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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unikorea21.com/?p=11661
북녘 배낭여행 1
설레는 북한으로의 첫 여행, 어느 곳을 가 볼까 고민하다가 우리에게는 개성공단으로 익숙한 개성지역을 방문해보기로 했다.
개성시는 황해북도 남부에 위치해 있고, 남한 기준으로는 경기도 북서부에 위치해 있다. 서울에서 북서쪽으로 불과 78km 떨어져 있어 주말을 이용해 1박2일 여행하기에 적합했다. 첫 여행인 만큼 이번여행은 가이드와 동행하기로 했는데, 약속장소인 개성역에 도착하니 가이드가 마중 나와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관광지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가이드가 개성에 대한 소개를 해주었다. 개성은 면적이 약 179㎢이며 현재 행정구역이 27동 2리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고려의 옛 도읍지인 만큼 문화유적이 많은 역사도시라고 한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첫 코스인 개성역사유적지구에 도착했다. 개성역사유적지구는 201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으로 12개의 개별유적인 개성 남대문, 개성 성곽, 개성 첨성대, 만월대, 고려 성균관, 숭양서원, 선죽교, 표충사, 왕건릉, 7릉군, 명릉, 공민왕릉이 있는 곳이다. 지난해 <KBS>에서 방영했었던 고려 말, 조선 초를 그린 사극드라마 ‘정도전’을 재밌게 봤었다. 정도전이 고려의 마지막 희망으로 보았던 공민왕의 사랑이 깃든 공민왕릉, 정몽주가 죽은 장소인 선죽교 등의 그 시기 관련된 유적들을 직접 만나 볼 수 있어 반가웠다. 또한 성균관은 고려박물관이 되어 고려시기 유물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고려의 유적지에 와서 고려의 유물을 보고 있자니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가이드 말로는 고려시기 유적들이 집약되어 있어 요즘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많다고 하였다. 한 지역 내에서 많은 유적들을 둘러보다 보니 남한의 경주역사유적지구와 비슷한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다.
“박연폭포, 하늘의 은하수가 거꾸로 쏟아진 듯”
또한 개성역사유적지구에서는 유적들과 더불어 천연기념물도 만나볼 수 있었다. 성균관 마당에는 북한에 있는 느티나무 가운데서 대표적으로 오래자란 ‘성균관 느티나무’가 있었다. 성균관에서 북서쪽으로 500m 떨어진 인민군열사묘 앞에는 ‘개성 자목련’이 있었는데 이 또한 북한에 있는 자목련 가운데서 제일 큰 나무 중 하나라고 한다. 잘 보존된 나무들은 주변의 문화재들과 어울려 보기 좋은 경관을 만들어 주었다. 아직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은은히 풍겨오는 개성 자목련의 자줏빛 향기를 맡으며 다음 코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두 번째 코스로는 개성시 북부 박연리에 위치한 박연폭포를 방문했다. 박연폭포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폭포로 북한에서 이름난 3대 명폭포 중에 하나라고 하였다. 박연폭포는 성거산과 천마산 사이의 골짜기를 따라 흘러내리는 폭포로 높이 37m, 너비 1.5m라고 하는데 이 폭포는 다른 폭포보다 물이 떨어지는 속도가 빠르고 물소리 또한 큰 편이라고 했다. 웅장한 폭포는 깎아지른 듯한 벼랑과 사방에 병풍처럼 둘러선 층암절벽에 안겨 있었는데 폭포 주변의 봄 마중 나온 진달래들과 어울려 더욱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16세기 여류 시인인 황진이는 박연폭포를 두고 “한줄기 냇물 구렁에 내리꽂혀 / 백길 용소에서 물살이 솟구치네 / 하늘의 은하수가 거꾸로 쏟아진 듯 / 흰 무지개가 비껴 드리운 듯 / 물소리 골 안에 우레를 일으키고 / 물방울 공중에 구슬이 흩어지네 / 여산이 좋다고만 말하지 마오 / 천마산의 이폭포 누리에서 제일이오”라는 시를 남겨 놓았다고 한다. 아름다운 박연폭포를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물안개 피어오르는 박연폭포 아래에서 장관을 보고 있다 보니 정말 신선놀음이 따로 없는 것 같았다.
저녁은 개성무찜, 기념품은 개성초물제품
첫날 일정을 마무리하고 저녁식사 시간, 개성지역의 대표적인 전통음식이라는 개성무찜을 맛보았다. 사실 무찜이라길래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는데 특이하게도 개성무찜에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가 모두 들어가 있어서 그 풍미가 무척이나 좋았다. 개성무찜과 함께 개성고려인삼주를 곁들였다. 개성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려인삼의 원산지인 만큼 개성고려인삼을 원료로 인삼주, 인삼화장품 등의 다양한 상품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개성고려인삼주는 마실수록 감칠맛이 나서 음식의 맛을 한층 돋우어 주었다. 숙소는 역사도시인 개성에 온 만큼 일반호텔과 달리 특색 있는 개성민속여관에서 묵기로 하였다. 개성민속여관은 조선식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 곳인데, 옛 한옥을 호텔로 개조하여 객실이 온돌방이었다. 꽃샘추위가 아직 물러나지 않아 여행하는 동안 제법 쌀쌀하였는데 뜨끈뜨끈한 온돌방이 여행의 피로를 풀어주었다.
이튿날, 아침을 먹으며 이번 개성여행을 기념할 만한 기념품을 구입하고 싶은데 무엇이 좋을까 물어보니 개성초물제품이 좋을 것 같다고 추천해주었다. 개성초물제품은 원래 개성 고장농민들이 생활도구를 자체로 만들어 쓰는 데로부터 발생한 것인데 오랜 기간 전통적으로 계승·발전되어 지금은 개성지역의 특산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한다. 식사를 마친 후, 초물제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가보니 돗자리, 방석, 가방, 바구니 등의 다양한 초물제품들이 많았다. 개성초물제품 중에서도 아름답게 수놓아진 꽃돗자리가 마음에 들어 하나 구입하였다.
마지막 코스로 판문점에 들러보기로 하였다. 북한 지역의 판문점은 황해북도 판문군 판문읍에 위치해 있고, 개성에서는 8㎞ 떨어진 곳에 있어 금방 도착하였다. 남한에서는 예전에 몇 번 판문점에 방문한 적이 있어 판문점 자체는 생소한 곳이 아니었다. 그러나 전에는 남한 쪽에서 북한을 바라봤었는데 이번에는 북한 쪽에서 남한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 기분은 사뭇 생소하게 느껴졌다.
판문점을 마지막으로 첫 북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이번여행을 되돌아보니 개성지역은 문화유적지와 자연관광지를 두루 둘러볼 수 있었던 곳이라고 생각되었다. 참 만족스러운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는 느낌과 개성 외의 북한 방방곡곡을 더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다음 북한 여행은 어느 곳이 좋을까?’
박지혜 / IPA 온라인 홍보단
북녘 배낭여행 2
소풍가기에 안성맞춤인 봄! 북한으로 당일치기 봄나들이를 다녀오기로 했다. 이번 여행은 황해남도 지역을 둘러보기로 결정했다. 그 중에서도 서해안을 끼고 있는 해안 도시, 과일군과 용연군, 옹진군, 그리고 해주시를 거치는 코스로 짜보았다.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더욱 알찬 여행을 보낼 수 있도록 황해남도에 대해 자료조사를 먼저 해보았다. 황해남도는 한반도 중서부에 위치해 있으며 동쪽은 재령강을 경계로 황해북도와 접해있고, 예성강을 경계로는 개성시, 서쪽·남쪽은 황해, 북쪽은 대동강을 경계로 남포와 접해 있다고 한다. 면적은 8,450.3㎢이며 현재 행정구역은 1시 19군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또한 황해남도는 산지가 많은 황해북도에 비해 평균 해발고도 86m로, 대부분이 평야와 구릉지대로 이루어져 있으며 연평균 기온이 10.1℃로 북한 북반부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때문에 봄이 일찍 찾아오고 가을이 늦어지며 여름과 겨울기온이 높다고 한다. 따뜻한 봄나들이를 다녀오기에 적합한 지역이라는 생각에 출발하기 전부터 설레었다. 황해남도는 내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몽금포 사취, 반짝반짝 금가루 뿌려놓은 듯
첫 번째 여행지인 과일군에 도착했다. 과일군의 군 소재지 과일읍에서 가장 먼저 만난 것은 지명 유래가 적혀있는 표지판이었다. ‘과일군’, 이름만 들어도 새콤달콤한 이 지명은 세계적으로 큰 규모의 과수종합농장이 있는 곳이여서 과일군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정말로 과일이 많아서 과일군이라니, 지역의 특색을 바로 나타내는 재미있는 지명에 웃음이 났다.
지명유래를 보고 웃으며 조금 걷다보니 천연기념물 제145호라는 과일군 은행나무를 만나볼 수 있었다. 암나무, 수나무 두 그루로 이루어진 과일군 은행나무는 1040년경 심어졌다는데 암나무의 뿌리목둘레가 9.5m, 수나무의 뿌리목둘레가 12m로 1,000년 가까운 세월을 함께 살아왔다고 한다.
과일군 은행나무를 감상한 후, 과일군의 대표관광지인 과수종합농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착하자마자 너른 벌판에 펼쳐져 있는 과수농장은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큰 규모의 농장을 보고 놀란 내게 농장원은 과일군이 북한 주요 과일생산지 중의 한 곳이라고 알려주었다. 아직 시기가 일러 과일이 주렁주렁 달린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복숭아꽃과 사과꽃 등 각종 과일나무들이 피어낸 꽃들의 향연이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었다. 다음번에는 여름에 방문할 것을 기약하며 두 번째 여행지로 향했다.
두 번째 여행지로는 용연군 몽금포를 방문했다. 몽금포는 용연군 소재지에서 북서쪽으로 약 12km 떨어져 몽금포리, 순계리, 장산리 지역의 해안에 전개되어 있는 곳으로, 예로부터 서해안의 대표적인 명승지로 유명한 곳이다. 햇살을 받은 몽금포의 사취는 반짝반짝 금가루를 뿌려놓은 듯 눈이 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몽금포는 ‘금사십리’로 불린다고 한다. 또한 몽금포에는 코끼리바위, 고래바위, 마당바위, 병풍바위 등의 기암괴석과 해식굴이 늘어서 있었는데 그 중 코끼리바위가 가장 인상 깊었다. 천연기념물 제143호라는 몽금포 코끼리바위는 바다의 침식작용과 풍화 및 해식작용에 생기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 모양새가 꽤나 코끼리를 닮아 마치 코끼리가 코로 바닷물을 마시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몽금포의 절경을 한껏 감상한 후 다음 여행지인 옹진군으로 이동했다. 이번 여행 코스에 옹진군을 포함시킨 것은 옹진온천에 들르기 위해서였다. 요즘 피부가 부쩍 거칠어져서 고민이었는데, 옹진온천이 고혈압병, 신경통, 관절염, 피부병 치료에 이용된다고 하여 피부 회복에 도움을 주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옹진온천은 지금으로부터 약 500년 전에 발견되었다고 한다. 천연기념물 제136호로 지정되어 있는 옹진온천은 라돈과 메타규산이 광천의 한계량 이상 함유하고 있는 염화-나트륨천이라고 하는데 평균 수온이 100℃이고 그 가운데서 가장 높은 것은 103℃로 온천 가운데서 온도가 제일 높다고 한다. 고온 온천이라고 하여 너무 뜨겁지 않을까 싶어 입욕하기 전에 지레 겁먹었지만 이용객들을 위한 온천물은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따뜻한 온천에 몸을 푹 담그니 여행의 피로도 싹 가시는 느낌이었다. 옹진온천에서 나오는 길, 기분 탓일까? 피부가 한결 진정된 것 같았다.
