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하늘이 너무도 청명했던 10월, 고딩2학년이던 우린 음악시험을
보게되었슴다. 아시다시피 중간고사므로 필기가 아닌 실기시험이죠.
근데 울 꼴릴리우스 선생님은 좀 독특하신 분이죠.
잠시 간단히 이분에 대해 언급하겠슴다.
외모는 빛나는 은발을 휘날리며 언제나 쿠키색조끼에 넥타이는 한번도
맨일이 없고, 작달막한 키에 쓰레빠를 언제나 끌고다니며 금테안경을
끼고 항상 조용조용 느릿느릿한 그런.........
한마디로 슬램덩크의 안선생님같은 그런 인자한 인상이죠.
게다가 그자유스럼의 멋이란, 오! 그야말로 우리시대 진정한 자유인이랄까
첫날 수업시간에 들어오자마자 학생덜에게 음악책중에서 가장 맘에 안드는
노래의 페이지를 찢어보라는 그 파격적인 제안!!!!!!!!!!!!
그렇습니다. 여러분덜 모두덜 아시죠?
그유명한 [죽은시인의 사회]에서 영어교사로 나오는 키팅선생님!
울 꼴릴리우스 선생님은 너무도 그분과 흡사한 이미지를 가졌죠.
대구사투리로
"이깟게 뭔상관이고? 우짜피 너거덜 귀즐겁게 해주는게 음악아이가?"
우린 거의 발광을 했었슴다.
심심하면 아덜 보는앞에서 당당히 코딱지후비고(그것도 남덜 다 둘째손가
락인데 그분은 희한하게 엄지손가락으로 후빈다) 아예 음악실 교탁은 치워
버리고 돌아다니며 맘대로 수업하죠.
그런 꼴릴리우스 선생님이 제대로 수업을 하실리없죠.
아예 교과서에 실린노래는 거의 안가르치죠, 자기가 좋아하고 권해줄만한
곡으루만..... 팝송도 가끔, 창도, 하여튼 무자게 다양하죠.
암튼 그런분이 시험을 첨 보신다니(그분은 2학기때 울학교로부임했음)
우린 모두덜 궁금하기 짝이없었죠.
솔직히 전 음악을 좋아하긴 해두, 노래는 별루람다.
실기라면 체육이랑 미술은 거의만점수준인디 그놈의 노래땜시..ㅠㅠㅠㅠ
근디 선상님의 시험방법두 별 다른건 없더라구여.
걍 "너거덜 알아서 한곡씩 부름 되는기라..."
아아....전 솔직히 실망했슴다. 뭔가 잼있는셤이 되길 원했는디....
그리고 엎친데 덮친격으루다가 셤보기 이틀전인가 지독한 감기에
걸리구 말았죠....정말 한마디도 제대로 안나오더라구여...
마침내 운명의 시험날이 되었슴다.
목이아파 점심도시락도 제대루 못먹구 음악실로 꼬로록 꼬록 소릴내며
어기적어기적 들어갔죠.
그날따라 꼴릴리우스 선생님이 벨루 멋있어 보이지 않더군여.
언제나 흘리시던 그미소가 웬지 좀 얄미워보이는 뭐 그런.........
아아......이번중간고사, 음악땜에 망했구나......흑흑
출석번호순대루 한명한명 나가서 시험을 보게됐슴다.
기억으루 제가 한 이십몇번정도 였슴다.
(그래두 지금은 제가 키큰편에 속함니다.)
1번이 나갔슴다. 선구잘 불렀슴다.
꼴릴리우스 선상님왈........"동팔이 80저엄!"
아참! 한가지, 울 꼴릴리우스 선생님은 특이하게 즉석에서 바리바리
시험점술 공개함다. 나같은넘한텐 좀 쪽팔리겠죠?
2번이 아마 울밑에선 봉선환가 하는걸 불렀슴다.
역시 아덜들도 교과서에 있는노래 부르는게 안전빵이라 생각했나 봄니다.
대충 10번정도 까지 걍 평범한 교과서의 가곡만 부르더구만유.
대충 점수도 80점 중간에서 오르내리더구만유, 좀 후한편이죠.
그런데 십몇번인가 하는넘이 나와서리 갑자기 그당시 인기있었던 변진섭
인가 하는가수의 노랠 "새들처럼"인가를 부르더군여. 좀 튀어보자겠죠.
