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도깨비와 댓글, 쪽팔
내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랄 땐 도깨비도 참 많았다.
고장마다 다르겠지만 청도깨비, 낮도깨비, 불도깨비도 있었다.
청도깨비는 해를 끼친다는 것이고
낮도깨비는 낮에 나타나지만
불도깨비는 밤에만 나타난다고 했다.
그 도깨비들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는 말들만 무성했지만
내 어머니는 불도깨비에 홀려서 죽을 뻔했다고 했는데...
시어른을 비롯해 시집식구들 스물을 섬기려니
보리방아며 길쌈이며 빨래 등에 영일이 없던 어느 하루,
콩밭 매다가 돌아오는 길에 고개 마루에서 도깨비를 만났다 한다.
빨간 불을 쓰고 이리 가면 이리 쫓아오고 저리 가면 저리 쫓아오고~
그러다가 어지러워서 한동안 정신을 잃고 넘어졌지만
“내가 소태보다 더 쓴 시집살이도 견디는데 도깨비인들 무서울 게 무어냐” 며
다시 일어나 도깨비와 맞짱을 떴다 한다.
그러다가 어찌어찌해서 집에 돌아오긴 했지만
그 도깨비가 하도 궁금해서 낮에 그곳에 다시 가보니
고개 마루에 대추나무 한 그루만 서있고
그 대추나무 가지에 치맛자락에서 풀려나간 실오라기만 엉켜
바람에 날리고 있더란다.
아마도 그건 내가 상상하기로 불도깨비였을 텐데
불도깨비는 사람을 해치지는 않고 장난만 친다고 했다.
펜으로 예쁘게 글을 써서 먼데 있는 얼굴 모르는 이와
글 나누는 걸 두고 펜팔(PenPal)이라 했다.
고운 답글이 오면 마음이 흐뭇하기도 했는데
인터넷 메일이 많이 이용되는 터라
이젠 그런 맛은 사라진 것 같다.
그래서 요즘엔 가끔 쪽팔을 하게 되는데
그건 쪽지가 와서 받아 읽고 답신을 쪽지로 함을 말함이요
이것도 잘만 하면 묘미가 있는데
상대방의 답신에 진정성이 없어 보일 땐 실망스럽기도 하다.
저기요~~~~
어느 분께 여쭈어야하는지 잘 몰라서...
제가 낯을 많이 가리기도 하고..
좀 그런데요..
탁구는 이제라도 배우고 싶거든요.
아가씨 시절에 쬐끔 치다 말았는데...
이제라도 탁구공을 받아쳐낼 수 있는지
잘은 모르겠어요.
하여간.....
어느 분께 도와 달라 청할지 많이 망설였네요.
좋은 옷 입고 가야하는지...?
허드레 옷 입고 가도 되는지....??
이러한 사소한 모든 것들이 궁금하답니다..
혹여 선생님께만 쪽지 드린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지 염려도 되고요...
많은 생각이 드네요...
한참을 생각하다 쪽지 드립니다...
000입니다...^^
그냥 탁구장에 나가시면 반기실 겁니다.
운동복을 입고 나가시면 좋은데
안 그러면 편안한 옷차림도 좋아요.
사진을 보시면 옷차림을 보실 수 있는데
참고하세요.
운동화는 가지고 나가도 되고
그곳에 있는 운동화를 빌려 신어도 됩니다. /나의 답신
사진 속 모습들은 운동복 차림입니다.
그렇다고 운동복으로 모임 장소까지
가지는 않으시겠지요?
그것이 궁금한 거지요...
실은.. 제가 가진 옷이 많지가 않아요.
많지가 않다기보다 별로 없어서요.
그렇다 보니 이래저래 망설이게 되네요..
님의 쪽지를 받고 더 나가야겠다는 오기가 생기네요..
ㅎㅎ..
(내가 이쁘지 못하단 걸 알았나?, 쫌 성의가 없네.. 듬성듬성.)
오든지 말든지~
하여간 여자는 이뻐야 한다니까... 젊으나 늙으나
000입니다 ~~^^
여성들은 평상복으로 오시면서
운동복을 가방에 넣어 가지고 오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참고하세요.
매주 금요일 열 시 반에 시작해요.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에서 내리셔서
종합운동장 안으로 들어오시면 탁구장이 있어요.