옹진군에서 마지막 여행지로 이동하려는데 관광기념품을 파는 상점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띄었다. 구경이라도 해볼까 싶어 가까운 상점에 들어가 보았다. 상점은 김과 모시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넉살 좋은 종업원이 건네주는 참김을 받아먹으며 설명을 들으니 참김과 모시는 옹진의 특산물이라고 한다. 옹진 참김과 옹진 모시는 유리한 자연지리적 조건과 기후풍토로 인해 그 질이 특별히 좋다고 하는데 모시 제품은 아직 계절적으로 이른 감이 있어 바삭바삭한 참김 제품을 몇 개 구입하였다.
별미 해주비빔밥, 수양산 고사리와 황해도 김 조합
드디어 마지막 여행지, 황해남도 도 소재지인 해주시에 도착하였다. 해주시에 도착해 먼저 인천동에 위치한 해주항을 찾았다. 해주항은 과거에 고깃배나 짐을 실은 배가 드나들었던 자그마한 포구에 불과했는데 이후 항구건설이 완공되면서부터 해주시의 중심을 이루어 왔다고 한다. 두 번째 여행지인 용연군 몽금포에서 이미 바다를 보고 왔지만 북적거리는 해주항의 바다는 몽금포의 바다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해주항까지 둘러보고 나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져가고 있었다. 바삐 움직인 하루, 맛있는 음식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해주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해주비빔밥을 먹으러 갔다. 해주비빔밥은 조리법이 다른 지방의 비빔밥과 비슷하지만 나물이나 고기 이외에 해주 수양산에서 나는 고사리와 황해도 특산물인 김을 구워 부스러뜨려 넣는 점이 특별하다고 한다. 봄나물이 들어가 향긋하고 고소한 맛이 나는 해주비빔밥을 맛있게 한 그릇 비우고 이번 여행의 일정을 마무리 하였다.
이번 여행은 당일치기로 다녀와서 조금 빠듯하게 움직였지만 날씨도 마음도 따뜻했던 여행이었다. 봄을 만끽하게 해준 황해남도 여행. 이 봄이 지나고 다시 새로운 봄을 맞이할 때면 나는 또 다시 황해남도를 떠올릴 것 같다.
박지혜 / IPA온라인 홍보단
북녘 배낭여행 3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하여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나와 늦둥이 동생까지 온가족이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할머니의 고향인 강원도 원산을 가보기로 했다. 이어 통천으로 가는 코스로 짜보았는데, 원산에는 원산항이 있어 배를 이용하기로 했다.
원산으로 향하는 배 안, 할머니께서 원산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다. 원산은 분단 이전에는 함경남도에 속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1953년 정전협정체결 이후 북한이 1958년 행정구역 개편을 진행하면서 강원도에 편입되었다고 한다. 인구 36만여 명의 원산은 강원도의 도 소재지로 도의 북부, 원산만 연안에 위치해 있으며 남동부는 안변군, 남서부는 법동군, 북서부는 문천시, 북동부는 동해의 원산만과 면해 있는 곳이라고 하는데 시 면적은 314.4㎢로 도 전체면적의 2.83%를 차지하고 있고, 행정구역은 45동 14리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항구도시이며 북한 수산기지 중의 한 곳이라고 한다. 원산 이야기를 들으며 푸른 동해바다를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원산항에 도착했다.
원산항은 원산시 동쪽 바다 기슭에 있는 항구로 현재 동해안의 중요한 무역항구의 하나로 부상한 곳이다. 갈마반도가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해 물결을 잠재워주고 수심이 깊으며, 아침저녁으로 수면의 차이가 적어 큰 선박들이 정박하는 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타고 온 배 말고도 여러 대의 배들로 북적거리는 원산항을 뒤로 하고 첫 번째 코스인 원산역사박물관으로 향했다.
원산 명승지, 700년 세월의 송도원 솔밭
원산역사박물관은 강원도 원산시 명석동에 있는 역사박물관으로 1952년 3월 10일 창설되었다고 한다. 이곳에는 원시 사회부터 3·1운동까지의 문화유물을 비롯한 각종 자료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유물들의 전시뿐 아니라 역사강연, 이동해설강의, 학술연구발표회 등도 진행한다고 했다. 우리가족들도 이동해설강의를 신청하여 강사님의 설명을 들으며 박물관을 둘러보았다.
두 번째 코스로는 원산동물원을 방문했다. 원산동물원은 10만㎡의 규모로 190종, 1,300여 마리의 동물들이 있는 곳이라고 했다. 다양한 동물들이 있었지만 그 중 70% 정도는 공작새, 앵무류, 꿩, 원앙, 두루미류 등 아름답고 고운 소리로 우는 새들이 있었다. 또한 원산동물원은 바다를 낀 자연적 특성을 이용해 수족관을 더 크게 만들어 바다포유류와 바다와 민물의 어류들을 종합적으로 사육하고 있었다. 동물원은 동생을 위한 코스였는데, 녹음이 우거진 가운데 새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화음을 듣고 있으니 동생뿐 아니라 우리가족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원산동물원을 둘러본 후에는 강원도 원산시 송흥동 바닷가에 있는 명승지인 송도원으로 이동했다. 송도원은 장덕산으로부터 문암, 바다로부터 솔밭을 지나 송천벌에 이르기까지의 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700년 전, 이 고장 사람들이 바닷바람과 모래의 이동을 막기 위해 이곳에 소나무를 옮겨 심었다고 하는데 ‘송도원’이라는 이름도 푸르게 우거져 있는 소나무 숲과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송도원 앞바다는 바다기슭을 따라 너비 40~100m, 길이 2.7㎞의 흰 사취가 띠 모양으로 놓여 있을 뿐 아니라 기슭에서 바다로 100m까지 들어가도 수심이 1.5~2m 정도밖에 안되며 물 온도가 적당해 해수욕하기 적합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19세기 말~20세기 초부터 이용되어 온 북한에서 으뜸가는 해수욕장이라고 하는데, 때문에 여름이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상당하다고 한다. 아직 해수욕을 즐기기에는 이르지만 아름다운 경치를 보기 위해서일까? 송도원을 찾은 관광객들이 많이 보였다. 마식령산줄기의 높고 낮은 봉우리들과 동해의 맑은 바다기슭을 따라 펼쳐진 흰 모래밭, 푸른 소나무 숲과 붉게 핀 해당화 등이 잘 조화된 송도원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바닷가 경치를 이루고 있었다.
송도원을 둘러보다 보니 어느새 저녁놀이 지기 시작하였다. 숙소는 송도원의 한복판에 위치해 있는 송도원관광호텔로 정했다. 짐을 풀고 호텔 내부의 식당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송도원관광호텔은 동해에서 잡은 신선한 물고기로 요리를 만드는 것이 장점이라고 했는데 그래서인지 한 상 가득 해산물 만찬이 차려졌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내게는 모든 음식이 맛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반가운 것은 ‘원산해물잡채’였다. 문어, 전복, 갖가지 조개 등이 들어간 해물잡채는 예로부터 원산 지역이 유명하여 원산해물잡채라고 불린다고 한다. 이따금씩 고향생각이 난다며 할머니께서 만들어주셨던 기억이 나는데, 본고장에 와서 먹으니 감회가 색달랐다.
관절염·신경통에 효과만점, 통천 시중호요양소
이튿날 해가 밝아 통천지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선 강원도 통천군의 동쪽 바닷가에 위치한 호수인 시중호에 들르기로 했다. ‘시중’은 고려시대 으뜸가는 벼슬이름이었다고 하는데, 시중호의 경치가 예로부터 으뜸으로 꼽을 만큼 아름답다고 하여 시중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또한 시중호는 보기에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호수 밑바닥에 4~5m 두께의 질 좋은 치료용 감탕이 깔려있다고 하는데 이 감탕이 관절염, 신경통 등에 약효가 있어 호수 인근에 위치한 시중호요양소에서 이 감탕을 이용한 치료를 한다고 했다. 연로하셔 관절이 약해지신 할아버지, 할머니께 좋을 것 같아 시중호요양소를 들렀다.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치료를 마치신 후, 마지막 코스로 총석정을 보러갔다. 총석정은 통천어항에서 약 2㎞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수십, 수백 개의 현무암 돌기둥과 절벽을 만나볼 수 있었다. 현무암이 풍화와 해식작용을 받아 생겼다는 총석정은 그 모습이 마치 바다 위에 돌기둥을 묶어세운 듯 되어 있었는데 바위 하나하나의 생김새가 너무도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특히 총석정에서 아침해돋이 구경은 황홀할 정도로 멋지다고 한다. 우리가족은 오후에 도착하여 해돋이는 보지 못했지만 다음에 다시 올 것을 기약하며 이번 여행은 총석정을 끝으로 마무리 지었다.
어렸을 적, 할머니께서 “내가 살던 고향은~” 이야기 해주시던 그 고향을 3대가 함께 찾아왔던 이번 여행은 의미가 남다르게 느껴졌다. 푸른 5월, 푸른 동해바다와 함께 한 우리가족의 원산, 통천 여행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박지혜 / IPA 온라인 홍보단
북녘 배낭여행 4
초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때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더위에 지쳐 피곤해진 일상에 여행이 활기를 불어넣어 주기를 바라며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여행지를 찾아보았다. 아무래도 북쪽이 남쪽보다 시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한반도 북쪽 지역을 찾아보다 보니 평안북도가 적합한 듯 했다.
인구 270만명의 평안북도는 한반도 북서부에 위치, 동부는 자강도, 남부는 평안남도, 서부는 서해에 면해 있으며 북부는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 동북지방과 접해 있는 곳이다. 현재 행정구역은 3시 22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도 소재지는 신의주시이다. 시원한 여행이 되길 바라며 평안북도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덜컹덜컹 기차소리가 여행에 설레 두근두근 거리는 내 심장소리와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다 잠이 들었다.
지하수 용해·용식 받은 세계적 천연동굴, 용문대굴
한숨 푹 자고 일어나보니 어느새 평안북도 구장군의 구장청년역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내려 곧장 첫 번째 목적지였던 구장군 용문노동자구에 위치한 용문대굴을 찾아갔다. 용문대굴 입구에서 어느 정도 관광객이 모이기를 기다렸다가 안내원의 안내를 받으며 본격적으로 용문대굴 관광을 시작하였다. 용문대굴은 지금으로부터 4억8천만년 전에 형성된 석회암층이 지하수의 용해·용식 작용을 받아 형성된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희귀한 천연동굴이라고 하는데 1958년에 탄광노동자들에 의해 발견되었다고 한다. 또한 용문대굴은 총 연장 길이가 5km로 북한에서 가장 긴 자연동굴이라고 한다. 동굴 안을 걷다보니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무척이나 시원해 역시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문대굴은 2개의 원굴과 30여 개의 가지굴을 가지고 20여 개의 명소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그 중 만물동과 백화동이 특히나 인상 깊었다. 만물동은 만 가지 물상이 다 모인 곳이라 하여 만물동이라 불린다고 하는데 그 이름만큼이나 박물관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돌고드름들을 만나볼 수 있었고, 백화동에서는 마치 함박눈꽃송이가 피어난 듯한 석순과 돌꽃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황홀하고 신비스러운 절경을 가지고 있는 용문대굴을 보고 있자니 자연의 힘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용문대굴을 둘러본 후에는 구장군의 북부에 위치한 향산군으로 향했다. 향산군에는 북한 5대 명산 중 하나인 묘향산이 있는데 향산군이라는 이름도 묘향산을 품고 있기 때문에 붙여졌다고 한다. 또한 묘향산을 중심으로 많은 유물, 유적들과 명승지들이 있다고 한다.
