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 광장에서 교황을 위한 묵주기도를 이끈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VATICAN MEDIA Divisione Foto)
파롤린 추기경, 성 베드로 광장에서 교황 위한 묵주기도
“교황님의 쾌유 위해 기도합시다”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2025년 2월 24일 저녁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건강을 위한 묵주기도를 주례했다. 수백 명의 평신도와 수도자가 국적을 초월해 교황의 쾌유를 위해 기도했다. 여러 추기경들과 주교들, 교황청 관계자들도 이 자리에 함께했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은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하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교황님은 항상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셨으니, 이제 우리도 그분께 우리의 사랑으로 보답해야 합니다.”
Salvatore Cernuzio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으로 선출된 첫날 하느님 백성에게 강복하고 그들의 축복을 청했던 바로 그 성 베드로 광장에, 당시 교황을 위해 기도했던 하느님 백성이 이제는 위중한 상태에 놓인 자신들의 목자를 위해 기도하고자 한마음으로 모였다. 이들은 교황의 건강과 쾌유를 위해 그리고 그가 얼른 하느님 백성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했다.
젊은이들과 가족들, 사제들, 수녀들, 로마에 거주하는 추기경들, 교황청 부서 장관들, 교황청 관계자들은 교황이 로마 제멜리 종합병원에 입원한 지 11일째 되는 날인 2월 24일 저녁 9시 성 베드로 광장에 함께했다.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묵주기도를 주례하며 교황의 “건강 회복”을 위해 함께 기도하자고 청했다.
전 세계에서 하나로 이어진 기도의 물결
로마의 하늘을 적시던 오후의 빗방울과 도시를 마비시킨 교통 파업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수백 명의 신자들이 이날 정오에 전해진 묵주기도 모임의 부름에 응답했다. 이들의 기도는 마치 거대한 강물처럼 지난 22일부터 세계 각지의 교구에서 시작된 기도의 흐름에 합류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이 영적 연대의 물결은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프란치스코 교황의 세속명)의 고향 땅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비야스 미세리아스’(빈민가)에서도 미사로 피어올랐다.
교황이 지난 2월 22일 위중한 시간을 보낸 후 2월 24일 저녁 “약간의 호전”을 보였다는 교황청 공보실의 발표는 88세 목자를 향한 깊은 애정의 물결을 이끌어냈다. 이 마음들은 묵주알을 굴리는 기도로, 이어 미사의 향기로 승화됐다.
교황은 그동안 연설이나 교리 교육 말미에 자신을 위한 기도를 겸허히 청하며 이러한 기도가 “모든 목자에게 갑옷과 같다”고 말해왔다. 이제 그 갑옷이 그를 감싸고 있다.
교황청 부서 장관들의 동참
온화한 공기와 친밀한 분위기가 성 베드로 광장을 따뜻하게 감쌌다. 대성전 앞 단상 주위에는 약 30명의 추기경들이 모였다.
첫 줄에는 교황청 복음화부 첫복음화와 신설개별교회부서 장관 직무 대행 루이스 안토니오 고킴 타글레 추기경, 주교부 전임 장관 마크 우엘레 추기경, 주교부 장관 로버트 프란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 살레시오회 전 총장 앙헬 페르난데스 아르티메 추기경, 제노바대교구 전임 대교구장 안젤로 바냐스코 추기경, 엔리코 페로치 추기경, 시성부 장관 마르첼로 세메라로 추기경, 전임 대심원장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 국제신학위원회 전 위원장 게르하르트 뮐러 추기경, 시성부 전임 장관 안젤로 베치우 추기경 등이 자리했다. 이외에도 로마교구 총대리 발다사레 레이나 추기경과 문화교육부 장관 조제 톨렌티누 드 멘돈사 추기경도 이 영적 순례에 함께했다. 온전한인간발전촉진부 장관 마이클 체르니 추기경 등 몇몇 추기경들은 특별한 자리가 아닌 신자들 사이에 자리했다. 일주일 후면 바티칸 시국 행정원의 중책을 맡게 될 라파엘라 페트리니 수녀를 비롯한 교황청 협력자들과 로마교구 관계자들도 함께했다.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묵주기도에 동참한 추기경들
묵주에 엮인 간절한 마음들
황혼이 내려앉은 광장에서 신자들은 각양각색의 묵주알을 굴렸다. 신자들은 예수님의 잉태 예고에 관한 성경 말씀을 듣고 성가와 함께 환희의 신비를 바쳤다. 성모 호칭 기도도 이어졌다. 몇몇은 계속 서서 경건한 자세로 기도했고, 다른 이들은 앉아서 기도했으며, 어떤 이들은 깊은 침묵 속에서, 또 다른 이들은 작은 속삭임처럼 기도를 이어갔다. 다채로운 풍경도 눈에 띄었다. 자국의 국기를 들고 나온 사람들, 교황의 사진을 인쇄해서 가지고 오거나 스마트폰 화면에 띄운 사람들, 작은 촛불이나 랜턴을 들어 어둠을 밝히는 이들도 있었다. 이 모든 이의 시선은 평소 교황이 미사와 수요 일반알현을 주례하던 흰색 단상 위의 ‘병자들의 건강’이신 성모 성화로 향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교황의 쾌유를 성모님의 중재에 맡겼다.
