 법회에 동참한 신도 중 약 절반 가량이 남성 신도들이다. 대부분의 남성 신도들이 부인들을 사찰에 보내고 자신은 집에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부분이다. 그만큼 천수사의 음악법회가 폭넓은 대중을 흡입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법 규모가 있어진 남성 신도를 위한 거사회 창립도 오는 3월 2일에 이뤄질 예정이다.
불음포교에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가진 스님인 만큼 불교계 음성포교의 현황에 대해서 쓴소리도 한마디 던졌다. “전국의 적지 않은 산사가 때가 되면 앞 다퉈 개최하는 산사음악회들은 불교적이지 않은 것이 대부분입니다. 산사음악회도 이제는 다양한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개발해야합니다. 구태에 젖는다면 발전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지허스님에게 다가오는 새해에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겠냐고 묻자 “행복하다. 행복해 지겠다고 생각해라”고 답했다. 종교는 자신의 마음이 편하고 즐겁기 위해 믿는 것이니 불교에 귀의했으면 행복해야 하지 않겠냐고 스님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래서인지 동지 팥죽 공양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신도들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님은 분명했다.
첫댓글 지허스님 말씀대로 불교적이지 않은 산사음악회를 지양하고 불교 색깔이 뚜렷한 산사음악회가 정착되기를 바랍니다. 그런 면에서 연꽃의 소리의 중요성이 더 크게 와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