향산군에서 첫 번째로 들린 곳은 묘향산약수터였다. 묘향산약수터는 묘향산 등산로 초입에 위치해 있었다. 이곳에서 샘솟는 약수는 약산성으로 만성위염, 만성간염, 만성신우염, 만성방광염을 비롯한 일련의 비뇨기계통에 좋다고 하는데 비만증에도 좋다고 해서 날씬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비치되어 있는 컵으로 한 잔 가득 약수를 마시고 발걸음을 옮겼다.
두 번째로 들른 곳은 묘향산역사박물관이었다. 1947년에 개관했다는 묘향산역사박물관은 특이하게도 북한의 이름난 절 중 하나인 보현사 건물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었다. 박물관은 보현사의 대웅전과 만세루, 영산전과 수충사, 종각, 팔만대장경 보존고 등을 포함한 5만여 ㎡의 넓은 부지면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묘향산역사박물관에서는 팔만대장경 판본과 보현사 8각 13층탑 등을 비롯한 다양한 유물, 유적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또한 이곳에서는 보현사금강암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그 모습이 무척 이색적이었다. 보현사금강암은 산마루에서 굴러 내려온 큰 바위에 또 다른 바위가 굴러와 겹쌓이면서 생긴 자연동굴 안에다가 지은 것이라고 하는데 방과 부엌은 바위 밑에 있고 앞면 툇마루부분만 굴 밖으로 나와 있었다.
보현사금강암을 둘러보고 나서는 묘향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라는 비로봉에 올랐다. 비로봉은 해발 1,909m의 높이로 북한 서부지방에서도 최고 높이인 봉우리라고 한다. 사실 비로봉에 오르기 전, 더위를 피해 온 여행인데 너무 덥고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러나 비로봉에 올라 만난 시원한 산바람과 푸른 주단을 펼쳐놓은 듯한 묘향산의 절경은 그 생각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비로봉에서 내려오니 어느덧 저녁이 되어있었다. 하룻밤 묵기 위해 향산군에 위치한 특급호텔인 향산호텔로 향했다. 객실에 짐을 푼 후 저녁을 먹기 위해 호텔 내의 회전전망식당에 갔다. 식당에는 다양한 메뉴들이 있었다. 어떤 메뉴가 좋을지 식당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예로부터 평안북도 지방에서는 만두가 고급음식에 속하고 유명하다며 만둣국을 추천해주었다.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던 만둣국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진달래꽃’ 영변의 약산, 봄철이면 연분홍빛으로!
다음날은 평안북도 영변군으로 향했다. 영변군에서 찾아간 곳은 약산동대였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영변의 약산 진달래꽃/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나보기가 역겨워 가실때에는/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약산동대는 김소월의 ‘진달래 꽃’에 등장하는 바로 그 영변의 약산에 위치해 있는 곳이다. 약산동대는 제일봉, 동대, 학벼루를 비롯한 명소들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김소월의 시처럼 봄철의 온 산을 연분홍빛으로 물들이는 진달래로 이름났다고 한다. 이미 여름에 접어들어 진달래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약산동대에서 가장 높은 제일봉에 올라 약산동대를 감돌아 흐르는 구룡강과 저 멀리 서해로 흐르는 청천강, 대령강과 함께하는 짙은 녹음을 보고 있으니 그 경치도 퍽 황홀감을 안겨주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코스였던 약산동대에서 내려와 집으로 향하기 전, 기념품 상점에 들렀다. 영변지역에서는 영변뽕과 영변약산단이 특산물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상점에는 뽕과 오디로 만든 제품들, 빛깔 곱고 감촉 좋은 비단제품들이 많이 있었다. 제철 맞은 오디로 만든 달콤한 오디잼을 몇 개 구입하고 이번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더위를 피해 간 이번 여행에는 바다도, 계곡도 없었지만 평안북도의 시원시원한 자연환경과 풍치들은 충분한 청량감을 안겨주었다. 뜨거운 여름, 평안북도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박지혜 / IPA 온라인 홍보단
북녘 배낭여행 5
드디어 본격적인 여름방학과 휴가가 시작되는 행복한 7월이다! 휴가를 이용해 친구들과 함께 여행하기로 했다. 우리는 ‘여름휴가’라고 하면 떠오르는 해수욕장이 있는 지역으로 떠나기로 했다. 북한에도 해수욕장은 여러 곳이 있었지만 함경남도 지역에 가면 해수욕은 물론 꽃구경도 할 수 있다고 하여 이번 여름휴가는 함경남도 함흥시와 부전군, 그리고 단천시로 정했다.
첫 번째 여행지는 함흥시. 함흥시는 함경남도 서남부의 함흥만 연안에 위치한 약 556㎢면적의 도시이다. 함흥시의 남부는 동해에 면해 있는데 이 덕에 겨울에는 같은 위도의 서해안지방보다 훨씬 따뜻하고 반대로 여름에는 기온이 좀 낮으며 서늘하다고 한다. 함흥시에 도착해서는 곧장 동해안에 위치한 마전해수욕장을 찾았다. 마전해수욕장은 해수가 유달리 맑고 잔잔하며 수심이 고르게 얕아 예로부터 북한에서 손꼽히는 좋은 해수욕장 중의 한 곳이라 알려져 있다고 한다. 마전해수욕장에 도착하자마자 맑고 푸른 동해바다와 함께 하얗고 깨끗한 백사장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 백사장은 해안을 따라 약 15리 구간에 50~100m의 폭으로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마전해수욕장에는 마전유원지가 있었는데 약 400정보 부지의 이 유원지에는 휴양소, 야영소 및 체육시설 등의 편의시설이 있어 휴가를 즐기기에 보다 편리했다. 그래서인지 해수욕장에는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 일행도 마전해수욕장의 시원한 동해 바다에서 해수욕을 즐겼다.
함흥냉면과 새콤달콤한 가자미식해로 여름입맛 사로잡다!
반나절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물놀이를 하다 보니 출출했다. 함흥에 왔으니 함흥냉면을 먹어보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에 도착했다. 인원수대로 함흥냉면을 주문하는데 종업원이 함경도에 왔으면 가자미식해도 유명하다며 먹어보길 권했다. 잠시 후 기다리니 함흥냉면과 가자미식해가 나왔다. 푹푹 찌는 듯한 더위의 여름이 오면 많은 사람들이 냉면을 즐겨 찾는다. 냉면의 양대산맥으로는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을 꼽을 수 있을 텐데 문득 그 차이가 궁금해 종업원에게 물어봤다.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의 가장 큰 차이는 재료에 있다고 했다. 평양냉면은 평안도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는 메밀을 주성분으로 하고, 함흥냉면은 함경도 지역에서 많이 나는 감자를 이용해 전분이 주성분이라고 한다. 또한 함흥지역에서는 바다와 접해 있어 가자미와 명태 같은 생선회를 얹어먹는 회냉면을 주로 먹는다고 했다.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의 차이점을 듣고 가자미식해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식해는 생선과 곡류로 만든 일종의 젓갈인데 함경도 앞바다에서는 예로부터 가자미가 많이 잡혀 가자미를 이용한 식해를 만들어왔다고 한다. 가자미식해는 싱싱한 참가자미에 소금을 뿌려 절인 후 식힌 좁쌀밥과 무, 파, 마늘, 생강, 고춧가루와 엿기름가루를 섞은 후 삭혀 만든다고 하는데, 그 맛이 새콤달콤하면서도 매콤해 더운 여름철 입맛을 돋우는 데 좋았다.
형형색색 오색화강암, 대형 미술작품 같아
이튿날에는 첫 번째 코스로 백암 부채붓꽃 군락에 가기 위해 부전군으로 이동했다. 부전군 백암리에 위치한 백암 부채붓꽃 군락은 약 10정보의 규모로 자연적으로 형성된 북한에서 가장 전형적인 부채붓꽃 군락이라고 한다. 부채붓꽃은 7월에 꽃이 피기 때문에 보랏빛 수를 놓은 것 같은 아름다운 경관을 만나볼 수 있었다.
백암 부채붓꽃 군락을 둘러본 후에는 또 다른 꽃을 보러 단천시로 발걸음을 옮겼다. 단천시 두연리의 마을 중심에 있는 두연못연꽃이 아름답다 하여 이를 보기 위해서였는데 도착해서 보니 그 소문이 무색하지 않게 정말 아름다운 연꽃들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두연못연꽃이 피어난 연못은 동서 200m, 남북 355m 크기로 긴 원형을 띠고 있었는데 연못의 중심에서는 샘이 솟고 있어 항상 물이 맑고 차며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수심이 약 1m 정도 되어 물속에는 붕어와 잉어를 비롯한 물고기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두연못연꽃을 보러오기 전에 부채붓꽃을 보고 왔지만 부채붓꽃은 부채붓꽃대로, 연꽃은 연꽃대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즈넉한 연못을 물들인 연꽃들의 청초하고 단아한 자태를 감상하며 연못을 한 바퀴 돌고 이번 여행의 마지막 행선지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두연못연꽃이 있는 두연리에서 멀지 않은 증산리의 오색화강암이었다. 같은 단천시에 있어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오색화강암은 증산리에서도 용양과 동암역 사이의 동쪽 산골짜기에 위치해 있었다. 이름 그대로 붉은색, 푸른색, 노란색, 검은색, 흰색 다섯 가지의 색으로 이루어져 있는 바위인 오색화강암은 그 크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컸다. 70~80m의 길이와 150m의 높이로 바닥은 개울물에 잠겨 있었는데 큰 규모의 바위에 다섯 가지 색이 골고루 물들어 있는 오색화강암을 보며 한 친구는 꽃보라를 뿌려 놓은 것 같다 하고 또 다른 친구는 대형 미술작품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나는 조용한 산골짜기 개울에 있는 오색의 바위에 신비로운 느낌이 들어 동화 속 선녀들이 목욕했다는 곳이 바로 이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지혜 / IPA 온라인 홍보단
북녘 배낭여행 6
양강도는 한반도 북부 내륙지대에 위치해 동부는 함경남도, 서부는 자강도, 북부는 압록강과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 접해 있는 곳이다. 면적은 약 13,880km2로 한반도 면적의 6.25%를 차지하고 있으며 현재 행정구역은 1시 11군으로 구성되어 있다. 양강도는 독특한 지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북한지역은 남한지역에 비해 산지가 많은데 북한 내에서도 북쪽에 위치한 양강도는 평균해발이 1,338m로 대부분의 지역이 고원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한반도의 지붕을 이루고 있는 가장 높은 지대인 것이다.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곳, 양강도는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을까?
양강도에서 첫 번째로 향한 곳은 김형권군 광덕리에 위치한 풍산개목장이었다. 오랜 옛날부터 이 일대에서는 풍산개를 사육해 사냥개로 이용하였다고 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김형권군 광덕리 일대가 중심이 되어왔다고 한다. 이 목장에서는 풍산개의 번식과 사육, 훈련이 전문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풍산개들을 보고 있으니 우리나라의 또 다른 토종개인 진돗개가 생각났다. 그런데 진돗개는 ‘진도’의 개라서 진돗개인데 풍산개는 왜 풍산개인지 궁금해서 목장관리자에게 물어봤다. 김형권군은 1990년에 풍산군에서 개칭된 지명이라며 풍산개도 ‘풍산’ 지역의 개이기 때문에 풍산개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호랑이도 잡는다는 늠름한 풍산개들을 뒤로하고 다음 코스로 향했다.
북한 맥주의 깊은 맛, 비결은 혜산홉!