더 자세한 건 탁구동호회 공지방의 글을
읽어보시면 된답니다. / 나의 답신
아~~ 네에~~
금요일 10시 30분요.
2호선 종합운동장역...
그러면 귀가는 어떻게 하나요?
그 시간에 만나게 되면 돌아가는 일이
쉽지는 않을 텐데요..
토요일 근무가 없긴 하지만 그래도...
000입니다
운동은 1시 반에 끝나지요.
그러면 모여서 점심을 함께 합니다.
그리곤 각자 집으로 돌아가게 되지요.
물론 회비는 1만 원을 받고요.
참고하시고 나오셔서 함께 즐겨보세요. / 나의 답신
이렇게 해서 탁구장에서 만날 쪽팔은
인연이 되지 못하고 말았지만
이건 도깨비 중에서도 불도깨비 놀음이었다.
왜냐하면
나에게 무슨 치명상을 입히진 않고 장난만 쳐댄 거니까.
그래도 백주에 그런 장난을 쳐대다니
이건 낮도깨비에 분명했다.
카페에 뉴페이스가 나타나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그것도 그게 여성이라면~
그것도 글이 곱거나 분홍색을 띤다면~
그러면 남성들이 대쉬하게 되는데
물론 남들 이야기가 아니고, 나를 두고 하는 말이다.ㅎ
카페에선 게시판에서만 어울리면 안전하다.
모두 보고 있으니까.
그러나 특별히 관심이 가는경우엔 성급하게
쪽지를 발사하게 된다.
물론 남들 이야기가 아니고, 나의 경우이다.ㅎ
사이버세상에서
한 사람을 내사람으로 만든다는 게 그리 쉬운가...?
내사람을 만든다 한들 그가 무슨짓을 하는지 알겠는가...?
결코 쉽지 않다.
사람을 사귀려면 나와 오감(五感)이 맞아야 한다.
색, 수, 상, 행, 식~
그래서 오프라인에서 만나봐야 하고
그것도 오래오래 사귀어봐야 한다.
눈에 든다 하더라도 손목 한 번 잡아보려면
적어도 3년은 걸리더라.(물론 나의 이야기다.ㅎ)
그러나 사이버 상에서는 글로만 나타나니
상상으로 느낌만 감지된다.
파스텔화 톤의 이성.
그건 실체와 사뭇 다른 것임에도
거기에 매달리면 낭패보기 십상이다.
그냥 대명천지에 건조하게나마 어울려나가야 한다.
그렇지 아니하고 매달리면?
그건 佛家에서 말하는 집착에 다름아니다.
삶의 방 선남선녀들이시여!
남의 삭신 집적거리지 말고
대명천지에서만 어울립시다.
첫댓글 놀랍습니다.여성도 쪽지를 보내는군요.
여성에겐 가입인사만해도 쪽지가 옵니다(60대까지만)
사연은
1위:아내가 아파서 일이십년째 각방을 쓰는 성실한 공직자
2위:재산도 월수입도 많은데 열심히 달리기만 했더니 문득 외로워진 남자
일찌기 어머니께서 거절도 반응이라는 가르침을 주셔서 무응답 삭제.
그후 사연도 안 궁금해서
무클릭 삭제합니다
남성들은 여성이 반응하기만 하면
발동이 걸립니다.
다 그렇다는건 아니고
제가 그렇습니다.ㅎ
그렇다고 같이 어울리는 마당에 교감하지 않을수도 없지요.
결국 남성들은 그게 헛짓이란걸 깨달아야 하고
여성들은 자중자애할 일이겠지요.
카페에 도깨비 글은 저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 도깨비는 죽이 맞는 짝을 찾아 공을 들이는 도깨비였습니다
오프모임도 석연찮은 건 마찬가지 일 것 같습니다
영향력 있어 보이는 사람의 말은 믿을 확률이 많지요
카더라를 나르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제가 그랬다니까
따라쟁이 하시나요?
하긴 글이 좋거나 비쥬얼이 괜찮으면
관심이 왜 안가겠어요.
그런데 오프모임에서 한두번 만났어도
사람 분별하긴 어렵지요.
카더라는 그냥 흘려버리면 될테고요.
