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회, 찍사랑회, KIDT, 런너스, 경서회, 남가주모임, 한마음, 경복궁, 알짜회, 이금회, 경복궁회, 수정회, 우면산모임…
이외에도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40년의 우정을 과시하는 각종 소모임들이 많다.
이러한 소모임들은
1968년 3월 애기티를 벗지 못한 소년들이 고황산에서 만난 이래
갖은 희노애락을 겪으며 41년 동안 쌓은 우리 삶의 기록과 흔적이다.
나이가 들면서 각종 소모임의 울타리를 허물어 가는
또 다른 소모임이 생겨나는 추세다.
그러나 아직도 자신에게 익숙한 울타리를 편안해 하는 친구들이 많다.
또한 새로운 소모임을 통해 또 다른 울타리를 만들어 안주하려는 경향도 있다.
사실, 울타리를 넓혀 번거롭게 사는 것보다
주어진 울타리 안에서 뜻 맞는 친구끼리 오순도순 사는 재미가 크지 않은가.
나도 그랬다.
소모임에는 사명감을 갖고 참석했지만
동기동창 모임은 등한시했다.
소모임에선 내가 주인공이 될 수 있었지만
동기동창 모임에선 내가 아니더라도 많은 친구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들러리를 서는 기분이었다.
보기 싫은 선생님, 친구와 조우하기 싫다는 이유를 가진 친구도 있었다.
세월이 흘러 그런 기분들이 수그러 들었다.
12회 역대 회장단들의 희생과 노고가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동기동창 모임엔 참여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겼다.
그러나 동기동창 울타리를 벗어나 총동창회 모임에 참석하는데는 망설여졌다.
여유있는 핵심 멤버들만의 자리라는 선입견이 들었다.
뭔가 기여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 한,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끼며 참석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5월 23일 오전 9시 30분 모교운동장에서 총동창회 주최로
‘한마음 큰 잔치’가 열린다.
많은 동기들이 ‘나는 참석 안해도 돼!’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음을 뻔히 알고 있다.
지난 해에도 경산회, 12회 동기모임의 숫자보다 적었다고 한다.
12회 울타리를 벗어나는 불편함을 느끼기 싫었던 것이다.
그러나 올해의 ‘한마음 큰 잔치’는 나에겐 다른 기분이 들어
반드시 참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12회 울타리 안에서 치러진다는 기분이 든다.
총동창회를 이끌고 있는 주요 인물들이 12회 동기들이다.
그들은 개교 50주년을 맞아
5억원의 장학기금마련, 자립형 사립고 추진, 50주년 행사준비 등으로
자신들을 희생하는 노고를 쏟고 있다.
그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
가족동반 등으로 많이 참여해 체육대회 겸 야유회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어 줄 수 있다.
장학기금과 자립형 사립고 설립의 큰 보탬이 못 돼도
우리의 울타리 안에서 치러지는 것이므로 소외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
메뚜기도 한 철이다.
우리 12회가 총동창회란 울타리에서 주인공 역할을 기회는 이번 뿐이다.
조만간 후배들에게 총동창회 운영을 넘겨주면
우리는 뒤로 물러난 원로가 된다.
우리가 주인공으로 있을 때,
우리가 앞으로 즐길 수 있는 큰 울타리를 만들어야 된다고 본다.
우리가 주인공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 훗날 잊혀지는 선배가 된다.
총동창회 울타리에 12회의 기록과 흔적을 남겨야 될 것이다.
우리의 울타리와 놀이터를 넓혀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최근 이런 저런 소모임의 융화 역할을 하는
불특정 멤버와 장소, 시간의 소모임 ‘번개팅’이 수시로 마련되어 사는 맛을 더해 주고 있다.
각자의 울타리 영역을 넓혀놓는 역할도 한다.
한편 각 소모임 멤버간의 교류를 통해 은연중 쌓였던 마음의 벽을 허무는 계기가 된다.
이상한 것은 이러한 교류가 기존 소모임의 활성화와 결속에 더욱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울타리란 것이 소모임 조직 자체가 아닌 마음에서 생겼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한마음 큰 잔치’에서는 마음의 울타리를 제치고
한바탕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경산회, 찍사랑회, KIDT, 런너스, 경서회, 한마음, 경복궁, 알짜회, 이금회, 경복궁회, 수정회, 우면산모임, 기타 귀중한 소모임 멤버들이
끼리끼리 참여해 오순도순 모여 기존의 우정을 다지는 가운데,
마음의 울타리는 자연스레 제쳐지고
우리가 편안하게 지낼 커다란 울타리가 생겨나지 않을까.
이어서 6월 13일 단양팔경에서의 12회 동창총회에서도...
* 지난 2월 말 경희중학교 입학식에 참석하는 기회가 주어졌다. 아들의 입학식장에 참석할 때보다 감회가 깊었다. 41년 전 우리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황산 맑은 정기...’로 시작하는 교가를 불렀다. 학창시절엔 느끼지 못했던 고황산의 정기가 온몸에 전해져 왔다. 그 동안 각자의 울타리에서 열심히 살아 왔다고 느끼지만 결국은 우리가 41년 동안 고황산 울타리에서 함께 지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울타리에서 지낸다면 이해 못할 것이 없다. 사소한 반목, 갈등, 소외감은 이해와 배려로 풀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마음의 울타리를 제치고 마음 편하게, 통 크게, 즐겁게, 사이좋게 지내자!
첫댓글 그래 주연이면 어떻고 조연이면 어떤가... 주연 없는 조연 없고, 조연 없는 주연이 있을 수 없지 않은가... 내가 맡은 배역은 다른 누구도 받을 수 없는 나만의 배역이 아닌가... 주연과 조연이 어우러지는 동문의 축제에 다 함께 가자꾸나...
구구절절 올은 말이네~~커다란 울타리 만들어 보세!
나이 들어가면서 점점 그리워지는 것은 동창밖에 없다는 것을 느끼며 살고 있는 우리들이지요.........
민형의 마음이 곧 우리 동창의 마음일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