김형권군에서 두 번째로 들른 곳은 풍산왜가리번식지였다. 풍산왜가리번식지도 풍산개목장과 마찬가지로 광덕리에 위치해 있어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풍산왜가리번식지는 북한 북부고산지대에 하나밖에 없는 왜가리번식지로 왜가리 생태연구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고 한다. 왜가리번식지 주변에는 사초평저수지와 허천강의 지류들이 있어서 어류, 개구리, 벌레, 조개류 등이 많아 왜가리의 먹이와 번식조건이 좋다고 한다. 왜가리들은 봄철에 날아와 5~6월에 둥지를 틀고 6~7월에 새끼를 낳아 기르다 가을이 되면 떠나간다고 하는데 내가 방문했을 때에는 솜털이 보송보송한 아기왜가리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풍산왜가리번식지를 뒤로하고 양강도의 도 소재지인 혜산시로 향했다. 혜산시에서 가장 먼저 들른 곳은 혜산홉농장이었다. 혜산종홉은 양강도 혜산지방에서 산출되는 특산물이라고 한다. 홉은 꽃송이가 익으면서 꽃잎 밑 부분에 루플린이라는 누런색의 가루가 생기는데 이것이 맥주의 원료로 이용된다고 한다. 홉의 꽃송이는 약 3cm 정도의 크기로 노란 연분홍색을 띠는데 꽃은 7월 하순에 피며 수확은 8월 하순경에 한다고 한다. 꽃 수확 시기여서 그런지 농장에는 꽃송이 수확을 위해 농장원들이 분주해 보였다. 농장에서 직접 만들었다는 수제맥주를 마셔볼 수 있었는데 깊고 풍부한 향과 맛이 참 좋았다.
혜산홉농장을 떠나서는 혜산들쭉가공공장으로 향했다. 혜산에는 홉뿐만 아니라 양강도 지방의 높은 산간지대에 널리 분포되어 있는 특산식물인 들쭉을 가공한 들쭉가공제품들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이 공장에서는 들쭉을 가공해 여러 가지의 들쭉젤리, 들쭉술, 들쭉즙, 들쭉청량음료 등을 생산하고 있었다. 들쭉으로 만든 음식들을 맛보니 새콤달콤한 맛이 났다. 선물용으로도 좋을 것 같아 몇 가지의 들쭉제품을 구매한 후 백암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백암군에서 찾아간 곳은 백암군 남부 해발 1,740m에 위치한 천연기념물인 간장늪이었다. 간장늪? 이름을 듣고 ‘왜 간장늪이지? 물에서 짠맛이 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내판을 보니 짠맛이 나서 간장늪은 아니고 가을에는 물빛이 맑으나 봄과 여름에 간장빛으로 보인다고 해서 간장늪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하늘을 품은 듯한 천지, 눈 덮인 백두
다음으로 들른 곳은 대홍단군이었다. 대홍단군은 감자가 많이 생산되어 감자음식이 특별히 발달했다고 한다. 감자요리를 전문으로 한다는 식당에 들어가 메뉴판을 훑어보니 감자녹말국수, 감자떡, 언감자떡, 감자녹말강정, 감자탕조림 등이 있었다. 그 중 언감자떡이 생소해 종업원에게 어떤 음식이냐고 물어보았다. 언감자떡은 대홍단군에서 감자가 많이 생산되는데 겨울에 추운기후 때문에 감자가 잘 얼게 되니 언 감자를 이용하기 위해 생긴 음식이라고 했다. 언 감자를 말려 가루를 낸 다음 반죽해 빚어서 거기에 콩 같은 것을 박아 시루에 쪄내어 만든다고 했다. 종업원이 음식을 내어 오며 언감자떡은 식으면 그 맛이 적어지니 따뜻할 때 먹으라고 일러주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언감자떡은 따끈따끈 쫄깃쫄깃 맛있었다.
언감자떡을 먹고 삼지연군으로 이동하니 어느덧 날이 저물었다. 삼지연읍에 위치한 베개봉여관에서 하루 묵기로 하고 첫날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이튿날 날이 밝아 지하수폭포로 유명하다는 이명수폭포를 보러갔다. 이명수폭포는 이명수역에서부터 서북방향으로 약 700m 떨어진 산기슭에 있었다. 높이 15m, 너비 27m 되는 5개의 폭포로 이루어진 이명수폭포는 현무암의 틈을 따라 모여든 지하수가 표면으로 흘러나와 바위벽에 이르러 폭포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이명수폭포는 계절마다 색다른 경치를 보여준다고 하는데 내가 방문했을 때는 푸른 숲과 함께 하는 폭포를 감상할 수 있었다.
마지막 코스로는 이번여행의 하이라이트! 백두산으로 향했다. 일 년 열두 달 가운데 일곱 달은 눈이 덮여 있어 ‘백두’라는 이름이 붙은 백두산.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니만큼 오르기에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오르고 올라 마주한 백두산 천지는 감격 그 자체였다. 백두산의 날씨는 변덕스럽기로 유명한데 다행히 날씨가 맑아 천지의 오롯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맑고 깨끗한 물에 하늘을 품은 듯한 수려한 경관이 정말 가슴 벅찬 감동을 안겨주었다. 백두산의 정기를 듬뿍 받고 이번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양강도는 지리적 특성을 살린 특산물들과 아름다운 명소들이 있는 곳임을 알게 되었다. 한반도 가장 높은 곳, 천혜 자연을 간직한 양강도는 숨은 보석을 찾은 느낌이었다.
박지혜 / IPA 온라인 홍보단
북녘 배낭여행 7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가 한층 주춤해진 9월이 찾아왔다. 한여름 때보다 하늘도 조금 더 높아진 것 같다. 가을의 초입을 맞아 친구와 함께 남포시로 자전거 여행을 떠나기로 하였다.
남포시는 북한 서부 대동강 하류연안에 위치한 시로, 시의 남서부 일부 지역은 서해에 면해 있는 곳이다. 동서 간의 길이는 34km이고, 남북 간의 길이는 37km이며 면적은 829㎢로서 국토면적의 0.68%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행정구역은 5구역 1군으로 구성되어 있다. 남포시에는 북한에서 가장 큰 국제무역항인 남포항이 있다고 해서 자전거를 챙겨 남포로 향하는 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남포항에 도착했다. 남포항은 북한에서 가장 큰 국제무역항답게 북한의 대외화물수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수심이 평균 9~11m로 깊고 대동강 어귀로부터 깊숙이 들어와 있으며 서해갑문 댐이 방파제 역할을 하므로 배들을 잘 보호할 수 있다고 한다. 남포항에서는 1만t 이상의 대형선박 여러 척을 동시에 접안하고 상하선작업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남포항은 많은 배들과 사람들로 분주한 모습을 띠고 있었다.
소가 누워있는 와우도? 남포 전경이 한 눈에!
남포항을 둘러보고 본격적인 자전거 여행을 시작하였다. 첫 번째로 향한 곳은 와우도였다. 와우도는 예로부터 북한 서해안의 명승지 중 하나로 알려진 곳으로 그 모습이 마치 소가 누워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와우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명승지로 알려져 있다는 것이 무색하지 않게 와우도는 여러 개의 낮은 봉우리들과 기암절벽, 모래밭과 소나무 숲이 대동강과 서해바다에 어울려 그 풍치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또한 와우도에는 멋진 경치와 더불어 해수욕장, 뱃놀이장, 백사장을 비롯한 낚시터, 농구장, 탁구장 등의 문화체육시설들이 꾸려져 있어 이를 이용하는 관광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냥 바라만 봐도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와우도이지만 와우도의 산마루인 와우봉에 오르면 더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고 하여 올라보니 탁 트인 남포시의 전경이 화폭처럼 안겨오는 느낌을 받았다.
두 번째로 향한 곳은 서해갑문이었다. 서해갑문은 대동강 하류 끝살뿌리-피도-광량만 사이의 20리 바다를 가로막아 건설한 바다갑문으로 1986년 6월에 준공되었다. 서해갑문이 건설됨으로써 대동강 하류에 큰 인공호수가 생겨나게 되었고 그 풍부한 물로 간석지의 물 문제를 비롯해 대동강 하류유역의 관개용수문제와 공업용수, 식수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며 가뭄과 홍수의 피해도 막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 뿐만 아니라 대동강과 재령강의 수심이 깊어지고 갑문 댐 위로 철길과 도로가 통과해 서해안 일대의 교통운수발전에도 새로운 전망이 열리게 되었다고 하는데 서해갑문이 건설되기 전에는 남포에서 황해남도 은률군까지 무려 200km를 돌아가야 했지만 지금은 8km만 가면 된다고 한다. 여러 모로 서해갑문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더불어 바다위에 놓인 서해갑문의 도로를 자전거를 타며 쌩쌩 달려보니 시원한 바닷바람이 가슴을 뻥~ 뚫어 주는 것 같았다.
벽화무덤 보니 고구려 기개 그대로 느껴져
시원한 바닷바람을 실컷 쐰 후 나와 친구는 남포시 화도리로 향했다. 화도리에 도착해 먼저 찾아간 곳은 고구려 벽화무덤인 ‘수렵총’으로 더 익숙한 사냥무덤이었다. 북한에서는 수렵총을 사냥무덤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사냥무덤은 무덤 칸의 벽과 천장에 인물풍속 및 사신도가 그려져 있는 외방무덤이다. 사냥무덤을 둘러보니 동쪽 벽에는 윗부분에 해와 세발까마귀, 그 밑에 말 탄 사람과 청룡이 그려져 있었고, 서쪽 벽에는 윗부분에는 달과 두꺼비, 그 밑에는 사슴을 쫓아가며 활을 쏘는 사냥장면과 백호가 그려져 있었는데 ‘사냥무덤’이라는 이름이 바로 이 서쪽 벽에 있는 사냥하는 그림 때문에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남쪽 벽에는 마주선 두 마리의 주작, 그리고 북쪽 벽에는 북두칠성과 그 밑에 주인공의 실내생활도와 현무가 그러져 있었다. 한편 천장에는 구름무늬와 초롱무늬 등이 그려져 있었다. 벽화들은 오래전 고구려시기에 그려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림의 섬세함이 전달될 정도로 잘 보존되어 있었다. 사냥무덤을 둘러보다가 문득 무덤에 그려진 벽화를 과거 교과서에서 봤었던 기억이 떠올라 책으로 봤던 것을 실제로 보고 있다는 점에 감회가 새로웠다.
사냥무덤을 둘러 본 후 찾아간 곳은 같은 화도리에 위치한 화도리꾀꼴새(꾀꼬리)번식지였다.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니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화도리꾀꼴새번식지에 도착하자마자 꾀꼬리의 청아한 ‘꾀꼴~ 꾀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꾀꼴새번식지는 화도리 소재지에서 약 3km 정도 올라가 있는 북쪽 수원지를 중심으로 주암산골의 전 지역이 포함된다고 한다. 이곳은 남쪽의 과일밭과 논을 제외하면 모두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맑은 꾀꼬리의 울음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려보니 작고 선명한 노란색의 꾀꼬리를 찾을 수 있었다. 사실 그동안 꾀꼬리의 생김새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는데 이번에 꾀꼬리를 보면서 꾀꼬리가 울음소리뿐 아니라 생김새도 예쁜 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 남포여행은 화도리꾀꼴새번식지를 마지막으로 마무리 지었다. 자전거 여행은 처음이었는데 다행히도 남포시는 준평원에 가까울 정도로 지대가 낮아 자전거를 이용해 둘러보기 편리했다. 조금 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면, 이번 여행에서 미처 둘러보지 못한 남포의 구석구석을 다시 한 번 자전거로 누벼보고 싶다.