아! 그런데 울 꼴릴리우스 선상님왈 "92점"
아니, 이런 이런......결국 우린 선상님의 채점기준을 전혀 파악못한것이
아닌가 의심이 되기 시작했죠.
"야 야, 유행가 불러두 되나봐"
"야 것두 잘불러야되"
"야 울선상님 좋아하는 노래 혹시아냐?"
이렇게 우린 술렁이기 시작했고 마침내 준비했던 잼없는 가곡은 다
집어치우고 유행가를 불러대기 시작했슴다.
십몇번인가 하는놈이 당시 인기짱이던 서태지의 "난 알아요"를 불러
구십점인가 맞았구, 뒤이은 넘은 "환상속의 그대"를 친구넘들두놈의
백댄서까지 도움받으며 역시 고득점에 성공했슴다.
어떤넘은 현철아찌노래루 역시 고득점, 그러나 어떤넘은 주젤 모르구
랩비슷한거 부르다 개망신 70점..........
하여간 전 바짝 긴장이 됐슴다. 안그래두 목소리두 안나오는데.....
한명 한명 제차례가 다가오기 시작했슴다.
전 거의 포기하기 일보직전이었슴다. 에라, 아예 기본점술 맞고말까?
어찌해야할까요????????????
그 짧은순간에도 욜씸히 통빡을 굴리던 전 마침내 일생일대의 도박을
감행하기로 했슴다. 정말 지금생각해도 그때제가 반츰 미쳤던게 틀림없
었슴다.
마침내 제차례가 돌아왔슴다. 전 앞으루 안나가구 뒤에있는 대걸레에서
막대기만 뽑아서 왔슴다. 그리구 음악실 오디오에서 그옆에 빽빽히
들어찬 테입가운데 [본조비]것을 집어넣었슴다.
아실분은 아시겠지만 그땐 본조비도 울나라서 한인기 했슴다.
그때까지 선상님 아무말씀 없으심다. 아덜들은 저싸이코 또 무슨 계략을
꾸미는겨 하는 의혹에찬 눈길이 등에 쏟아지는걸 느낌니다.
난 볼륨을 맘껏 높혔슴다.
마침내 음악실안에 화려한 메탈싸운드의 전주가 울려퍼짐니다.
전 대걸레를 마이크대용으로 잡고 한쪽발을 리듬에 맞춰 흔듭니다.
[리빙온어 플레이어]가 마침내 흘러나오려고 합니다.
본조비팬인 제가 그노래가사를 모를리 없슴다. 무지 잘외움다.
오디오의 노래에 맞춰 전 입모양을 따라하기 시작했슴다.
오! 제가 무슨 만행을 저지른걸까요?
한마디루 전 [립씽크]를 했던검다. 그것두 아주아쭈 완벽하게.....
어쩔수 없었슴다 목소리가 안나오는데 어케 함니까?
두려워서 선상님얼굴을 쳐다볼수 없었슴다. 근데 애덜은 제의도를
알아체고는 전부다 뒤집어 짐니다. 참 제가 생각해두 어처구니가 없었슴다
그러나 전 끝까지 소신있게 밀어붙혔슴다.
대걸레들고 음악실을 종횡무진 누비며 어쨌든 가사라두 완벽하게 입모양을
놀리며 메탈리스트들이 하는 무대매너는 모두다 보여줬슴다.
헤드빙빙, 신발던지고, 바닥춤에,,,,,,,하여간 잠시 미쳤슴다.
5분이란 짦은시간이 내인생에 있어서 그렇게 길게 느껴진건 첨임다.
마침내 그 격렬하고 치열했던 소용돌이의 터널을 뚫고 나와 거의 탈진상태
로 아덜덜의 쏟아지는 앙콜을 묵묵히 들으며 선상님앞으로 조용히 다가가
"선생님 죄송합니다. 감기걸려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슴다'
하고 겨우 말했죠.
말없이 씩웃던 선상님왈 "95점!"
이럴수가! 음악실은 완전히 뒤집어 졌슴다. 아덜덜은 선상님! 선상님!
을 연호했슴다. 그야말로 이시대 최고의 로맨스가이심니다.
