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여행기(1)
7월 20일 카메라 두 대를 넣은 배낭은 무거웠다.그러나 마음은 가볍고 행복했다.
아마 9일간 여행이 끝나고 시커먼 얼굴로 집에 들어와 벌거벗고 침대에 눕는 순간
“아.. ! 편하다.!” 짧은 탄성을 지르며 더 행복할 듯하다.11시간의 비행시간은 내
한계를 막 넘어가는 시간이다.몸을 이리 비틀고 다리를 저리뻗어도 눌려진 용수철
처럼 자세가 삐뚤어져있다. 몸의 신경다발이 피부를 뚫고나와 뱀이 나무를 감듯 내
몸통을 조이고 있는 듯하다. 여행의 기대감과 흥분도 좁은 내 기내 석에서는 몸과
함께 코푼 휴지 처럼 꾸겨져있다.몇 년 지나 더 늙으면 이런 여행마저 할 수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하니 그래도 좀 위안이 된다. 터키 날씨도 만만치 않게 덥다. 해는
더 따가운데 바람은 축축하지 않아 그늘에 앉아 있으면 눕고싶어진다.주택가 그늘
진 곳엔 틀림없이 고양이가 앉아있고, 가로수 아래 좁은 그늘에는 누런 개들이 네
다리 쭉 뻗고 누어있다. 마치 인도에소가 여기저기 어슬렁 거리 듯. 길거리 카페
의자엔 사람들이 차를 마시고 있고, 길거리 오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행객 처럼
보인다. 이 더위에 여행객은 왜 이리도 많은지...이스탄불 번화가에 어슬렁거리니
길가에 아이스크림 장사가 소리를 친다. “쫀득이 있어요.!“ 한국말로 말한다.중
국가면 중국 사람은 나보고 중국인인줄 알고 중국말로 말해 당황스러운데,터키에
오니 어찌 알고 한국 말로 말을 거는지. 형제의 나라가 맞나보다.돈두르마는 옛날
겨울에 눈을 동굴에 보관했다가 여름에 살렘 나무 뿌리 가루를넣고 설탕과 우유를
섞어 먹는 것이 원조로 살렘이 응고제 역할을 하여 아이크림 떠주는 숟가락에 쩍쩍
달라붙는다.손님이 아이스크림을 받으려면 숟가락을 올려 아이스크림을 손에 잡으
려는 손님을 당황하게하며 웃음을 준다. 맛은 아이스크림 맛이고 가격은 길거리 가
격이다.뜨거운 햇살에 몸이 오징어 처럼 오그라들며 말라온다. 배낭에 물병을 꺼내
마시니 겨울에 샤워할 정도로 따끈해 커피타 마실 정도다.차가운 냉커피 한 모금
이 생각난다.때 맞춰 들어간식당에는 곧 시원한 물과 빵이 나온다.이나라 사람은
절대로 하루 지난 빵은 먹고 개나 고양이를 준다고 한다.한 입 빵을 씹으니 촉촉
하고 쫄깃한 맛이 신선하다' 터키는 세계에서 중국 프랑스 다음으로 3대 미식..
케밥(kebab)이 나온다. “꼬챙이에 끼워 불에 구운 고기”라는 뜻으로 구운 고기
와 야채가 접시에 담겨있고, 수프가 함께나온다.그 밖에 쉬시,이스켄데르,아다나
(고기를 다져 매콤하게 숯불에구워 접시에 밥과같이 먹는 케밥),그리고 고등어를
구워 밥과 먹는 케밥이 있는데 우리나라 고등어구이 백반과 같다. 고기는 돼지를
빼고 주로 소 양 닭고기, 고등어 등을 먹는다. 대체적으로 음식이 짭짤한데 라마단
끝나고 축제를 열며 굶었던 음식을 많이 먹기 위해 짜게 먹고 후식은 달게 먹는다.
