赤壁賦 적벽부
蘇軾(송나라의 시인)
壬戌之秋七月旣望(임술지추칠월기망)임술년 가을 칠월 열엿새 날에
蘇子與客(소자여객) 동파는 손과 더불어
泛舟遊於赤壁之下(범주유어적벽지하) 적벽 아래에서 배를 띄우고 노닐었다
淸風徐來(청풍서래) 청명한 바람은 시나브로 불어오고
水波不興(수파불흥) 물결 파도는 흥겹지 않았다
擧酒屬客(거주속객) 술을 들어 손에게 따르며
誦明月之詩(송명월지시) 명월이란 시를 읊는다
歌窈窕之章(가요조지장) 시경 ‘요조’장도 노래 불렀다
少焉(소언) 잠깐 사이에月出於東山之上(월출어동산지상) 달은 동산에 떠오른다
徘徊於斗牛之間(배회어두우지간) 북두와 견우성 사이를 서성이니
白露橫江(백로횡강) 찬 이슬이 횡강에 내린다
水光接天(수광접천) 물빛은 하늘과 맞닿아 있다
縱一葦之所如(종일위지소여) 거룻배 한 척을 가는 대로 놓아두니
凌萬頃之茫然(릉만경지망연) 망연히 만경창파를 능멸한다
浩浩乎如憑虛御風而不知其所止(호호호여빙허어풍이불지기소지) 광막하여라, 허공에 기댄 듯이 바람을 거느리니 갈 곳도 머물 곳도 알지 못하겠다
飄飄乎如遺世獨(표표호여유세독립) 세상에 홀로 버려져 표표히 떠도는 것 같도다
羽化而登仙(우화이등선) 날개가 돋아나 신선이 되었노라
於是(어시) 그리하여
飮酒樂甚(음주락심) 술을 마시니 더욱 즐거워져
扣舷而歌之(구현이가지) 뱃전을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다
歌曰桂棹兮蘭槳(가왈계도혜난장) 노랫 가사에 이르길, 계수나무 노와 목란 상앗대로
擊空明兮泝流光(격공명혜소류광) 허공을 치니 밝고요, 물을 거스르니 빛이 나는구나
渺渺兮余懷(묘묘혜여회) 아득하고 드넓도다, 내 마음이여
望美人兮天一方(망미인혜천일방) 하늘 어느 한 켠의 미인을 바라본다
客有吹洞簫者(객유취동소자) 손님 중에 퉁소를 부는 자가 있어
倚歌而和之(의가이화지) 노래를 따라 연주를 하니
其聲鳴鳴然(기성명명연) 그 소리 낭랑하게 울린다
如怨如慕(여원여모) 원망하 듯, 연모하는 듯 하고
如泣如訴(여읍여소) 흐느끼 듯, 하소연하는 듯 하니
餘音嫋嫋(여음뇨뇨) 여음이 가냘프고 어여뻐서
不絶如縷(불절여루) 명주실처럼 끊기지 않는다
舞幽壑之潛蛟(무유학지잠교) 산골짝에 잠긴 교룡이 그윽히 춤을 추는 듯 하다
泣孤舟之嫠婦(읍고주지리부) 배에 탄 과부는 쓸쓸함에 눈물을 흘린다
蘇子愁然正襟(소자수연정금) 동파도 시름에 겨워 옷깃을 바로하노라
危坐而問客曰何爲其然也(위좌이문객왈하위기연야) 단정히 앉은 손에게 묻기를 어찌 그리 처연한가? 하니
客曰月明星稀(객왈월명성희) 손이 이르길, 달은 밝고 별은 드무니
烏鵲南飛(오작남비) 까마귀와 까치는 남쪽으로 날아간다. 하니
此非曹孟德之詩乎(차비조맹덕지시호) 이는 조맹덕의 시가 아니더냐?
西望夏口(서망하구) 서쪽의 하구를 보면서
東望武昌(동망무창) 동쪽의 무창을 보노라
山川相繆(산천상무) 산천은 서로 뒤엉켜 있다
鬱乎蒼蒼(울호창창) 울울하고, 창창하도다
此非孟德之困於周郞者乎(차비맹덕지곤어주랑자호) 이곳은 조맹덕이 주유에게 곤욕을 치른 곳이 아닌가?
方其破荊州下江陵(방기파형주하강릉) 조조는 막 형주를 깨뜨리고 강릉으로 내려와
順流而東也(순류이동야) 물결 따라 동쪽으로 흘러갔다
舳艫千里(축로천리) 배는 꼬리를 물고 천리에 이어지고
旌旗蔽空(정기폐공) 정과 깃발은 하늘을 가렸도다
釃酒臨江(시주임강) 강을 바라보며 술을 거르고
橫槊賦詩(횡삭부시) 창을 비껴들고 선판에서 시와 부를 읊조리니
固一世之雄也(고일세지웅야) 틀림없이 일세를 풍미한 영웅이리라
而今安在哉(이금안재재) 그러나 지금은 어디에 있더냐?