생애 그토록 놀라고 한순간에 가슴이 뚤리는 시원스러움은 첨이었슴다.
아덜덜의 우뢰와같은 박수소릴 들으며 전자리루 돌아왔슴다.
이제부턴 그야말로 광란의 시간이었슴다.
제다음번호 친구넘도 이에 자극을 받았는지 마이쿨 잭슨노랠 거의
안무도 완벽하게 불렀슴다. 물런 립씽크죠.
근데 그넘......."80저엄" 어라, 웬일이지? 나보다 완벽했는디...
그선상님왈 "난 표절은 벨루야"
또한번 뒤집어 졌슴다. 그선상님왈 "너 그리구 감기도 안걸렸잖아"
한마디루 축제의 물결이었슴다.
언넘이 소방차흉낼 냈슴다. 필통들고 세놈이 한꺼번에 나와서리 그뭐시냐
마이크 던져 서로상대것 잡아주는 그거 있죠? 그짓으루 그넘들도 고득점
받았슴다.
어떤넘은 트롯메들리 불러 선상님 무자게 기분좋게 해드렸슴다.
어떤넘은 음악실에 있던 섹스폰으루(사실 선상님거) 케니지의 다잉영을
연주했슴다. 그음악 무자게 감동적임다. 어떤넘은 찔금 거림니다.
어떤넘은 나미의 "빙글빙글"을 부르며 스트립쑈를 했슴다.
단연 그넘이 최고박술 받았슴다. 진짜루 목소리와 율동이 나미누나와
똑같슴다. 실기만점인 98점을 받았슴다.
어떤넘은 신중현씨의 '아름다운강산'을 불렀슴다. 무자게 긴노래지만
무자게 감동받았슴다.
그래두 가장 기억에 남고 감동적인 무대는 마지막번호넘이었슴다.
그넘은 집에서 가져온 기타를 메고 앞에 섰슴다.
그리고 한팝송을 연주하기 시작함다.
"위아더월드(We are the World)"였슴다.
그넘이 착깔리는 보이스로 먼저 한소절을 부름니다.
그리고 다음소절 누가 알아서 부르라구 고개짓 함니다.
그노래 넘 유명해서 외우는 넘들 몇 있슴다.
몇소절 부르더니 다른넘이 대신 받아서 부름니다.
그러더니 아는넘들이 함께 따라부르기 시작함다.
갑자기 선상님이 노래에 맞춰 피아노반주를 시작했슴다.
가슴한켠에 쫘악하고 뭔가가 와닿았슴다.
"위아더 월드' 이 후렴부분은 모르는넘이 없슴다. 모두덜 떠나가라
외침니다. 한참동안 위아더 월드를 외쳤슴다.
외국노래긴 해두 역시 좋긴 좋은거 같슴다.
무대가 끝나구 그넘역시 열광적인 박수와 높은점수를 받았슴다.
그리구 마지막으루 선상님은 자기도 한번 우리덜 점수를 평가받구 싶다며
손수 피아노반주로 "마이 웨이"를 부르셨슴다 감동적이었슴다.
프랭크시나트라보다 훨씬 아름다웠던 그분의 목소리였슴다.
그렇게 한시간의 음악시간이 내겐 영원한 작은 추억으로 남게 됐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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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오십대중반이었으니까 아마도 지금은 정년퇴직하셨을 검니다.
졸업하구 한번도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함다.
제가 출세하구 유명해져서 만약 'TV는 사랑을 싣고'에 나간다면
아마도 그선생님을 찾고싶을검니다.
우리들의 영원했던 로맨스가이.......꼴릴리우스님.........
왜 정종한병과 그선생님이 연관이 있냐면 그선생님 늘상 정종한잔을
따뜻하게 데워서 음악실에 들어와 수업을 하셨기 때문이져.
언제나 학생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테입이나 레코드판 수시로 선물하시구
또 학생들 육성으로 직접 노래를 테입에 녹음해 수집두 하시구......
선생님, 그동안 찾아뵙지 못한 못난이제자 용서해 주십시요.
여유가 되면 꼭 찾아뵙겠슴니다. 부디 지금도 어딘가에서 선생님의
빛나는 여유와 자유스러움이 누군가의 눈과귀를 어루만져주신다고
저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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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선생님도 계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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