파롤린 추기경 “2000년 전통에서 길어올린 기도의 힘”
“사도행전은 베드로 사도가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교회가 간절히 기도했다고 전합니다. 이후 2000년의 세월 동안, 그리스도인들은 위험에 처하거나 병에 걸린 베드로의 후계자(교황)를 위해 한결같이 기도해 왔습니다.” 파롤린 추기경의 목소리는 차분하지만 힘이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제멜리 종합병원에 입원해 계신 지금도, 세계 곳곳의 신자들은 공동체적으로나 개인적으로 교황님을 위한 간절한 기도를 주님께 바치고 있습니다.”
파롤린 추기경은 “오늘 밤부터 우리는 이곳 성 베드로 광장에서 묵주기도를 바치며 공식적으로 이 기도의 대열에 합류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병자들의 건강’이라는 칭호로 부르는 지극히 거룩하신 성모님의 힘있는 전구에 교황님을 의탁합시다. 우리의 자비로우신 어머니 성모님께서 병과 고통의 순간에 있는 교황님을 지켜주시고, 속히 건강을 회복하도록 도와주시길 기도합시다.”
스마트폰 화면에 교황의 사진을 띄운 신자들
신자들의 마음
십자성호와 진심 어린 박수 소리가 어우러지며 45분간의 묵주기도가 마무리됐다. 광장 끝에서는 언제나처럼 ‘교황님 만세’를 외치는 목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공식 묵주기도가 끝난 후에도 몇몇 신자들은 쉽사리 발길을 옮기지 못하고 오벨리스크 주변으로 모여 기도의 시간을 이어갔다. 스페인 수녀들, 중국 신자 단체 그리고 필리핀 사제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교황을 위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들 가운데 몽골 초원에서 수년간 복음의 씨앗을 뿌렸던 콜롬비아 출신 사제도 있었다. “힘겨운 시간을 지나고 있지만, 우리는 언제나 교황님과 함께합니다.”
두 젊은 여성의 눈빛에는 결연함이 묻어났다. “우리는 아주 먼곳에서, 로마 외곽에서 왔지만, 어떻게든 이곳에서 함께하고 싶었어요. 교황님은 반드시 이겨내실 거예요. 이겨내셔야만 해요. 우리에게는 그분의 지혜와 사랑이 너무나 필요합니다.” 희년을 맞아 머나먼 이탈리아 북부에서 로마를 순례한 한 커플의 목소리에는 깊은 신앙심이 담겨 있었다. “교황님은 단순한 지도자가 아니라 우리 영혼의 참된 인도자이십니다.”
검정 코트에 자색 모자로 단정하게 차려입은 한 중년 여성은 며칠 동안 교황의 건강을 염려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세상의 많은 어둠과 저를 화나게 하는 가짜 뉴스의 홍수 속에 있었지만, 저는 오늘 이 광장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을 목격했습니다. 평소에도 집에서 매일 교황님을 위해 기도하지만, 이렇게 많은 이들과 함께 기도하니 마음이 벅차오릅니다.” 그녀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교황님은 언제나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라고 겸손히 청하시는데, 오늘 우리가 그 소박한 부탁에 충실히 응답한 셈이네요.”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 “조속한 쾌유를 바랍니다”
휴대전화 카메라의 불빛과 기자들의 플래시가 만들어내는 별빛 같은 반짝임 속에서, 광장 회랑의 어둠을 뚫고 자국 신자들과 정겹게 인사를 나누는 추기경들의 선명한 붉은색 주케토(추기경 모자)가 마치 등대처럼 눈에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한국 청년들에게 둘러싸인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의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감동이 담겨 있었다. “하느님의 백성들, 우리 모두가 이처럼 자발적으로 모여 병중에 계신 교황님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을 보니 제 마음도 깊은 위로를 받고 희망으로 가득 찹니다.”
유 추기경의 말에는 보편적 사랑이 묻어났다. “교황님은 그리스도교의 심장이자 교회의 중심이시며, 베드로 사도의 진정한 후계자이십니다. 항상 우리를 위해 끝없는 사랑을 베푸셨던 교황님을 위해 이제 우리가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도 이제 그분께 우리의 사랑으로 보답해야 합니다.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하시어 다시 우리 가운데 서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묵주기도를 바치는 사제들
“교황님이 늘 강조하시는 바를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말씀 안에서 살아가고, 마음을 활짝 열며, 타인을 사랑하는 것, 특히 가장 작은 이들, 이주민들, 소외된 이들, 가난한 이들을 사랑해야 합니다. 우리가 그들을 사랑할 때 예수님을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점에서 교황님은 언제나 우리에게 모범을 보여주셨고, 지금도 계속해서 보여주고 계십니다. 우리는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교회와 인류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 말이죠.”
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교황님,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언젠가 제가 교황님과 교회를 위해 제 목숨을 바칠 준비가 돼 있다고 말씀드렸던 적이 있는데, 그 말씀을 다시 한번 되풀이하고 싶습니다. 저는 교황님과 교회를 위해 제 목숨을 바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이는 곧 제 곁에 있는 모든 이를 사랑한다는 의미입니다. 언제나 넘치는 기쁨으로 함께하겠습니다.”
번역 이창욱
파롤린 추기경, 성 베드로 광장에서 교황 위한 묵주기도 “교황님의 쾌유 위해 기도합시다” - 바티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