況吾與子(황오여자) 하물며 나와 그대임에야...
漁樵於江渚之上(어초어강저지상) 어부나 초동은 강이나 물가 위에서
侶魚鰕而友糜鹿(려어하이우미록) 물고기나 새우와 짝하고 고라니나 사슴이 벗이로다
駕一葉之扁舟(가일엽지편주) 일엽편주에 몸을 싣고서
擧匏樽以相屬(거포준이상속) 표주박 술잔을 들어 서로 따라주며
奇蜉蝣於天地(의부유어천지) 천지에 하루살이처럼 의탁하니
渺滄海之一粟(묘창해지일속) 아득한 푸른 바다의 좁쌀 한 톨이로다
哀吾生之須臾(애오생지수유) 우리 삶이 수유임이 슬프도다
羨長江之無窮(선장강지무궁) 무궁토록 흐르는 장강이 부럽구나!
挾飛仙以遨遊(협비선이오유) 나는 신선을 끼고 노닐면서
抱明月而長終(포명월이장종) 밝은 달을 품고 영원하리라
知不可乎驟得(지불가호취득) 빨리 얻지 못함을 알았으니
託遺響於悲風(탁유향어비풍) 슬픈 노래의 울림이전해지길 부탁하노라
蘇子曰客亦知夫水與月乎(소자왈객역지부수여월호) 동파가 손에게 이르길, 대저 강과 달을 또한 알고 있지 않느냐?
逝者如斯(서자여사) 가는 자도 이와 같으리라
而未嘗往也(이미상왕야) 일찍이 지나감을 맛보지 않았더냐
盈虛者如彼 (영허자여피) 차고 이지러지는 것은 저 달과 같으되
而卒莫消長也 (이졸막소장야) 끝내는 크지도 멸하지도 않느니라
蓋將自其變者而觀之(개장자기변자이관지) 대체로 그것이 변한다고 보면은
則天地曾不能以一瞬(칙천지증불능이일순) 곧 하늘과 땅도 일찍이 한순간도 없으리라
自其不變者而觀之(자기불변자이관지) 그를 불변자로써 바라본다면
則物與我皆無盡也(칙물여아개무진야) 곧 만물과 나는 영원하리로다
而又何羨乎(이우하선호) 그러니 또 무엇을 부러워 하겠는가?
且夫天地之間(차부천지지간) 한편으로 하늘과 땅 사이의
物各有主(물각유주) 물건에는 각기 주인이 있는지라
苟非吾之所有(구비오지소유) 참으로 내 소유가 아닐진대
雖一毫而莫取(수일호이막취) 비록 터럭 하나라도 취하지 말라
惟江上之淸風(유강상지청풍) 오로지 강위에 부는 맑은 바람과
與山間之明月(여산간지명월) 산 사이의 밝은 달과 더불어
耳得之而爲聲(이득지이위성) 내는 소리를 귀로써 얻고
目寓之而成色(목우지이성색) 눈에 맡기면 빛깔을 이루니
取之無禁(취지무금) 이를 취함은 금하지 않노라
用之不竭(용지불갈) 쓴다해도 다함이 없으니
是造物者之無盡藏也(시조물자지무진장야) 이는 조물주가 무진장 주는 것이다
而吾與子之所共樂(이오여자지소공락) 그래서 그대와 내가 함께 즐기는 것이다
客喜而笑(객희이소) 손이 기뻐하며 웃으니
洗盞更酌(세잔갱작) 술잔을 씻어 다시 따르다
肴核旣盡(효핵기진) 술 안주와 과일은 벌써 동나고
盃盤狼藉(배반랑자) 술잔과 소반이 어지러이 흩어졌다
相與枕藉乎舟中(상여침자호주중) 서로 배안에서 베개 삼아 포개어 누우니
不知東方之旣白(부지동방지기백) 동쪽이 벌써 밝아오는 줄도 몰랐다
*橫江: 지명. 손오(孫吳)의 건업(建業) 서남쪽 장강 북쪽 연안에 있었다. 그 위치는 지금의 안 휘성 화현(和縣) 현성 동남쪽이다
曉起 새벽에 일어나서
江馬細香(일본의 여류 시인)
長庚如李一星明(장경여이일성명) 자두 같은 샛별이 한 별과 반짝거리니
獨先啼雅繞砌行(독선제아용체행) 까마귀 울기 전에 섬돌가에 홀로 간다
知道夜來微雨過(지도야래미우과) 알겠다, 지난밤에 보슬비가 지나갔음을
蕉殘滴兩三聲(파초잔성양삼성) 파초에 남은 두세 물방울이 소리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