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빠질 수 없는 이유]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것은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다. 당시만 해도 태권도는 그저 한국이 만든 무도 스포츠쯤으로 여겨졌고, 세계적으로는 아직 인지도가 약했다. 시범 종목으로는 1988년 서울올림픽과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 등장했지만, 그 후에도 몇 차례나 "정식 종목 채택이 임시적일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특히 IOC 내부에서는 “태권도는 너무 한국 중심이며, 경기의 시각적 재미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직후에는 정식 종목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기도 했다. 당시 IOC 프로그램위원회는 차기 대회 종목 조정 작업을 하며, 몇몇 종목의 ‘퇴출 후보 리스트’를 만들었고 그 안에 태권도가 포함됐다. “채점이 불투명하다”, “경기가 지루하다”, “세계적 경쟁이 약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태권도는 사라지지 않았다.
바로, 태권도를 지키려는 ‘메달 가뭄 국가’들의 강력한 로비와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태권도 선수 로훌라 니파이가 동메달을 따면서 나라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올림픽 메달을 얻었다. 국가가 전쟁과 혼란으로 지쳐있던 시기에 이 메달은 그 어떤 평화 회담보다 국민에게 희망이 됐다. 이후 아프가니스탄은 IOC에 강력하게 입장을 전달했다. “태권도는 우리가 세계와 연결되는 유일한 창구”라고 말이다.
니제르 또한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태권도로 은메달을 따며, 메달 수상 국가 리스트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당시 수도 니아메에서는 ‘국경일 같은 축하 분위기’가 펼쳐졌고, 니제르 대통령이 선수에게 즉석 훈장을 수여했다. 그 선수 역시 태권도가 아니었다면 국제 대회에 나갈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코트디부아르는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태권도 금메달을 따냈는데, 이 역시 국가 역사상 첫 금메달이었다. 이후 태권도가 코트디부아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로 떠올랐고, 이후 대통령이 직접 태권도장을 후원하며 ‘국가 전략 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런 국가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태권도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국가 브랜딩 수단이자 외교 자산이 되었다. 태권도를 정식 종목에서 빼자는 주장이 제기될 때마다 이들 국가는 일제히 반발했다. 어떤 나라는 “태권도가 빠질 경우, 아예 올림픽 대표단을 보내지 않겠다”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소규모 개발도상국들의 목소리가 이렇게까지 모아지는 종목은 사실상 태권도가 유일하다.
현재 올림픽의 기본 원칙 중 하나는 ‘지구촌의 다양성과 포용성’이다. 태권도는 이를 구현하는 상징적인 종목이다. 메달은 소수 강대국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 작은 나라에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결국, 태권도는 ‘한국의 스포츠’로 시작해 ‘세계의 희망’이 된 유일한 종목이다. 메달이 귀한 나라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종목이고, IOC 입장에서는 포기할 수 없는 정치적 균형추다. 그래서 지금의 태권도는 단순한 경기 종목이 아니라, 작은 나라들의 올림픽 입지를 지켜주는 든든한 맏형이다.
1973년 5월 21일 제1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열렸습니다.
국력이 약했고 태권도가 지금처럼 전 세계에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이라 세계대회가 마치 동대항 운동경기대회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