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얄리얄리얄리얄)
오랜만에 쓰는 글인데
난데없이 진지한 글일까 싶어
머뭇. 하다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 ㅋㅋㅋ
(조금... 진지해요)
8번째 글. 어쩌다 출가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모른다지만
절에서 살게 될 줄이야. ㅋㅋㅋ
인생 계획에 없던 출가생활.
나는 어쩌다 절에 살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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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 온 삶은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된다.
나는 행복을 찾아 다니며 살아 왔다.
싸움이 끊이지 않는 우리 집이 싫었기에
어렸을 때 꿈은 ‘나는 행복한 가족을 만들거야.’ 였다
진짜 그런 꿈을 꿨냐며
놀라는 친구도 있었지만
정말 내 꿈은 행복한 가족 만들기였다.
내가 태어나는 가족을 선택할 순 없었지만
2번째 가족은 행복한 가족을 갖고 싶었다.
행복한 가족만 있으면
행복해질 것 같았다
뭐 그때야 당장 결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막연하게 그렇게 생각하며 지냈었다
청소년기가 지나갈 때쯤
구체적으로 행복을 찾아 다니기 시작했다.
좋은 대학, 자유, 친구, 남자친구, 좋은 직장, 여행, 승진, 결혼, 취미생활, 돈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행복을 찾아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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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좋은 대학
방황과 우울의 시간을 지나다가
고2 겨울방학, 이제 공부를 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겨울방학 내내 수학 문제집 한권을 몇번이고 다시 풀었고
모의고사 성적이 수직상승했다
그렇게 남들이 말하는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
보수적인 집안 안에서
어려운 가정 형편에 재혼가정이었던 우리 집은
알게 모르게 무시당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대학 합격 발표 후
아빠의 어깨가 한없이 올라갔던 기억이 난다.
행복으로 가는 열차
를 탄 것 같았다.
2. 자유, 친구, 남자친구
재혼 가정 딱지가 붙을까 싶어
걱정이 됐던 엄마는 우리를 엄하게 키웠다.
엄하게 키웠다,
정도가 아니라
일상의 자유가 없었다.
친구들과 노는 것도
텔레비젼 보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고
눈에 띄면 잔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주로 방안에 있었다.
(숨이 막힐 것 같아 가출 시도도 1회 했으나,
저녁밤을 넘기지 못하고 귀가 ㅋㅋ)
그렇게 살았던 나였기에 대학을 가며
집을 벗어나 살게 되자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대학 1년 내내
친구들도 실컷 만나고
밤새 술마시고 연애도 실컷 했다
그런데 그 순간에는
들뜨고 재밌지만
그 감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엄마의 구속만 없으면
내가 자유롭게 살기만 하면
아무 문제 없이 즐겁게 살 것 같았는데
외로움, 허무함, 우울함은
여전히 함께 있었다
3. 좋은 직장, 해외 여행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취업했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벌고 보람도 느꼈다.
내가 원하던 인생이었지만
어느 순간 그것은 일상생활이 되었고
그 안에서 공허함을 느꼈다.
그때부터 해외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프랑스, 베트남, 태국, 미얀마, 미국, 싱가폴, 홍콩, 캄보디아, 스페인
새로운 환경에서 자유롭게 다니는
여행이 좋았다.
한 여행이 끝나면 다음 여행 계획을 세우며
일상을 채워갔다. 삶이 재밌었다.
지금도 입꼬리가 올라가는
좋은 추억들이지만
어느 순간이 되자
이제 그만 다녀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재미인지 알 것 같았고
배경화면만 달라질 뿐 같은 것이 반복되는 느낌이었다.
내 삶을 여행이라는 재미로 소비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허무했다.
4. 승진
그때부터 이제 그만 놀고
직장에서 승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이 모두 승진하고
나만 뒤쳐지면 불행하지 않을까.
젊을 때 열심히 살아야하지 않을까 싶어
경쟁 속에서 이기려고 애썼다.