※ 본 여행기는 가상으로 제작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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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배낭여행 8
하늘빛 청명한 가을이 왔다. 가로수들이 하나 둘 노란색 붉은색으로 물들어가는 것을 보며 가을을 제대로 만끽하기 위해 단풍놀이를 떠나기로 하였다. 이번 행선지는 함경북도 동해안 남부에 있는 명산, 칠보산이었다. 화산활동으로 형성되었다는 칠보산은 동쪽으로는 동해, 서쪽으로는 길주-명천지구대, 북쪽으로는 경성만에 유입되는 어랑천과 그 지류 화성천, 남쪽으로는 동해와 화대천을 경계로 하는 약 250km2 면적의 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산이다. 함경북도 어랑군 탑제산에서 시작해 화대군 기암동 뒷산에 이르는 산줄기를 가지고 있다고 하며 그 길이는 70km, 평균해발은 660m, 너비는 10~20km라고 한다.
‘제2의 금강산’ 계절별 일곱 빛깔 선보여
칠보산은 함북팔경 중의 하나로 예로부터 ‘함북의 금강산’, ‘제2의 금강산’이라 불려왔다고 한다. 또한 금, 은, 진주, 호박, 산호 등 일곱 가지 보석의 빛과 같이 산 경치가 황홀하다 하여 칠보산이라고 불리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칠보산은 계절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는데 봄에는 ‘꽃동산’, 여름에는 ‘녹음산’, 가을에는 ‘홍화산’, 겨울에는 ‘설백산’으로 불린다. 얼마나 아름답길래 이처럼 다양한 수식어와 이야기를 갖고 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칠보산으로 향했다.
칠보산은 크게 내칠보, 외칠보, 해칠보구역으로 나누어진다고 하여 이번 여행에서는 각각 구역의 명소들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첫 번째로 도착한 곳은 내칠보구역에 위치한 개심사였다. 개심사는 826년 창건해 1377년 중창한 사찰이라고 한다. 총 다섯 채의 건물, 대웅전과 심검당, 음향각, 관음전, 산신각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큰 규모의 절은 아니었지만 저마다의 특색을 가지고 있는 건물 한 채, 한 채가 함께 보면 잘 어울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붉게 물든 단풍으로 배경이 되어주는 칠보산은 개심사를 한층 더 멋지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또한 개심사 뒤뜰에서는 천연기념물인 개심사약밤나무를 만나볼 수 있었다. 개심사약밤나무는 개심사를 건설한 후 옮겨 심어진 것이라고 한다. 나무는 높이 약 12m, 밑동둘레 약 3.5m의 크기로 우산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제철을 맞아 맺힌 밤송이들이 가을여행의 흥취를 한층 더 돋우어주었다.
개심사를 둘러본 후에는 외칠보구역으로 이동해 용소폭포를 찾아갔다. 용소폭포는 높이 70m, 너비 30m로 칠보산 경내뿐만 아니라 함경북도에서도 으뜸가는 폭포라고 한다. 폭포수가 떨어지는 소에서 용이 승천했다고 해서 용소폭포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도착해 마주한 용소폭포는 시원하고 힘차게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어 정말 마치 용이 승천하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용소폭포를 뒤로하고 해칠보구역으로 향했다. 해칠보구역은 동해와 접해있어 바다를 만날 수 있었다. 해칠보구역에서 먼저 찾아간 곳은 함경북도 화대군 목진리에 있는 천연기념물, 해칠보달문이었다. 해칠보달문은 칠보산 해칠보지역의 명소 중 하나로 정평이 나있는 곳이라고 한다. 굴 모양이 마치 달과 같다하여 ‘달문’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라는 해칠보달문은 높이 10m, 너비 5m 정도의 규모로 앞뒤가 관통된 모습이었다. 해식작용으로 형성되어 융기운동에 의해 노출된 것이라고 하는데 달문의 한쪽 끝은 큰 바위산에 꽂혀있고 다른 한쪽 끝은 바닷물에 잠겨있었다. 모양이 예쁜 달문은 예로부터 이곳을 항해하는 사람들과 어민들에 의해 알려져 있었다고 하는데 풍랑을 피하는 대피처로도 이용되었다고 한다. 생김새뿐 아니라 쓰임새도 예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수단, 500m에 이르는 가장 긴 바다절벽
마지막 코스인 무수단을 찾았다. 무수단은 칠보산의 동남단에 위치한 곶이다. 북한에서 가장 긴 바다절벽이며 동해에서 가장 많이 뻗어나간 지역이라고 한다. 무수단은 화산분출암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는데 파도의 작용으로 인해 높고 가파른, 아찔한 절벽을 형성하고 있었다. 평균해발이 78m 정도이고 북쪽으로 가며 점차 높아져 어떤 곳은 500m에 달한다고 한다. 무수단이 접해있는 바다는 500~1,000m 정도로 깊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파도가 상당히 높았다. 무수단이라는 이름도 주변 바다의 물결이 언제나 춤을 추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하는데 무척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너울의 파도가 다가와 절벽에 부딪혀 하얀 거품으로 부서지는 그 경쾌한 모습과 소리가 너무나 좋아 한참을 앉아 감상했다. 무수단은 아름다운 경관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 바다에는 임연수어, 오징어, 문어, 가자미, 정어리 등의 수산자원 또한 풍부하다고 하는데 그 중 특히나 미역의 산출이 많고 품질이 좋아 이 지방의 명산물로 유명하다고 한다. 멋진 무수단 앞바다에서 자란 미역은 맛이 어떨까 궁금해 주변 상점에서 마른미역을 사는 것을 마지막으로 이번 칠보산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오색찬란한 빛으로 물든 단풍과 시원함을 안겨준 폭포와 바다까지. 갖가지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칠보산은 마치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이었다. ‘홍화산’을 만나보고 나니 칠보산의 다른 모습들인 ‘꽃동산’, ‘녹음산’, ‘설백산’이 더 궁금해졌다. 다른 계절의 칠보산은 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다음을 기약하며 칠보산아, 안녕!
박지혜 / IPA 온라인 홍보단
북녘 배낭여행 9
언젠가 황해남도 지역 여행을 하면서 해주시를 잠시 들렸던 적이 있다. 해주시에도 볼거리가 많다고 들었었는데 제대로 둘러보고 오지 못해 아쉬웠었다. 선선한 날씨가 이어져 야외활동하기 좋은 가을날, 해주시를 제대로 둘러보기 위해 떠났다.
해주시는 황해남도 남부의 서해연안에 위치한 황해남도의 도 소재지로 북부는 신원군, 동부는 청단군, 서부는 벽성군과 잇닿아 있으며 남부는 서해에 면해 있는 곳이다. 서북~동남 간 길이는 24km, 북동~남서 간 길이는 11km이고 면적은 206.93㎢로 도 전체면적의 2.45%를 차지하고 있으며 현재 행정구역은 26동 5리로 구성되어 있다.
수양산성, 임진왜란 흔적은 아련 고즈넉한 운치 가득
해주시에 도착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수양산이었다. 수양산은 해주시와 황해남도 신원군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가장 먼저 햇빛을 받는다고 ‘수양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수양산은 해발 946m로 황해남도에서 구월산 다음으로 높은 산이라고 한다. 산이 높아서일까? 산성폭포라고도 불린다는 수양산폭포도 그 높이가 상당하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도착해서 마주한 수양산폭포는 정말 듣던 대로 높았다. 수양산폭포의 높이는 128m, 사거리는 186m, 너비는 12.5m라고 한다. 고개를 한껏 치켜 올려 쳐다보았는데도 폭포의 모습을 다 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폭포수는 바위들을 에돌아 깎아지른 듯한 바위벽으로 우레같이 떨어지고 있었는데 폭포의 벽면이 약간 불룩해 마치 폭포수가 하늘에서 바위벽을 따라 떨어지는 것 같았다. 높은 곳에서 쏟아지는 폭포수가 만들어내는 구슬 같은 물방울과 물안개들이 가을 옷 갈아입은 원색의 단풍들과 한데 어울러져 신비롭고 몽환적인 느낌을 주었다.
수양산폭포를 감상한 후에는 수양산성으로 향했다. 수양산성은 수양산에 있는 옛 성터로 고구려 때의 유적이다. 성은 북쪽에 높이 솟은 장대산을 배경으로, 그 남쪽의 골짜기와 넓은 평지를 안에 넣고 그 주위의 봉우리와 능선을 따라 쌓은 고로봉식 산성이었는데 성벽의 높이는 5m안팎이고 둘레는 5,258m에 달할 정도로 길다고 한다. 수양산성은 임진왜란 때 선조들이 왜적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안기기도 했던 곳이라고 하는데 세월이 흐른 현재의 수양산성은 그 때의 치열했을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고즈넉한 운치를 품고 있었다. 또한 높은 수양산에 위치하다보니 산성의 서남쪽으로 아득하게 너른 연백벌과 해주만을 감상할 수 있었다.
수양산에서 내려와 도착한 곳은 광석천이었다. 광석천은 수양산의 남쪽 경사면에서 시작해 해주시의 시가지를 지나 해주만으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하천 바닥에 화강암이 드러나 바위 위로 물이 흐르고 있어 돌내, 또는 옥계천이라고도 불린다는 광석천은 길이가 7.6km에 달하며 해주시의 옥계동, 사미동, 광하동, 광석동, 해청동 등의 영역을 흐르고 있다. 때문에 광석천을 따라 내려가면 해주시의 문화유산들을 만나볼 수 있다 해서 남은 해주시 여행은 광석천 상류에서 하류로 가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광석천의 맑은 냇물과 아름다운 풍치를 감상하며 따라내려 오다 처음으로 들른 곳은 옥계동에 위치한 해주석빙고였다. 어렸을 적 경주로 수학여행가서 석빙고를 처음 봤던 기억이 떠올라 더욱 반가웠던 해주석빙고는 고려 초에 처음 만들어지고 1735년에 보수한 것이라고 한다. 굴의 길이는 28.3m, 너비는 4.5m, 높이는 약 6m에 달한다고 한다. 해주석빙고는 마치 기차 터널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화강석을 다듬어 남북으로 길게 무지개형으로 쌓은 다음 석회를 다져서 덮고 그 위에 잔디를 입힌 것이라 했다. 석빙고 내부에 들어가 보니 궁륭식의 천장과 큰 화강석판돌들이 견고하게 맞물려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온몸으로 서늘함이 느껴져 해주석빙고가 아직까지 제 기능을 잃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석빙고를 둘러본 후에는 근처에 위치한 해주5층탑을 찾았다. 해주5층탑은 고려 초기에 세운 것으로 두 층으로 된 기단위에 화강암을 다듬어 5층으로 쌓은 석탑이었다. 그런데 덩그러니 탑만 있는 것이 의아해 안내판을 읽어보니 과거 한 때는 이 탑을 중심으로 지은 절이 있었으나 오래 전에 없어지고 해주5층탑만이 남아있는 것이라고 한다.
다시 광석천을 따라 걸어 내려와 해청동에 도착해서는 해주다라니석당을 볼 수 있었다. 해주다라니석당은 해주공원 안에 위치해 있었다. 해주다라니석당은 6각으로 된 두 겹의 바닥돌 위에 역시 6각의 받침대가 놓여 있었다. 6각몸돌에는 ‘대불정다라니 당’이라는 당명과 함께 범어로 된 다라니경문이 새겨져 있었다. 다라니석당은 단단한 화강암을 다듬어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풍화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본래의 아름다움이 비교적 잘 간직되어 있었다.
