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감상/ 후레자식
-- 김인육
고향집에서 더는 홀로 살지 못하게 된 여든셋,
치매 앓는 노모를
집 가까운 요양원으로 보낸다
시설도 좋고, 친구들도 많고
거기가 외려 어머니 치료에도 도움이 돼요
1년도 못가 두 손 든 아내는
빛 좋은 개살구들을 골라
여기저기 때깔 좋게 늘어놓는다
실은 늙은이 냄새, 오줌 지린내가 역겨워서고
외며느리 병수발이 넌덜머리가 나서인데
버럭 고함을 질러보긴 하였지만,
나 역시 별수 없어
끝내 어머니를 적소(適所)로 등 떠민다
애비야, 집에 가서 같이 살면 안 되나?
어머니, 이곳이 집보다 더 좋은 곳이에요!
나는 껍질도 안 깐 거짓말을
어머니에게 생으로 먹이고는
언젠가 나까지 버릴지 모를
두려운 가족의 품으로 허겁지겁 돌아온다
고려장이 별 거냐
제 자식 지척에 두고 늙고 병든 것끼리 쓸리어
못죽고 사는 내 신세가 고려장이지
어머니의 정신 맑은 몇 가닥 말씀에,
폐부에 찔린 나는
병 든 개처럼 허정거리며
21세기 막된 고려인의 집으로 돌아온다
천하에 몹쓸, 후레자식이 되어
퉤퉤, 돼먹지 못한 개살구가 되어...
<덧 글>
1961년 울산 생. 고려대 교육대학원 국어교육학 석사. 교사.
2000년 <시와 생명> 등단. 시집 <다시 부르는 제망매가> <잘가라, 여우> <사랑의 물리학> 등.
참람하다... 나이 좀 든 한국 남녀 치고 이 시를 읽고 멀쩡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당신일까 나일까 옆집일까 앞집일까? 눈물을 숨기거나 머리를 흔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 시대의 고려장!
"애비야, 집에 가서 같이 살면 안 되겠니?"
먹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