@도반(道伴) 그 두 도깨비가 지금은 잠잠합니다
@작주 무0 ㅎㅎ
선배님
남녀 도깨비 얘기 재미나요
전깃불있는 도시에서나 재미있지 나처럼 시골아이에게 도깨비는 무서웠어요.밤에 시골 화장실은
어머니손잡고 가야해요
@솔솔솔 ㅋㅋ
그때 그 도깨비는
손잡은 어머니도 무셔운 거구요
요새 도깨비는
이쁘고 잘생기고 능력있고 친절하고~~~~~
까딱하다간
우리 모두가 상대에게 도깨비가 되기도 할거같아요
사실
카페는 정말 겁나는 장소거든요
ㅎㅎ
인터넷카페에서 그런 일들이 있군요
저는 98년도에 처음 인터넷카페를 안 이후
단 한 번도 오프모임에 나가본 적 없습니다
쪽지야 어쩌다 주고 받지만
그 것도 제가 먼저 보낸 적은 없습니다
오는 쪽지에 내용을 보고 답을 하지요
주요 교신수단은 댓글과 답글이지요
그거면 족하지 않나요?
오프모임은 오로지 아는 사람들하고만
학교 동창들, 동업자 모임, 오랜 친구들
직장 동료들, 집안 내 동기간들, 기타 등등
그 것만 해도 바쁘던데요
뭐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까 그러는거지요.
이것저것 궁금해 하는 분들에게 선의로 안내하고싶기도 하고요.
사이버도깨비와 옛날 도채비는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르지만
어렸을 때 날아다니는 도채비불은 많이 봤지요.
40여 년 전에
친척 할머니가 도채비 불에 홀려
언덕배기 아래로 굴러 떨어진 일이 있었죠.
몇 달 뒤 돌아가셨어요.
"도채비 불에 홀렸다."는 말들이 많이 떠돌던
시절이었지요.
원시적인 공포라 할까요?
혹을 떼고 붙이고 하는 익살스런 도깨비는
동화 속에서만 나오겠죠.ㅎ
도깨비가 표준어이고
도채비는 제주도 방언일겁니다.
예로부터 이상한 짓을 하면 도깨비 같다고했지요.
실제 도깨비 불이 있는데,그건 인이 자연 속에서 습기를 받아 자연발광하는 현상이라지요.
예. 제주도에선 도채비라고 부르죠.
과학적으로는 인의 발광이라고 알고는 있는데
바다 위에서 떼지어 날아다니는 불도
많이 봤지요.
그시절에는 샤머니즘도 한 몫 했고
섬이라는 특수성도 있고.
바다 위에서 날아다니는 불~
내륙에서도 고흥 앞바다에 고기떼가 몰려오는 밤이면 날아다니는 불로 장관을 이루데요.
제가 열 살 쯤 무렵이니
아득한 옛 일이지요.
바다에서 동네에서
마구 날아다녔죠.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무서워
오줌 싸러 나가지도 못했던....
그친구들 지금은 다 할망구가 됐네요.
ㅎㅎ
이제는
장난질하는
불도깨비가 없어졌으니
조용한 분위기가
되겠지요
없어지면 다시
유사한게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호랑이 없는 골에
토끼가 날뛴다고 하니까요.ㅎ
두고봐야겠지요.
하하~ 여러 의미심장한
말씀을 잘 읽었습니다.
사이버세상은 여러 가능성이 있으니 조심도
해야겠지만,
저는 젊었을 때 재미난
일도 있었답니다 하하~♡
맞아요.
재미난 일도 많지요.
여기 아니면 공원에 나가서
남들 장기 두는거나 들여다보기도 할겁니다.ㅎ
이사님 이니까 경험 풍부하실 듯 삶방에 올려 주서요
건의방에 무엇이 해결 됐다는 섯인지도 궁금했어요
도깨비불은 음산한 저녁에 멀리 산밑이나 그런곳에서 보이는데 바람에 이리저리 날기도하고 그러나 그건 서기라고 나무썩은것에 햇빝을 받아 있다가 밤이깊으면 빛을내는거더라구요
맞아요.
나무가 썩었다면 오래되었다는 거고
그곳엔 동물들이나 사람의 시체가 많이 묻혀있을 수 있는거지요.
그러면 거기서 인이 승화하면서 습기를 받아 발화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