그렇게 눈에 보이는 경력들은 늘어났지만
의문이 들었다.
내 인생을 갈아넣어
그 자리를 얻으면 행복할까?
그 정도의 가치가 있을까?
먼저 그 자리에 올라가 있는
사람들은 행복해 보이지도 않았고
내가 그런 모습이 되고 싶지도 않았다.
5. 결혼
그렇게 뒤늦은 방황의 시기를 보낼때
만나던 사람과의 결혼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주위 친구들도 결혼을 하기 시작했던 시기였고
자연스럽게 평범한 삶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결혼이 다가오며
불안하고 답답해하는
내 마음을 외면하고,
내가 이상한 것이라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그토록 원했던
평범한 삶.
그 속에 나를 억지로 끼워맞추고 싶었다.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나에겐 더 중요했다.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마음과 함께
결혼식을 했고, 얼마가지 않아 헤어짐이 있었다.
내 삶이 무너진 것 같았던
그 시간이 너무 힘들었지만
나에 대해 충분히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에게 결혼은
내가 가지지 못했던
행복한 가족에 대한
환상이었다.
6. 돈
깊은 터널 속에 잠겨 있다가
시간이 지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때부터 각종 취미생활을 하며
내 삶을 채워나갔고
페미니즘을 접하면서 여러가지 변화가 있었다.
그때쯤 나는
재테크에 관심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1인가구로 살아 가려면
내 집마련을 해야겠구나.
경제적 자유가 필요하겠다 싶어
씨드머니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집마련에 목을 매며
미친듯이 돈을 모으던 때,
친구가 집을 샀다.
그 집에 초대받아 갔던 날,
내가 사는 곳과 비교가 되는
좋은 집과 가구들이 있었다.
내가 목표로 하던 것들이었지만
부러움 대신
만약 이 집이 내 집. 내 명의라면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은 행복하겠지만
그또한 일상이 되어갈 것 같았다.
또다른 행복을 찾아 헤맬 것 같았다.
진짜 먹고 싶었던 과자를
막상 먹고 나니 속이 더부룩한 것처럼.
내가 너무 갖고 싶은 것도
막상 가지면
그 때 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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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행복을 찾아 다니며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시간을 소모하며 살고 있다 느껴질 때
우연한 계기로 ‘깨달음의 장’을 가게 됐다.
그곳에서 나는
내 마음 속 행복의 열쇠를 발견했다.
종교로서의 불교가 아닌
수행으로서의 불교를 만났다.
불상에 절하고 소원을 비는 것이
불교인 줄 알았는데
정토회에서 만난 불교는 달랐다.
마음의 이치를 공부하고 연습하는
수행은 내 삶의 변화를 가져왔다.
물론 수행은 안밖이 없어서
출가해야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집중해서 공부하고 싶어 백일출가를 했다.
어떤 것도
얼마안가 지겨워져 버리고
무의미하다 생각드는 내가
2년 넘게 이 곳에서 마음 공부를 하고 있다.
신기한건 하면 할수록
허무함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느낌.
삶이 가볍고 행복해지는 중이다.
+여기서 나가서도 수행은 계속 할 생각 ㅋㅋ
덧.
수행이 뭔지 궁금한 사람 있을까봐
스님의 하루에 불교 수행에 대한 내용이 있길래 가지고 옴 ㅋㅋ
매일 법륜스님의 하루가 글로 업로드 되는데
깨알같이 살아가는 이야기에 동기부여도 되고
좋은 내용도 많이 나옴! 추천!
https://m.jungto.org/pomnyun/view/84147
첫댓글 뭐야 글이 술술읽혀...
2 나 원래 글 안읽혀서 5줄 넘아가면 잘 안보는데 이건 술술읽었어
와.. 나도 약간 모든것에 회의와 공허를 느끼는 시기라 글이 남다르게 읽힌다.