해주9층탑 원래 5층탑? 독특한 느낌 풍겨…
해청동에서는 해주다라니석당 뿐만 아니라 해주9층탑도 만나볼 수 있었다. 고려시기 유적인 해주9층탑은 원래는 5층탑이었는데 다른 탑의 부재가 일부 섞여 9층탑이 된 것이라고 한다. 북한에서 몇 개 안되는 다층탑 중의 하나라고 하는데 두 개의 탑이 섞여서일까? 그 구조와 형태가 장중하면서도 독특한 느낌을 주었다.
해주9층탑을 뒤로하고 광석천을 따라 걷다 보니 마침내 해주만에 다다랐다. 해주만은 황해남도의 해주시, 벽성군, 강령군, 청단군의 해안에 이루어져 있는, 강령반도와 구월반도 사이에 깊이 들어간 만이다. 해주만은 물결의 영향이 약하게 미치고 기후가 따뜻하며 밑바닥이 대부분 진흙으로 되어 있어 천해양식에 유리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해안가 곳곳에서 하루 일과를 마무리 짓는 어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도 서해바다 수평선에 짙게 깔린 석양 감상을 마지막으로 이번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수양산에서 해주만까지, 아름다운 산 길 따라 물 길 따라 걸으며 문화유산까지 만날 수 있었던 이번 해주시 여행은 꽤 만족스러웠다.
박지혜 / IPA 온라인 홍보단
북녘 배낭여행 10
한 해가 마무리 되어 가고 있다. 올 해 마지막 여행으로는 평안남도 지역을 둘러보기로 했다. 평안남도는 한반도 북서지방의 남부에 위치해 있는 곳으로, 남부는 평양시와 남포시·황해북도, 북부는 평안북도와 자강도, 동부는 함경남도·강원도와 접해 있으며 서부는 서해에 면해 있다. 면적은 11,890.6㎢이고 현재 행정구역은 5시 15군 1구 1지구로 구성되어 있으며 도 소재지는 평성시이다.
하얀 돌꽃절경, 지하세계 꽃밭? 아름다운 ‘지하금강’
평안남도에서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개천시의 개천동굴이었다. 개천동굴은 평안남도 개천시 남서쪽 서남동 철석봉의 중턱 해발 180m 되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동굴은 하부고생대 황주계 석회암이 지하수의 용식작용을 받아 이루어진 자연동굴이라고 하는데 용원광산에서 운반갱과 수직갱을 뚫다가 1964년에 발견되었다고 한다. 밖에서부터 인공적으로 뚫은 갱도를 따라 약 420m 들어가면 본격적인 동굴이 시작되는데, 기본 굴과 3개의 가지굴이 있었다. 개천동굴의 총 연장길이는 450m이고 너비는 최고 10m, 최소 1m이며, 높이는 최고 12m, 최소 0.5m 정도라고 한다. 길을 따라 쭉 걷다보니 천장과 벽, 바닥에 서리꽃같이 하얗게 돌꽃들이 피어나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동굴 깊숙한 곳에 피어난 돌꽃들을 보고 있으니 마치 지하세계의 꽃밭에 온 것 같기도 하고, 숨겨진 비밀의 정원을 마주한 느낌도 들었다. 이 아름다운 모습 때문에 개천동굴은 ‘지하금강’이라 불린다고도 한다.
개천동굴을 둘러본 후에는 강서군 중부에 위치한 약수리로 향했다. 약수가 솟는 곳이라 ‘약수리’라고 이름 붙여졌다는 이곳에서는 강서약수가 유명하다고 한다. 약수터에 적혀있는 안내문을 보니 강서약수는 강서약수(구약수터)와 청산약수(신약수터)로 나뉘어져 있다고 하는데 강서약수는 주기적인 가스폭발이 함께 나오고 청산약수는 수압이 높다고 한다. 주변의 지질은 시생대 연화산암군에 속하는 흑운모화강편마암과 백색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데 약수는 이 암석들의 틈서리를 따라 나온다고 한다. 또한 강서약수는 산성계열이고 철분이 들어 있으며 탄산이온이 많으므로 소화기계통 치료에 널리 쓰이고 있다고 한다. 약수터에 비치된 컵으로 물을 한 컵 마셔보니 정말 ‘톡톡’ 탄산 가득한 짜릿한 물맛이 전해졌다.
다음으로는 약수리 근방의 태성리로 향했다. 태성리에 연꽃무덤이 있다고 하여 이를 보기 위해서였다. ‘연꽃모양의 무덤인가? 연꽃을 묻은 무덤인가?’하는 생각을 가지고 연꽃무덤으로 향했다. 무덤 앞에 도착해 우선 든 생각은 ‘우와~ 크다!’였다. 연꽃무덤은 5세기 고구려벽화무덤으로 무덤 무지 직경 27m, 높이 7.5m에 달하는 크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남쪽 중앙에 크게 나있는 무덤널길을 따라 무덤 내부로 들어가 보았다. 무덤 내부의 벽면과 천장에는 아름다운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연꽃무늬였는데 앞방의 천장 구간마다 검은색 또는 검은자주색으로 테두리를 뚜렷하게 두르고 곱게 색칠한 활짝 핀 연꽃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이와 같은 연꽃무늬는 널방 천장중앙에도 그려져 있어서 이로써 왜 이 무덤이 연꽃무덤이라고 부르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500년 입소문 이어내려온 평남온천
연꽃무덤을 떠나 평남온천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평남온천은 평안남도 온천군 온천읍의 서남쪽에 위치해 있다. 온천군 또한 앞서 들른 약수리처럼 평남온천 때문에 ‘온천군’이라 지명이 붙여졌다고해서 방문하기 전부터 기대가 되었던 곳이다. 평남온천의 발견연대는 명확하지 않으나 『동국여지승람』 제52권 「용강현」장의 ‘산천’조에 “용강현으로부터 30리 어을동이 있었는데 그 주위는 20여 리나 되어 보이고 그 물은 대단히 따뜻하고 짜”라고 기록되어 있다고 하니 무려 500여 년 전부터 민간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고 추측된다고 한다. 또한 평남온천은 광물질함량이 다른 온천에 비해 높고 고농도의 염화나트륨, 칼슘온천으로 고혈압과 관절염 등에 좋다고 한다. 쌀쌀한 날씨 탓일까, 효능 좋다는 온천수의 치료효과를 보기 위해서일까, 많은 사람들이 평남온천을 찾아와 있었다.
따뜻한 온천물에 여독을 풀어낸 후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온천군에 위치한 귀성제염소였다. 귀성제염소는 바닷물을 원료로 천일염을 생산하는 곳이다. 이곳은 1920년대 초반, 일제가 북한의 소금을 약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건설된 안타까운 역사로 시작한 곳이라고 한다. 현재 제염소에서는 소금생산직장과 생필직장이 있어 천일염, 씻은 소금, 깨끗한 소금 등과 더불어 소금생산 공정에서 산출되는 부산물을 원료로 만든 염화칼륨, 유산마그네슘, 간수, 물고기사료, 가축사료의 첨가제로 쓰이는 소금밭이끼도 생산하고 있다고 했다. 겨울 햇빛이 약해서인지 귀성제염소를 방문했을 때 소금 만들기는 중단된 상태였지만 소복이 쌓인 흰 눈이 소금의 자리를 대신해주고 있어 그 모습도 퍽 운치 있었다. 제염소에서 소금 판매도 하고 있기에 주위 사람들에게 연말선물로 전해 줄 소금을 조금 구입하고 올해 마지막 여행인 이번 평안남도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이번 여행은 동굴에서는 눈꽃, 제염소에서는 진짜 눈을 마주할 수 있어 겨울 느낌을 물씬 느낄 수 있었고 약수와 온천을 통해 몸이 한층
북녘 배낭여행 11
코끝을 아리는 매서운 추위가 이어지고 있다. 흔히들 무더위가 찾아오면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며 오히려 뜨거운 것을 찾는 것처럼 추위에 맞서는 ‘이한치한(以寒治寒)’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다. 어느 지역이 적합할지 찾아보니 자강도가 대륙성 기후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겨울추위가 몹시 심하다고 해서 옷을 두툼히 갖춰 입고 자강도로 향했다.
자강도는 한반도 북서부에 위치해 있는 지역으로, 광복 후 1949년에 당시의 평안북도 일부 지역과 함경남도 일부 지역을 통합해 신설한 행정구역이다. 동부는 양강도·함경남도, 남부는 평안남도·평안북도와 잇닿아 있으며 서부 및 북부는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 접하고 있다. 면적은 16,765㎢로 한반도 면적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강계포도술·인풍술 향미로 자강도를 느끼다
이번 자강도 여행은 자강도 소재지인 강계시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강계시에서 먼저 찾아간 곳은 강계포도술공장이었다. 자강도에서는 포도가 많이 생산된다고 하는데 공장에서는 이를 원료로 해서 포도주를 비롯한 여러 가지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그 중 강계포도술과 인풍술은 북한의 유명한 가공특산물이라고 했다.
강계포도술은 강계의 유명한 포도와 산열매를 주원료로 만든다고 하는데 주정이 10~12%, 진액은 1.5~2.5%, 글리세린은 0.4~0.6%, 포도주산은 0.7~1.5%로서 그 질이 매우 높다고 한다. 불그스름한 색이 예쁜 강계포도주는 향도 참 달달했는데 그 맛을 보니 단맛뿐 아니라 신맛, 감칠맛과 더불어 기분 좋게 톡 쏘는 탄산성도 가지고 있었다. 색도 향도 맛도 좋은 강계포도술을 적당량 마시면 혈색이 좋아지고 피부가 부드러워진다고 한다. 예로부터 강계에는 미인이 많았다고 하는데 그 비결이 강계포도술에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인풍술은 강계 일대의 청포도, 보라향포도, 빨간포도 등을 원료로 만든 술인데 강계포도술이 포도주라면 인풍술은 포도주를 증류해서 만든 과일소주 품종이었다. 포도즙을 발효시켜 발효액을 얻은 다음 이것을 증류해 에틸알콜 함량을 높인 후 참나무통 안에서 1년 이상 저장한 후, 증류수와 단물 및 캐러멜색소 등을 넣고 가공해 또 다시 2개월 이상 저장했다가 제품으로 만든다고 했다. 강계포도술과 인풍술, 두 가지 술 모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 몇 병 구입 후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으로 들른 곳은 강계시 중심부를 둘러싸고 있는 강계읍성이었다. 강계읍성은 조선시대의 석성으로 북쪽에서 침입해오는 외적을 막기 위해 1436년에 축조된 것으로 남쪽으로는 남산을, 북쪽으로는 북천 기슭의 벼랑을 이용하였고 서쪽은 장자강 벼랑에 잇대어 자연지형을 이용해 축조되었다고 한다. 남북 장방형의 모양인 강계읍성은 과거에는 둘레가 약 4,500m 되었는데 지금은 209m만 남아 있다고 했다. 과거 강계읍성에는 활쏘기훈련을 하던 6개의 정자와 4개의 문루, 군사를 지휘하던 북장대·서장대·남장대·동장대 등이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서장대의 인풍루와 남장대의 망미정만이 남아있었다. 그 중 서장대의 인풍루는 관서팔경 중 하나라고 해 가보니 강계시의 전경과 굽이 흐르는 장자강을 바라볼 수 있어 경치가 정말 좋았다.
강계읍성을 떠나 향한 곳은 만포시 건중리에 위치한 만포고치농장이었다. 자강도의 중요한 누에고치산지라는 만포고치농장에서는 주로 뽕 누에고치를 생산해 북한 각지의 비단공장에 원료를 공급하고 있다고 했다. 농장에서 누에고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었는데 솔직히 셀 수 없이 많은 누에들이 뽕잎 위에서 꿈틀대는 모습은 징그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누에들이 만들어놓은 작은 구름 같은 누에고치들은 몽글몽글 귀여운 느낌이었다. 누에고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보고나니 작은 벌레 한 마리가 그 부드러운 비단실을 뽑아낸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다.
