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완치가 불가능한 질환이다. 진행 속도도 느려 증상이 겉으로 드러났을 때는 이미 손을 쓰기 어려울 때가 많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일찍 발견하면 질환의 진행을 최대한 늦출 수 있고, 환자와 가족이 질환을 받아들일 시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매 여부를 미리 파악할 검사 방법은 무엇일까.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베타 아밀로이드’는 15~20년간 축적된다ㅣ출처: 게티이미지뱅크
1. 인지기능 검사
치매 조기진단에서 빠질 수 없는 검사다. 치매가 시작되면 기억력, 주의집중력, 수행능력 등을 포함한 인지기능이 나빠지는데 증상은 경미하고 진행 속도도 느려 겉모습만으로는 진단하기가 어렵다.
인지기능 검사는 검진자의 전반적인 인지 수준과 중등도를 평가해 치매 여부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치매 바로 전 단계라고 알려진 경도인지장애 진단에 효과적이다. 경도인지장애가 발생하면 동일 연령대에 비해 인지기능은 떨어져 있지만 일상생활에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방치하면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질환으로 연구에 따르면 매년 경도인지장애 환자 중 10~15%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이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검사는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한다. 기억장애, 언어장애 등 기본적인 평가 문항과 인지기능의 저하로 인한 일상생활 능력의 문제, 우울증과 같은 정서적 변화, 망상 환각 등 치매에 동반될 수 있는 이상행동을 평가하는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검사 시간은 약 2시간 내외로 정밀검사가 요구될 때는 시간이 더 소요된다. 검사비용은 종류에 따라서 6만 5000원에서 15만원까지 다양하다.
2. 뇌 영상(MRI) 검사
뇌의 부피와 위축 정도를 평가해 치매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직관적인 검사로 꼽힌다. 뇌 측두엽 안쪽에 위치하며 기억, 언어, 청각자극 등을 담당하는 해마는 치매와 매우 연관이 깊은데, MRI 검사로 바로 이 부분의 변성과 위축을 확인할 수 있다. 해마의 위축이 심하면 치매 발병 위험이 매우 높다.
뇌 회백질의 크기와 변성 역시 이 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 회백질은 뇌의 신경세포가 모인 조직으로 뇌의 주요 활동 대부분을 담당한다. 회백질의 부피가 작을수록 인지기능이 약화되고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 이 밖에도 인지 저화와 관련이 높은 뇌의 열공의 숫자와 치매를 유발하는 뇌혈종, 수두증, 종양 등의 진단도 가능하다.
뇌 MRI 역시 다른 MRI 검사와 마찬가지로 좁은 터널 같은 장비에 들어가 영상을 찍는 방식이다. 폐소공포증이 있다면 의료진에게 미리 말하고 진정제를 투여받길 권한다. 아울러 신경자극기, 달팽이관, 심장박동기를 이식받은 상태라면 검사 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치의와 반드시 상의해야 한다. MRI 검사에는 강한 자석이 사용되므로 자성에 영향을 받는 장치나 물건이 있으면 미리 빼놓아야 한다.
검사 시 귀마개와 헤드폰을 착용하면 일정 간격으로 크고 작은 소리가 연속해서 들린다. 소리가 시끄러워지면 절대로 움직이면 안 된다. 검사가 시작된다는 신호여서 그렇다. 검사는 20~40분가량 소요되며 검사 중 잠을 자도 괜찮다. 검사 장비가 주는 부담감이나 검사비가 비싼 편임을 고려했을 때 젊은 층의 선별 검사로 쉽게 권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혈중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수치를 파악하는 OAB 검사는 보건복지부에서 정확성(85% 이상)과 안정성, 유효성을 인정받았다ㅣ출처: 게티이미지뱅크
3. OAB 검사
혈액을 통해 알츠하이머 위험도를 평가하는 검사로 편의성과 정확도 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치매의 주원인 중 하나인 알츠하이머는 뇌에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일정 이상 축적되면서 발병하는데, OAB 검사는 바로 이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축적도를 파악해 치매 예방과 예후 관리를 돕는다. 베타 아밀로이드의 축적 기간이 15년 이상이라는 점에서 OAB 검사를 선제적으로 받아보길 권한다.
채혈만 하면 되고 검사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며 정확도가 높다는 점, 결과 확인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젊은 층의 부담이 덜할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교(University of Amsterdam) 의학대학원 필립 쉘튼(Philip Scheltens) 교수는 "OAB 검사 덕분에 알츠하이머병 환자 가계에 부담을 주었던 PET 검사 비용과 횟수가 효과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하며 "일차 진료에서 중요한 검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이 내용은 2021년 국제 학술지 ‘알츠하이머병 연구와 치료(Alzheimer’s Research & Therapy)’에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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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진규 |하이닥 건강의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