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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 차승열
산구릉을 밀며 두둥실 떠오르던 달은 백화점 대형 플래카드마다 실크인쇄로 박혀 귀향으로 텅 빈 거리를 비추다
초가지붕 위에 박꽃처럼 피어나던 달은 아직 수북하게 쌓여있는 명절용 선물셑과 물러 못쓰게 된 과일상자를 비추다
중천에 떠올라 온 동네를 굽어보던 달은 붐비는 귀성차량 사이를 비집고 무단 횡단하는 등굽은 할머니의 손수레를 비추다
밤새도록 문풍지에 스미던 시루떡처럼 하얀 달은 신문지를 이불 삼아 누운 노숙자의 술 취한 잠을 비추다
그밖에 유래를 알 수 없는 달은 잦은 비와 태풍으로 폐농이 되어버린 들녘과 IMF 때보다도 더하다는 시장바닥과 평당 4,000만원을 웃도는 재개발 아파트 현장 산더미 같은 콘크리트 더미를 비추다
비구름 사이로 빠끔히 얼굴을 내밀던 조신한 달빛은 켜켜이 쌓이는 원망과 시름을 달래기에 적당하였으나
― 차승열 제3시집 <탄천을 걷는다> 29쪽, 오늘의문학사 , 2016.1.20
언제부터인가 한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추석은 수확의 즐거움과 감사을 나누는 축제가 아니라, 차라리 피하고 싶은 우울한 명절이 되었버렸습니다. 하늘 높이 떠오른 보름달은 간절한 소망을 비는 신성한 달이 아니라, 현대인의 처량한 모습을 비춰보는 저속한 달이 되어버렸습니다. 비록 어렵고 힘들지라도, 소외된 이웃을 둘러보는 따뜻한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절망스러운 오늘을 살아갈지라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는 활기찬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네 마음만이라도 넉넉하니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문학사랑 글짱 여러분. 즐거운 명절 보내시고 훌륭하신 글로 다시 뵐 수 있기를... 2016.9. 차승열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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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즐겁고 행복한 추석 보내세요.
올해 추석은 부모님 산소 자리에
공단이 들어선다고 난리를 쳐서 여간 심란하지 않네요.
엄 선생님도 즐겁고 행복한 추석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