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꽃향기 속에서(429) – 노루귀(구봉도 구봉이)(2)
노루귀
2024년 3월 11일(월), 구봉도 구봉이
구봉이는 구봉도(九峰島)에 있는 해발 96.5m의 산봉우리다.
구봉도는 대부도 북쪽에 있는 섬이었으나 구봉 염전이 조성되면서 연륙되었다.
나의 심춘순례의 한 코스인 구봉이는 노루귀의 보고다.
구봉이는 높이가 96.5m에 불과하지만 산자락이 가팔라 노루귀와 눈 맞춤하는 데 여간 어렵지 않았다.
그렇지만 경향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노루귀를 보려고 구봉이 찾는다.
안도현의 『100일 동안 쓴 러브레터』(2003, 태동출판사)에서 시문 몇 개를 골라 함께 올린다.
내가 맨 처음 그대를 보았을 땐
세상엔 아름다운 사람도 살고 있구나 생각하였지요
두번째 그대를 보았을 땐
사랑하고 싶어졌지요
번화한 거리에서 다시 내가 그대를 보았을 땐
남모르게 호사스런 고독을 느꼈지요
그리하여 마지막 내가 그대를 만났을 땐
아주 잊어버리자고 슬퍼하며
미친 듯이 바다 기슭을 달음질쳐 갔습니다
—— 조명화의 시, 「초상」 전문
너를 본 순간
물고기가 뛰고
장미가 피고
너를 본 순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너를 본 순간
그동안 살아온 인생이
갑자기 걸레였고
갑자기 시커먼 밤이었고
너는 하아얀 대낮이였다
너를 본 순간
나는 술을 마셨고
나는 깊은 밤에 토했다
—— 이승훈의 시, 「너를 본 순간」 중에서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결코 강렬한 감정만은 아니다. 이것은 결단이고 판단이고 약속이다. 만일 사랑이 감정
일 뿐이라면, 영원히 서로 약속할 기반은 없을 것이다. 감정은 닥쳐왔다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나의 행위에 판단과
결단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어떻게 내가 이 사랑이 영원하리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인가?
—— 에리히 프롬의 산문, 「사랑의 기술」 중에서
이 땅에서
진짜 술꾼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술을 마셔야 한다.
이 땅에서
참된 연애를 하려거든
목숨을 걸고 연애를 해야 한다.
이 땅에서
좋은 선생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교단에 서야 한다.
뭐든지
진짜가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목숨을 걸고···
—— 이광웅의 시, 「목숨을 걸고」 전문
※ 80년대 초, 전북 군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 자생 간첩단이 적발되었다고 어느 날 저녁 신문에 대서특필된
적이 있습니다. 이른바, ‘오송회’ 사건입니다. 신군부 집단은 선량하고 열정적인 교사들을 하루아침에 간첩으로 몰았
고, 그후 판면과 구속이 잇달았습니다. 그 사건의 중심에 이광웅 시인이 있었습니다. 제가 아는 한 그는 너무 맑기
때문에 남들에게 불온하게 비친 사람입니다.(…)
신랑, 어때 좋지?
신부도 좋지?
남과 북도 이렇게 합치면 얼마나 좋을까?
살아가면서 다투지들 말어
서로 고무찬양해야 돼
—— 정희성의 시, 「어느 통일꾼의 주례사」 전문
어둠 속에서도 불빛 속에서도 변치 않는
사랑을 배웠다 너로 해서
그러나 너의 얼굴은
어둠에서 불빛으로 넘어가는
그 찰나에 꺼졌다 살아났다
너의 얼굴은 그만큼 불안하다
번개처럼
번개처럼
금이 간 너의 얼굴은
—— 김수영의 시, 「사랑」 전문
그 친구는 내려놓음으로써 꿈을 실현하려고 했고, 우리는 거머쥠으로써 꿈을 실현하려고 한다. 우리는 자신의 울타
리를 쌓아올림으로써 바라는 바를 실현하려고 하는데, 그 친구는 자신의 울타리를 철저하게 해체시킴으로써 바라는
것을 실현하려고 했다. 그 친구는 자신의 실상을 알고 실상의 질서를 따르는 것만이 참된 길이라고 믿었고, 우리는
자신 밖의 모든 것을 알고 그것을 좌지우지 하는 데에 길이 있다고 믿는다. 모두 똑같이 밥 먹고 잠자는 만큼 똑같은
꿈을 꾸어왔으나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걸어온 길은 전혀 다른 길이었다.
—— 도법 스님의 산문, 「내가 본 부처」 중에서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을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 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어 대구국을 끓여 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늬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골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 백석의 시, 「흰 바람벽이 있어」 중에서
첫댓글 와아~~~
하나같이 다들 늘씬늘씬하고 아름답네요.
마치 현대무용을 하는 듯...
이 아이들은 다른 노루귀보다 더 아름답네요? ㅎㅎㅎ
멋집니다.
노루귀는 노루귀와 새끼노루귀, 섬노루귀 등 세 종류가 있는데
우리가 보통 보는 노루귀는 그냥 노루귀입니다.
색깔에 상관 없이 한 종류로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