식사 후에 홍차나 커피를 마신다. 오스만 문화 중 튤립 정원에서 흘러나오는 커피
향기는..?이슬람교에서는 술을 마시지 못하도록 해서 오스만 제국에서는 술 대신
에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문화가 발달했다. 여자가 끓여준 커피 맛을 보고 남
자가 결혼을 결정할 정도로 커피를 즐겨 마셨다. 남자가 맘에 들면 여자는 커피에
설탕을 넣어 달콤하게 끓였고 맘에 안 들면 커피에 후추를 넣어 싫다는 뜻을 표현
했다.그들의 커피 사랑은 이렇게 표현한다.“커피는 지옥처럼 검어야하고 죽음처럼
강해야 하며 사랑 처럼 달콤해야 한다.”식사를 끝내고 처음 찾은 곳이 성당이다.이
스탄불에서 가장 높고 가장 웅장하고,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은 성 소피아 성당이
아닐까 생각한다.마침 라마단 마지막 날이라 낮에는 땡볕에 긴 줄을 기다려들어갔
고, 밤에는 조명으로 모스크와 첨탑을 아름답게 비추어 꿈속 궁전처럼 보였다.이스
탄불의 명물 중 하나는 그랜드 바자르다.실크로드로 동서양의 상인들이 오가며 터
키의 아라랏산 아래를 거처 이스탄불에서는 시장을 이루었다.옛 모습에 좁은 골목
길로 얽힌 상가는 무척 복잡했다.오래전 서울 남대문 시장처럼 보였다. 서너 평 정
도의 가계들은 비슷비슷하게 빽빽하게 숨 막히게 줄지어 있고 나처럼 시장에서 물
건 사는데 흥미 없는 사람은 그냥 사람들만 쳐다보다 나왔다. 이곳에서 주의 할 점
을 들었다.물건 값 흥정은 절반부터 하고 가격을 알고 난 후에는 다른 가계에서 재
확인 후 구매하기..사람과 부딪치면 빨리 지갑이나 가방부터 확인할 것..가급적 비
싼 물건은 사지 말 것...먹는 물건은 꼭 유통 기간을 확인할 것...그리고 물건을 구
매한 후에 타인이 구매한 같은 물건의 값을 알려하지 말 것..길 잃지 않으려 큰 길
을 확인한 후 골목을 들어갔다 되돌아 나올 것... 등..이스탄불의 밤은 단조로웠다.
한 낮의 열기는 어둠에 묻혀버리고 시원한 검은 바람이 나뭇잎을 흔든다.둘러봐도
깜빡거리고 번쩍거리는 네온 불빛은 없다.그저 조용히 창가에서 새어나오는 희미
한 불빛이 차분하다. 전력 사정이 나쁘다지만 그보다 이슬람 종교적으로 유흥 문
화가 적은 탓이리라...그래도 밤에 사람들이 제법 모인다는 보스포러스 해협 다리
아래로 갔다. 사람들이 듬성듬성 앉아 컴컴한 바다에 눈을 돌리고 가늘게 들리는
노래 소리에 귀를 기우린다. 늘어지는 노래 가락이 이슬람의 아잔 기도소리 같다.
이런 곳에서 싸이의 강남 스타일 노래를 크게 튼다면 어떨까...?내 옆 테이블에
차도르의 여인과 한남자가 앉았다.힐끔 곁눈으로 차도르의 검은여인을 훔쳐봤다.
밝지 않은 불빛 아래 차도르의 검은 색은 모든 색을 끌어당기고 모든 향기를 흡입
하고 모든 생각을 지워버린다.훅 부는 바닷 바람에 검은 여인의 체취가 내몸을 흔
든다. 머릿결도 코도 입도 검은 차도르 속에 숨겨져있고 오직 두 눈빛만 차도르에
서 반짝거린다.오직 캄캄한 밤하늘에 홀로 빛나는 맑은 별처럼..내 눈빛이 그녀의
차도르 속 열린 눈으로 찌르듯 들어간다. 그녀의 얼굴을 그려보다 목선을 돌아 가
슴 까지 그려본다.젖무덤 선을 둥글게 그리다 점점 크게 한없이 크게 그리다 문
득 내 몸이 젖무덤 속으로 빠져버렸다.계곡에 향기는 아득했고, 숨은 턱 막혔다.
차도르 여인이 믿는 종교는 이슬람교이고 턱수염 기른 남자가 믿는 종교도 이슬
람교다.터키의 절대 인구가 이슬람교를 믿는다.이슬람교에 대해 알아야 그들의
문화 가 보이고 생활을 알게 된다.(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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