지금 코로나땜에 왠만한 프로그램 예약은 안되는거 같은데 아쉽다.. 따로 할만한게 있을까? 백일출가는 직장 다니면서는 안되는거지..?
응응 백출은 직장다니면서는 어렵구 온라인 불교대학 입학신청 받고 있어! 온라인이라 접근성도 편하구 ㅎㅎ 불교랑 실생활 연관시킨 주제라 난 좋았음
너무 잘 읽었어! 글이 너무 좋다
재밋다 잘읽고가!!
진짜 글 잘 읽힌다 잘 봤어 여샤!!
와 난 제목만보고 절에 전입신고해서 거주한다는소린줄 알았어
전입신고 해서 거주 하고 있는거 맞아여… 😇 ㅋㅋㅋㅋ
머리가 댕 하네 4.승진 얘기 진⃝짜⃝ 지금의 나같애 근데 미래의 승진후 내모습은 생각해본적없는데 다시생각해보게된다 .. 글 고마워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정토회 출가 공동체에서 살고 있어! 머리는 길렀지만 출가해서 산다고 생각하고 있어 새벽예불 드리고 정진하고 ㅎ
너무 좋은글이다 고마워
여시가 지금 정말 행복한게 느껴지네! 좋은 글 고마워
아 난 여시가 쓴 글에 몰입되서 눈물나와...진짜...여시야. 무슨 말을 해야될지 모르겠는데..고마워정말. 계속 행복해야돼!!
와.... 잘읽었어
멋지다 여시야!! 고마워 많은 생각이 들게한다
와 여시 진짜 열심히 살았다는 게 느껴져 목표를 잡으면 도달하기까지 엄청 열심히 치열하게 살았네 평소에 불교에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가끔 쩌리에 올라오는 불교 관련글 읽고 그랬는데... 정토회 첨들어봤는데 되게 신기하고 궁금하다ㅋㅋ
여시글 읽고 정토회를 알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
여름에 지금 하는 공부가 끝나면 가을에는 나도 미음공부를 시작해 보려해.
나도 행복을 찾아서 사는 스탈인데
예전부터 관심은 있었지만 정보를 찾기 어려웠던 불교에서 마음공부하는 법을 자세히 알려줘서 정말 고마워 😊
여시 앞날에 행복이 가득하길 기도해
근데 여시 살아온거 읽어보니 이미 수행중이엇던거같아 ㅋㅋㅋㅋ 너무 부지런하고.. 알차고 목표에 따라 행동하는 ... 그래도 마음까지 편안하고 행복해지는 중이라니 넘넘축하해
여시진짜열심히살았다..그리고멋있어
진짜로 정말로 잘 읽었어! 단단한 어른이 된 것 같아서 멋지다 여시야
법륜스님글도 좋다
진짜멋있다
여시야 진짜 멋있다!!! 잘 읽었어!!
글 잘 읽었어! 비록 종교는 다르지만 옛날부터 불교의 수행에 대해서 많이 관심 가지고 있는데 이 글 읽으니까 너무 좋다. 여샤 행복하자!!
멋있어... 나도관심생긴다
우와…멋있는 인생이다 여시..그동안 나를 찾는 모험을 계속해왔네
여시야.. 글 보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한다 여시 얘기 더 듣고싶어 많이많이
여시!!! 글고마워!!!! 스님글도 알려줘서 고마워!!! 항상 행복하길 바라!!
나도 고마워 행복하자 ^^
와 마음 심란한 상태에서 여시글 읽었는데 많이 위로가 된다ㅠㅠㅠ어릴땐 작은것에도 행복을 느끼던 내가 요즘은 해외여행도 재미가 없고 취미생활 뭘 해도 재미가 없고 일도 지겹고 쇼핑을 해도 해도 채워지지않는 공허감같은걸 느끼고 있었는데 여시글 읽으니까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싶고 나도 종교를 가져볼까 싶기도 하고ㅠㅠㅠ여시글을 읽으니까 여로모로 위로가 됐어! 고마워! 여시두 계속 행복하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