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바꾸는 바다의 미래-자율운항선박(2)
자율운항선박은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 Data),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접목되어 있는 미래의 첨단선박입니다.
해양선진국들은 이 기술이 해양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할 기술로 보고 2012년부터 자율운항선박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해운·조선 분야에 경쟁력이 있는 유럽과 아시아 국가에서 연구개발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자율운항선박의 세계 기술개발 동향은?
현재 유럽에서 개발하고 있는 자율운항선박은 배터리 기반 전기추진 선박입니다. 전기추진 방식은 기존의 디젤추진 방식에 비해 부품의 수가 적고 시스템이 단순하기 때문에 유지보수가 용이합니다. 하지만 화석연료에 비해 배터리의 부피가 매우 크기 때문에 장거리에 적합하지 않아 아직은 수십 km 이내의 중소형 선박에만 적용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연안 해운이 발달되어 있는 핀란드와 노르웨이가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핀란드의 국영해운사인 핀페리(Finferries)와 세계적인 회사인 롤스로이스(Rolls-Royce)가 협력하여 개발한 팔코(Falco)호는 2018년 12월 3일 나구스(Nagus)항 인근에서 80여명을 태우고 세계 최초로 자율운항선박 실증시험을 성공하였습니다. 45km 떨어진 육상에서 선박을 원격제어 하였으며, 인공지능 등 최첨단 기술과 통신 인프라를 이용하여 자율운항과 자동 이·접안 등을 성공하였습니다.
노르웨이는 세계 최초 무인 컨테이너 선박 개발 프로젝트인 야라 버클랜드(Yara birkeland)를 발표하면서 세계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2018년 건조를 시작한 야라 버클랜드호는 계획대로라면 곧 건조가 완료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선박은 7MWh 배터리로 구동하는 전기추진 선박(120TEU)으로 현재 12km를 운항목표로 하고 있으며, 점차 운항거리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위의 두 국가 외에도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조선·해운 강국인 동아시아에서도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 장기 로드맵을 세우고 유럽과 협력하여 공동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제해사기구(IMO), 국제표준화기구(ISO) 등 국제표준 분야에서 논의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세계적으로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이 시작된 2012년부터 선박의 데이터 수집․공유에 관한 ‘SSAP(Smart Ship Application Platform)’ 프로젝트를 시작해 데이터 표준화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SSAP는 일본 내 27개 기관이 참여하여 사물인터넷 응용서비스를 개발하는 대규모 합동 프로젝트로, 선내 서비스 개발, 애플리케이션 플랫폼 구축, 빅데이터 활용 애플리케이션 등 개발을 2017년에 완료하였습니다.
중국은 지능형 선박 관리 및 제어시스템, 독립적인 분석·평가․예측 기술을 개발하는 ‘아이돌핀(Ⅰ-Dolphin)’이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해 38,800톤급 벌크선 건조를 2016년에 시작하였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더하여 IMO에서는 지난해부터 자율운항선박의 운항에 필요한 규정 검토작업을 본격화해 ‘자율운항선박의 안전한 시범 운항을 위한 국제표준의 시범운항 임시지침’을 마련하였습니다.
자율운항선박의 국내 추진방향은?
해양수산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2019년 10월 28일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최종 통과하였습니다. 조선·해운산업의 친환경·스마트 패러다임 전환에 대비하기 위해 양 부처가 공동으로 추진한 사업으로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년간 총 1,603억원을 투입하여 기술을 개발합니다.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사업으로 지능화·자동화 항만에 해상통신을 연계하는 스마트 해상물류체계 구축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은 자율항해기술, 기관 자동화 시스템, 실증기술, 운용 및 표준화 등 4개 분야 13개 세부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분야별 연구개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자율항해기술 : 자율항해 플랫폼, 기관실 제어 플랫폼, 충돌‧사고방지, 상황인식, 의사결정능력을 갖춘 ‘지능형 항해시스템’ 개발
② 기관자동화 시스템 : 기관 스스로 성능을 모니터링하고 고장을 예측·진단할 수 있는 ‘기관 자동화 시스템’ 개발
③ 실증기술 : 개발된 기술의 검·인증 및 실증을 위해 울산에 ‘자율운항선박 성능실증센터’를 구축하고 이 센터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실적(Track-Record) 확보
④ 운용 및 표준화 : 원격관리, 안전운항, 사고대응 등 자율운항선박 운용기술을 개발하고, 개발된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개발 초기부터 IMO, ISO 등의 표준화 활동과 연계 추진
자율운항선박이 도입될 경우 최적경로를 탐색해 운항하고, 인적과실로 인한 사고를 방지할 수 있어 선박의 경제성과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는 고부가가치 조선시장의 조기 선점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자율운항선박 관련 주요 이슈는?
자율운항선박이 우리에게 주는 이점도 많지만 기존 선박과 운영방식이 달라 풀어야 할 기술적, 사회적 문제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이버 보안, 빅데이터, 일자리 문제 등이 주요 이슈입니다.
사이버 보안은 국제해사산업계에서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지난 2017년 머스크는 랜썸웨어 페티야 공격으로 IT시스템이 일부 중단돼 물류에 차질을 빚었습니다. 당시 최소 2,000억원의 손실을 보며 사이버 보안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자율운항선박이 육상과 하나의 네트워크에 연계되어 있다면 사이버 해적으로부터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개발초기 단계부터 충분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빅데이터의 확보는 자율기능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데이터를 확보하고 공유할 수 있는 체계가 반드시 구축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기업이 자신이 생산한 데이터를 공유할 경우 다른 기업에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내부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위험때문에 데이터 공유를 꺼려할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현재 법 체계에서는 아직 데이터 소유권을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에 판매 또는 구매가 어려워 데이터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때문에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에서 직접 데이터를 생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럴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경쟁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습니다.
자율운항선박 도입으로 선원의 일자리 급감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열악한 해상근무의 한계가 극복될 수 있고, 육상원격제어자와 같은 IT 분야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해 해양수산 분야에 새로운 미래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해양수산 스마트화 전략’을 지난 11월 11일 발표하였습니다. 자율운항선박 외에도 지능형 항만, 스마트 양식 등을 추진함에 따라 미래 우리 바다의 모습도 많이 바뀔 것으로 예상됩니다.
스마트폰이 생긴 지 10년 만에 우리 생활은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새로운 변화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해양수산부는 신기술 도입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앞장서는 한편, 사회적 협의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문제를 현장과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해양수산부 스마트해상물류추진단 김거화
[출처] 4차 산업혁명이 바꾸는 바다의 미래-자율운항선박(2)|작성자 해양수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