칼바람 이겨낸 별미, 시원하고 알싸한 갓김치국수
중강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중강군은 자강도 내에서도 북부에 위치해 북한에서 기온의 연교차가 제일 큰 지역 중 한 곳으로 되어 있는 곳이다. 중강군에 도착해 오수덕을 찾았다. 오수덕유래비에 적힌 비문을 읽어보니 오수덕은 1910년에 향래봉에서 산불이 일어나 이 고원의 밀림이 몽땅 불타버려 나무그루터기만 까마귀머리처럼 까맣게 남아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까마귀 오(烏), 머리 수(首)자와 ‘고원의 평평한 땅’을 뜻하는 ‘더기’의 준말 ‘덕’이 붙여져 지어진 이름이었다.
오수덕은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쥐라기퇴적암과 백암기암층을 뚫고 올라와 덮은 제4기 현무암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데 그 후 융기되면서 오늘과 같은 높이를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오수덕의 면적은 약 17㎢이고 높이는 800m이며 경사는 5℃ 정도로 매우 평탄하다고 한다. 또한 기후는 대륙성 기후의 특징을 보이며 바람이 세게 불고 안개가 자주 낀다고 하는데 정말 아찔한 칼바람이 불었으나 다행히도 안개가 적어 오수덕에서 압록강 너머의 중국 모습도 바라볼 수 있었다.
오수덕에서 겨울바람을 실컷 쐬고 내려와 근처의 향토음식점에 들렀다. 종업원이 갓김치국수를 추천해주었다. 자강도 지방에서는 예전부터 배추와 무 대신 낮은 온도에서도 잘 자라는 갓으로 김치를 담가 먹었다고 하는데 갓김치 국물에 귀리국수나 언감자국수를 말아먹기도 한다고 했다. 갓김치국수 한 그릇을 주문해 맛을 보니 갓의 알싸함이 시원하고 개운하게 느껴졌다. 맛있는 갓김치국수를 마지막으로 이번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추위에 추위로 맞서자’는 마음으로 떠나온 이번 자강도 여행은 물론 몹시 춥기는 했지만 겨울을 한껏 만끽한 것 같아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박지혜 / IPA 온라인 홍보단건강해지는 느낌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평안남도는 서해에 면해 있어 시간만 잘 맞춰온다면 해넘이도 볼 수 있기에 연말여행지로도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 평안남도에서 한해를 마무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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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배낭여행 12
밤새 눈이 내렸는지 하얀 세상이 맞이하는 이른 아침, 황해북도로 여행을 떠났다. 이번 여행의 첫 번째 행선지는 황해북도의 도 소재지인 사리원시였다. 사리원시는 황해북도 서부에 위치해 북부는 황주군, 북동부는 연탄군, 동부는 봉산군, 남부는 봉산군·은파군과 인접해 있으며 서부는 재령강을 경계로 황해남도 재령군·안악군에 면해 있는 곳이다. 사리원시는 북부지역에서 남부지역으로 가면서 점차 낮아져 평야로 변하는 지형을 가지고 있어 해발 50m도 되지 않는 지역이 대부분이지만 북동부에는 481m 높이의 정방산이 있는데 이곳에 볼거리가 많다고 해서 정방산을 중심으로 둘러보기로 했다.
겨울풍경 담은 병풍, 사리원시 감싸다!
산마루들이 서로 잇닿아 정방형을 이루고 있다는 데서 비롯된 지명을 가지고 있는 정방산에는 오랜 세월 암석이 풍화작용을 받아 기묘하게 생긴 봉우리들과 높이 100m 이상의 기암절벽들이 시원시원하게 솟아 있었다. 봄과 여름, 가을에는 갖가지 꽃들과 함께 울창한 수림이 한데 어울려 아름다운 경치를 뽐낸다고 하는데 이번 여행에서 만난 정방산은 흰 눈으로 가득 뒤덮여 사리원시 북부를 멋진 겨울풍경을 담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었다. 정방산 지대에는 정방산의 이런 멋진 풍경을 기반으로 ‘풍치요법’을 하는 사리원정방산기후요양지도 있다고 하는데 정방산의 산간산림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정말 마음이 안정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방산의 산마루에서는 정방산성을 만나볼 수 있었다. 정방산의 험한 산세를 이용해 정방산성은 고려시대 처음 축성된 것으로 그 둘레는 12km라고 한다. 북한 서해안 일대에서 남북으로 통하는 기본 통로를 막아선 황해도 지방의 으뜸가는 요새로 일러왔다고 하는 정방산성은 임진왜란 시기와 병자호란 시에 의병부대들의 근거지가 되었다고 한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발자국 하나 없는 눈 덮인 산성 옆길을 기분 좋게 걸으며 다음 행선지로 옮겨갔다.
정방산에서 두 번째로 들른 곳은 성불사였다. 성불사는 898년에 도선이 창건, 고려 공민왕 23년인 1374년에 나옹이 중건한 사찰로 정방산성이 축조된 이후부터는 이 지방의 종찰이 되었던 절이라고 한다. 성불사에서는 극락전을 비롯해 응진전, 청풍루, 명부전, 운하당, 산신각 등 여섯 채의 건물과 5층 석탑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그 중 불교의 도를 깨우친 500명의 성자들의 모습을 표현한 조각상인 500나한상이 있던 응진전이 인상 깊었다. 성불사의 건물들은 다행히도 현재까지 비교적 잘 보존이 되어 있어 건물 한 채 한 채를 둘러보고 발걸음을 옮겼다.
정방산에서 내려와서는 근처에 정방산유원지가 있다 해서 잠시 쉬었다 갈 겸 들러보았다. 유원지는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원상 그대로 보존하면서 폭포, 휴식처, 찻집, 낚시터, 정각 등을 갖추고 있는 공원이었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얼어붙은 정방산폭포의 모습과 얼음낚시를 즐기기기 위해 유원지를 찾은 사람들이 꽤 있었다. 오전 내 겨울산행을 한 탓에 꽁꽁 언 몸을 유원지 내 찻집에서 따뜻한 차 한 잔으로 녹인 후 예로부터 사리원의 명물로 유명하다는 사리원불고기를 맛보러 갔다.
사리원불고기는 사리원의 특산물인 포도주와 과일을 듬뿍 넣어 만든 양념으로 재운 불고기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먹던 불고기와는 달리 국물이 자작해 전골에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풍부하게 들어간 과일 때문인지 그 맛 또한 풍부하게 느껴졌다. 맛있는 식사를 마친 후에는 공룡발자리화석을 보기 위해 평산군 용궁리로 향했다.
공룡 발자국 따라 용궁리 한 걸음 한 걸음
용궁리공룡발자리화석은 1989년 11월에 발견된 것이라고 한다. 약 20°의 경사를 이루고 있는 길이 100m, 너비 15m 정도의 바위에 뚜렷하게 나타나 있는 두 줄의 공룡발자리를 볼 수 있었다. 한 줄에는 14개, 다른 줄에는 16개의 발자국이 있었는데 두 줄로 난 공룡의 발자리 모두 두 발 걸음걸이로 나타나 있었다. 14개의 발자국이 있는 줄의 발자국 한 개의 크기는 길이 45cm, 너비 40cm에 이를 정도로 컸는데 발자국 하나하나 시선을 따라가 보니 땅을 디딜 때 감탕표면을 스친 흔적이 약 20cm의 길이로 나타나 있으며, 첫 발자국의 스친 자리와 두 번째 발자국의 스친 자리가 서로 평행을 이루지 않고 2~5° 정도의 각을 이루고 있었다. 이는 당시 공룡이 오리걸음걸이를 하며 걸어갔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한다. 큰 덩치로 오리처럼 뒤뚱뒤뚱 걸어갔을 공룡의 모습을 상상해보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궁리공룡발자리화석까지 둘러보고 나니 어느새 어둠이 찾아왔다. 곧장 돌아가기에는 아쉬워서 집으로 향하는 길에 마지막 코스로 개성시 송악동에 있는 만월대에 들르기로 했다. 만월대는 고려왕궁이 있던 자리를 말하는데 1361년 홍건적의 침입 때 불타버려 비록 지금은 그 터만 남아있지만 과거에는 송악산 남쪽 기슭의 넓은 대지에 자연지세에 따라 지어진 궁성과 중앙관청, 황성건물들이 즐비했던 곳으로 그 넓이는 무려 125만㎡에 달한다고 한다. 만월대라는 이름은 원래 궁성 안에서 달을 바라보는 곳이라 하여 ‘망월대’라 부르던 것이 와전되어 만월대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이라고 한다. 날이 어두워 아쉽게도 만월대의 곳곳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과거 고려시기의 사람들이 달을 봐라봤을 그 자리에서 나 또한 말갛게 뜬 둥근 달을 바라보며 기분 좋게 이번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박지혜 / IPA 온라인 홍보단
출처: http://unikorea21.com/?p=11871
북녘 배낭여행 13
겨울과 봄, 계절의 경계에 있는 3월, 가는 겨울이 아쉬워 마지막 겨울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사전조사를 해보니 함경북도 중부 해안가에 위치한 경성군에 볼거리가 많다고 하여 경성군을 주로 둘러보고 근처의 길주군에 잠깐 들르기로 했다.
온천은 모름지기 겨울에 즐기는 온천이 제일 아닐까? 경성군에 도착해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경성모래온천이었다. 북한지역에는 남한지역보다 온천과 약수가 더 많은 편인데 경성모래온천은 그중에서도 예로부터 이름난 온천이라고 한다. 무려 400여 년 전부터 이용되어 왔다는 경성모래온천에는 여러 개의 온천 용출구가 있지만 현재는 1호와 2호 샘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1호 샘, 2호 샘의 광물질 총량은 0.23~0.26g/ℓ이고 메타규산 함량은 55~69g/ℓ정도이며 이밖에
약간의 라돈이 들어 있다고 한다. 경성모래온천이 다른 온천들과 달리 이색적인 점은 따뜻한 온천욕을 즐길 수 있음과 동시에 모래욕탕을 이용한 모래찜질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따뜻하게 데워져 있는 모래에 편하게 누워 몸 위에 모래성을 쌓는 것 같은 모래찜질을 해보니 마치 마사지를 받은 듯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온천욕과 모래찜질을 동시에, 마사지 받은 듯 개운
온천을 즐기고 나서는 경성도자기공장을 방문했다. 경성지역에는 생기령고령토 등의 양질의 점토와 장석이 많다고 한다. 이를 이용해 만든 경성도자기는 경성군의 특산품이라고 했다. 공장에서는 접시, 사발, 컵, 주전자, 꽃병을 비롯한 수십 종의 도자기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제작된 도자기들은 다채로운 빛깔과 모양을 띠고 있어 도자기 하나하나가 예술품 같았다.
다음으로 경성군에 있는 조선시대의 옛 성터인 경성읍성을 찾았다. 경성읍성은 1107년에 북방 방위를 튼튼히 하기 위해 축조한 토성으로 동서 길이는 약 810m, 남북 너비는 약 290m에 달한다고 한다. 성벽을 이루고 있는 돌들은 길이 1.5m, 너비와 두께 0.6~0.8m가 넘는 큰 돌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지어진 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견고해 보였다. 경성읍성에서는 경성읍성의 남문인 경성남문도 만나볼 수 있었다. 경성남문은 길을 낸 축대와 그 위에 세운 2층 문루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하늘을 향해 시원스레 뻗은 처마 끝이 꽤나 멋스러웠다.
