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의 '블루 문' 이란 제 상상으로부터 비롯된 허구적인 달 입니다.
실제 블루 문은 한달에 보름달이 두번 뜨는 현상에서 두번째로 뜨는 달을 일컫는 말입니다.
(화산폭발이나 화재로 인해 대기 중에 먼지들이 농도가 짙어지면서 푸른 달이 수일간 뜰수도 있다고 합니다.)
달이 떴다.
조각조각이 갈라진 틈 사이로 은은한 빛이 새어나왔다.
오묘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가득 머금고 있는 달이었다. 바로 블루 문(Blue Moon), 즉 푸른 달을 일컫는 말이었다.
블루 문(Blue Moon)은 천년에 한번 뜬다는 전설 덕에 수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었다.
검고 깊은 밤하늘에 어우러지는 푸르른 빛과, 그 조용하고도 웅장한 아름다움에 잠시 몸을 떨며 전율을 느꼈다.
"……아직도 슬픈거야?"
푸른 달에 담긴 슬픔은 나는 안다. 그 아름다움 속에 숨어있는 슬픔과 눈물을, 나는 알고있었다.
블루 문에 대고 말했다. 아니, 너에게 말했다. 너무나도 슬퍼서, 또 그만큼 너무나도 아름다운 너에게.
한 방울도 채 흘리지 못한 푸른 눈물을 끝끝내 삼켜내며 뒤돌아선 너에게. 떠나가버린 너에게.
"그래서, 이렇게 되어버린 거니? 이럴 수 밖에 없었던 거니?"
떨리는 목소리를 숨기지 못한 채 다그치듯 물어오는 나에게, 너의 대답은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떠나가버린 네 대신, 차마 흘리지 못한 눈물을 삼키며 꺼져버린 네 대신, 나는 울고 있었다.
「천년에 한 번 뜨는 전설의 달, 블루 문 (Blue Moon)에 대한 소식입니다.
말 그대로 푸른 빛을 내는 달이라고 하여 블루 문 (Blue Moon) 이라 일컫는 전설의 달.
그 블루 문 (Blue Moon)이 근 2년전부터 이상현상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천 년이라는 주기를
반복하며 뜨는 달인 블루 문 (Blue Moon)의 주기가 1년으로 바뀐 것입니다. 그리고 블루 문은,
항상 12월 24일, 바로 크리스마스 이브 날에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본래 천 년이라는 주기 또한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주기이지만,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던 달이
근 2년 전부터 크리스마스 이브 날에만 뜬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
거실에 틀어놓았던 TV의 음량이 너무 컸던 탓인지, 발코니에 서있는 내 귀에까지 뉴스의 내용이 흘러들어 왔다.
네가 떠난 그 날. 푸른 보름 달이 하늘을 비췄던 그 날. 그 날이 돌아올 때면, 항상 이렇게 푸른 달이 뜨고는 했다.
"눈물을 흘릴 수가 없어서, 잊혀질까 두려워서, 그래서 푸른 달이 된 거지? 내가 너를…… 기억해 줬으면 하는거지?"
그제서야 나의 말에 대답을 하듯 , 블루 문은 그 푸른 자태를 더욱 뽐내었다.
그러면, 나는 여태까지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그 말을 꺼내어 본다.
"있잖아, 민아. 사람들이 자살 할 때 말이야, 꼭 유서같은 게 발견되고는 하잖아.
그런 걸 보면, 그 사람들은 자신의 흔적을 세상 어딘가에 남기고 싶었던 게 아닐까? 사실 죽고 싶지 않았고,
잊혀지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닐까? 존재하지 않는 사람은 언젠가는 잊혀지기 마련이니까. 그런데도 죽었다는 건,
자신을 기억해 줄 사람도, 자신의 죽음을 위해 울어 줄 사람도…… 없었던 게 아닐까?"
푸른 달은 여전히 푸르렀다. 야속하게도 푸른 빛을 뽐내기만 할 뿐, 대답을 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무거운 공기만이 주변에 머물렀다. 그래도 나는 계속하여 허공을 향해 입을 놀릴 뿐이었다.
"그런데 너는, 왜 떠났니.. 내가 너를 기억하고 있는데, 내가 네 죽음에 눈물을 흘리는데, 왜 떠났니.."
한 번 터져버린 눈물은 마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시야가 흐려졌지만, 차마 말을 멈출 수 없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내가 기억했으니까, 내가 네 대신 울었으니까, 이제는 슬퍼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앞으로는 너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앞으로는 너를 대신해서 울어주지 못하지만…… 네 곁에 함께 해 줄테니까,
그 사람들도 너도, 앞으로는 행복했으면 좋겠다."
***
고요한 정적 속에 사이렌 소리만이 울렸다.
바로 오늘 새벽 발생한 한 20대 중반 여자의 자살 사건 때문이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뭐가 이상하다는 말인가."
한 젊은 형사가 대뜸 선배 형사에게 물었다.
강하고 무게있는 느낌의 형사가 그 질문에 그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그에 형사는 잠시 뜸을 들이는 듯 싶더니, 이내 자신의 궁금증을 표출해냈다.
"자살한 여자요. 유서도, 유품도,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잖습니까."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도, 행동하는 것도 차이가 있지 않나. 죽는 이유에도 차이가 있는 탓이겠지."
"무슨 소리를 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기억되고 싶지 않았다는 뜻이겠지. 추억할 만한 유품을 남기지 않았다는 건, 이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를
지워버리고 싶다는 거지. 자신을 기억해줬으면 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겠고."
"그렇군요."
"그 여자는 아마, 지금쯤 웃고 있을 걸세."
"……."
"이제서야 비로소 원하던 곳으로 떠날 수 있었을 테니까."
불꽃이 사그라들었다. 꽃은 시들었고, 해 또한 져버렸다.
크리스마스 이브날마다 하늘을 비추었던 푸른 달, 블루 문 (Blue Moon)도, 언제부터인가 뜨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블루 문 (Blue Moon)은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첫댓글 왠지 이해가되고, 설득도 당하게되는 글이네요 저를 위해 울어주고, 기억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것. 그리고 날 위해 그래줄 사람이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수있는 지금의 나는, 꽤 행복한 축에 속하나봅니다.
그런가요? ㅎㅎ 그렇다면 저도 분명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군요. 댓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