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生)의 찬미글 : 최인호 베드로
1926년 8월. 관부연락선. 도쿠주마루(德壽丸) 위에서 한쌍의 연인이
서로 상대방을 껴안고 바다 위에 떨어져 정사를 하였습니다.
두 사람의 이름은 유명한 소프라노 가수였던 윤심덕(尹心悳)과
극작가였던 김우진(金祐鎭).
두 사람 다 29살의 동갑내기였으며 남자에게는 이미 아내가 있었습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정사를 하였던
윤심덕이 부른 노래에 '사(死)의 찬미(贊美)'가 있습니다.
'광막한 광야를 달리는 인생아
너는 무엇을 찾으러 왔느냐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평생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
기독교 초기에 은자(隱者)들은 보다 가깝게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스스로 이집트의 사막을 찾아나섰습니다.
이들을 흔히 사막의 교부(敎父)라고 부르는데 교부 중에 유명했던
시소에스라는 분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였습니다.
"하느님을 찾으라. 하느님께서 사시는 곳을 찾지 말고."
이탈리아 수사 까를르 까레또는 1954년.
일부러 사하라 사막으로 들어가 사막의 교부들처럼 지내다가
10년이 지난 다음 도시로 나왔습니다.
도시로 나온 그는 교부 시소에스의 말의 의미를 깨닫고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푸스티냐(Pustinia:러시아말로 광야)는 사막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날의 생활 속에 있다.
사람이 광야로 갈 수 없을 때는 광야를 사람에게 다가오게 하라.
그대의 생활 속에 광야를 창조하라."
주님은 세례를 받으신 후 '광야'로 나가셔서
40일 간 악마로부터 유혹을 받으셨습니다.
세례자 요한도 광야로 나가서 하느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까레또의 말처럼 우리도 사하라 사막으로 나아가거나
주님처럼 광야로 나아갈 수 없다면 광야를 우리 곁으로
다가오게 하여서 마음속에 광야를 창조해야 할 것입니다.
신문과 TV가 없는 곳, 술과 쾌락이 없는 곳,
오직 나를 창조하는 아버지와
나를 위해 돌아가신 주님과 나만이 있는 곳.
윤심덕이 노래한 것처럼 돈도 명예도 없는 곳.
그 광야의 절대 고독 속에서 하루에 한 시간만이라도
주님처럼 아버지를 만나야 할 것입니다.
가엾은 윤심덕은 인생이 광막한 광야임을 깨닫기는 하였지만
그 광야 속에 우리의 아빠가 계신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허무만을 보았을 것입니다.
만약 윤심덕이 그 광야 속에 그 어떤 경우에도
우리를 지켜주시는 아버지가 계심을 깨달았더라면
그녀는 현해탄에 몸을 던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이런 제목의 노래를 불렀을 것입니다.
'생(生)의 찬미'
《너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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