경성읍성과 경성남문을 둘러보고 조금 걷다보니 경성향교에 도착하게 되었다. 승암산 동쪽기슭에 위치한 경성향교는 조선시대 세종 때 창건된 경성군 일대의 첫 교육기관이라고 한다. 경성향교는 아쉽게도 6·25전쟁 시기 파괴되어 현재는 외문과 대성전, 서무만 남아 있었다. 외문은 2층의 겹처마 합각집인데 아래층에는 널문을 설치하여 위층에는 마루를 깔고 기둥 밖으로 난간을 둘러 강당으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모습이었다. 대성전은 화강석으로 축조된 약 1m 높이의 축대 위에 세워진 정면 5칸(11.5m), 측면 3칸(6.3m)의 겹처마 합각집이었는데 여느 향교들과 달리 칸 수가 많고 합각지붕을 이은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아담한 향교를 둘러본 후 발걸음을 옮겼다.
경성향교를 둘러본 후 찾아간 곳은 이색적인 지명을 가지고 있는 염분리였다. 염분리는 경성군 15리 중의 한 곳으로 경성군의 남동쪽에 위치해 북쪽과 서쪽은 중평리, 남쪽은 어랑군 운곡리와 접해있고 동쪽은 동해에 면해 있는 곳이다. 이곳은 광복 직후에 신설된 리라고 하는데 과거 소금가마가 있던 곳이라 하여 염분리라는 지명이 붙여진 곳이라고 한다. 염분리에는 염분협동농장, 용현수산사업소, 용현탄광, 용현해수욕장, 용현휴양소 등의 둘러볼 만한 곳이 있다고 하는데 겨울바다가 보고 싶어 용현해수욕장을 찾았다.
용현해수욕장에 도착하자마자 넓은 백사장이 맞아주었는데 이는 해수욕장 근처에 흐르는 경성천을 통해 해안지대에 많은 모래들이 퇴적되어 형성된 것이라고 한다. 경성해수욕장은 완만한 경사를 가지고 있으며 경성온천의 담수와 바닷물이 합류하는 위치에 있어 수온 또한 적절하기 때문에 여름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인기 있는 해수욕장이라고 한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지만 나처럼 막바지 겨울바다를 즐기기 위해 찾아 온 것인지 해변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였다.
규화목, 지하수 광물질이 만든 신기한 나무화석
용현해수욕장을 마지막으로 길주군으로 향했다. 길주군에서 찾아간 곳은 길주군 길주읍에 위치한 길주향교였다. 길주향교도 앞서 둘러보고 온 경성향교와 마찬가지로 조선시대에 지어진 향교라고 한다. 길주향교는 1612~1639년에 건축되었다고 하는데 본래의 건물은 임진왜란 때 불타버려 17세기 전반기에 중수한 것이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북한지역의 향교 중에서 향교건축의 일반형식과 본래의 모습을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다는 길주향교는 숭문, 명륜당과 그 앞 좌우의 동재, 서재, 안삼문 그리고 대성전과 그 앞 좌우의 동무, 서무가 중심선을 축으로 대칭되게 배치되어 있었고 명륜당 뒤편에 전사청이 더 있었다.
길주향교의 이모저모를 살펴본 후에는 근처에 ‘향교골규화목’이라는 신기한 나무가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막상 도착하고 보니 상상했던 나무는 온데간데없고 웬 나무토막뿐이었는데 옆의 푯말과 안내문이 세워져있는 것을 보고 이것이 향교골규화목임을 알 수 있었다. 안내문을 읽어보니 규화목은 땅 속에 묻힌 나무에 지하수의 광물질이 스며들어 만들어진 나무화석이라고 한다. 광물질이 나무의 물관을 타고 세포 하나하나에까지 전달되어 원래의 나무성분은 다 없어지고 그 자리를 채우게 된다고 한다. 안내문을 읽고 나서 향교골규화목을 자세히 살펴보니 나무의 원래 형태는 물론 나무껍질과 나이테까지 표현되어있어 정말 신기했다.
향교골규화목 관람을 마지막으로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이번 여행은 지역을 많이 옮겨 다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저곳, 이것저것 많이 볼 수 있었기에 알차고 만족스러웠던 여행으로 기억될 것 같다.
박지혜 / IPA 온라인홍보단
북녘 배낭여행 마지막회
“금강산 찾아가자. 1만 2천 봉. 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하구나~” 얼마나 아름다우면 노래까지 있을까? 직접 보고 싶은 마음에 아지랑이 일던 따뜻한 봄날, 금강산으로 향했다.
금강산은 우리나라 동해안의 중부, 태백산줄기 북부에 위치해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북한지역 강원도에 속하며 동쪽은 고성군과 통천군 앞바다 알섬, 서쪽은 금강군, 북쪽은 통천군 국섬, 남쪽은 화진포의 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산이다. 남북 간의 길이는 60km, 동서 간의 길이는 40km, 면적은 530㎢에 달한다고 한다. 한반도의 명산으로 유명한 금강산에는 그 명성만큼이나 아름다운 명소들이 많다고 한다. 마음 같아선 금강산 구석구석을 다 둘러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기에 이번 여행에서는 몇 곳만 둘러보기로 했다.
특산식물 금강초롱·금강국수나무, 신비로움 더해
금강산은 지역적인 특성에 따라 크게 외금강지역, 내금강지역, 해금강지역으로 나뉜다고 해서 내금강지역부터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했다. 내금강지역은 금강산 서부지역으로 북한 강원도의 서쪽에 위치한 금강군 내금강리, 단풍리 등의 지역을 포괄하는 곳이다. 이곳은 수많은 폭포와 명소들이 짙은 녹음, 기암절벽들과 조화되어 아름다운 계곡미를 펼쳐 보이는 수려하고 부드러우며 다정다감한 모습이 특징인 지역이라고 한다.
내금강지역에서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내금강 만폭동에 있는 암자인 보덕암이었다. 도착해 마주한 보덕암은 벼랑 끝에 매달리듯 아슬아슬한 모습으로 서있어 내 마음이 다 조마조마했다. 그런데 금방이라도 절벽 밑으로 떨어질까 우려되는 마음과는 달리 보덕암은 고구려 때에 처음 세워지고 1675년에 다시 세워진 조선시대의 암자라고 하여 보기와는 다르게 튼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덕암은 원래 두 채의 건물이었다고 한다. 하나는 현존하는 건물인 보덕굴 앞을 막아 벼랑 벽에 지은 본전이고, 다른 하나는 굴 위에 지었던 판도방이라고 한다. 보덕암 본전은 보덕굴 앞 바위에 의지하면서 높이 20m가 넘는 절벽의 중간에 구리기둥 하나로 받쳐 세운 평면길이 3.35m, 너비 0.85m 크기의 단칸집이었다. 판도방은 과거 보덕암 바위 위의 평평한 곳에 정면 3칸(6.49m), 측면 1칸(3.47m)으로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그 자리에 보덕굴로 내려가는 층대만 남아있었다. 보덕암은 그리 크지 않은 아담한 암자였지만 그 기묘한 모습이 인상 깊었고 주변의 자연경치와도 잘 어울려 보였다.
보덕암을 둘러보고 난 후 다음 코스로 이동하기 위해 만폭동을 따라 걸었다. 만폭동은 내금강지역 금강문으로부터 화룡담까지의 약 2km 구간을 이루는 골짜기이다. 천태만상의 물 세계를 펼치고 있다 하여 ‘만폭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이곳은 정말 수정같이 맑은 물이 흘러가며 만든 크고 작은 폭포와 담소들이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이처럼 아름다운 만폭동에는 특산식물인 금강초롱과 금강국수나무(금강인가목)도 있다고 했다. 금강초롱은 1909년, 금강국수나무는 1917년에 금강산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특산식물이 발견된 산이라니! 금강산이 더욱 신비로운 이미지로 다가왔다.
보덕암을 둘러보고 난 후에는 근처의 묘길상을 찾았다. 묘길상은 만폭동 윗골짜기의 높이 40m 벼랑에 새긴 고려시대의 마애불상조각인데 이는 바위에 새긴 북한지역 돌부처 가운데 가장 크고 잘 만들어진 대표작 중의 하나라고 한다. 책상다리를 틀고 앉아 오른손은 위로 쳐들고 왼손은 아래로 내리우고 있는 모습의 묘길상은 높이 15m, 너비는 3.1m인데 그 중 얼굴의 높이는 3.1m, 너비 2.6m이며, 눈의 길이만 해도 1m, 손의 길이 3m, 발 길이 3.2m에 달하는 거대불상이었다. 이 부처상은 웃는 얼굴을 하고 기다란 눈썹, 가늘게 째진 실눈, 유달리 길게 드리워진 큰 귀, 통통한 볼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고려시대 아미타여래조각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특징이라고 한다. 본래 이름 또한 아미타여래상이라고 하는데 18세기 말엽 조각 오른쪽 아래에 ‘묘길상’이라고 새긴 후부터 현재처럼 묘길상으로 불리게 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한다.
수려하고 다정다감한 내금강, 기세차고 웅장한 외금강
내금강지역을 둘러본 후 외금강지역으로 향했다. 외금강지역은 금강산의 동부지역으로 금강산의 주봉을 이루는 비로봉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길게 뻗은 중앙연봉과 동해안을 따라 길게 전개되어 있는 해금강까지 이르는 지역을 포괄하고 있다. 외금강지역은 수많은 봉우리들과 천태만상의 기암괴석들이 조화되어 장관을 이루고 있는 지역으로 기세차고 웅장한 산악미를 뽐내고 있어 내금강지역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외금강지역에서 찾아간 곳은 온정다리에서 구룡연으로 가는 입구의 왼쪽 달걀바위산 산마루에 있는 금강산닭알바위였다. 어느 모로 보나 달걀처럼 생겼다고 해서 ‘달걀바위’라고 불리는 이 바위를 보자마자 설악산의 흔들바위가 떠올랐다. 흔들바위처럼 산마루에 한쪽 모서리를 붙이고 있어 살짝 밀면 당장이라도 굴러 떨어질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관광객 몇 명이 호기롭게 바위를 밀었지만 역시나 꿈쩍 않는 바위를 보며 발걸음을 옮겼다.
마지막으로 금강산의 동부에 있는 명승지, 해금강지역을 찾았다. 해금강지역은 고성군 수원단으로부터 영랑호와 감호, 화진포까지의 외금강 동쪽에 펼쳐진 아름다운 호수와 해안 및 바다절경을 포괄하는 지역으로 넓은 의미에서 통천군의 총석정, 금란굴 등이 있는 명승지들까지 포함시키기도 한다. 금강산의 지맥이 물속으로 뻗어 내리며 기이한 봉우리와 기암괴석을 그대로 바다에 옮겨놓은 해금강에서는 푸른 바다는 물론이고 외금강의 절경과 동해로 흘러드는 남강의 강변경치, 아름다운 호수와 섬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번 여행 내내 상쾌한 숲 내음과 함께 수줍게 피어난 봄꽃과 새싹들, 겨우내 얼었다 녹아 경쾌한 소리를 내며 흐르는 계곡물 소리와 맑게 지저귀는 새소리가 함께 해주었다. 고개 돌리는 곳마다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것 같았던 이번 금강산 여행은 현실세계가 아닌 따뜻한 봄을 그린 동화 속 세상으로 여행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향교골규화목 관람을 마지막으로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이번 여행은 지역을 많이 옮겨 다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저곳, 이것저것 많이 볼 수 있었기에 알차고 만족스러웠던 여행으로 기억될 것 같다.
박지혜 / IPA 온라인 홍보단
첫댓글 아름다운 곳이지요
가고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