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지 벚꽃
예년보다 열흘 정도 이르게 벚꽃이 피는 삼월 넷째 목요일이다. 주중이면 거제 연초에 머물 텐데 코로나 사태로 개학이 두 번이나 연기되어 창원에서 삼월을 보내고 있다. 새벽녘 일어나 산책이나 산행을 나서고 싶어도 코로나 감염이 신경 쓰여 문밖출입이 머뭇거려진다. 그럼에도 갑갑하게 집에서만 보낼 수 없어 날이 밝아오길 기다려졌다. 아침을 들고 우산을 챙겨 현관을 나섰다.
아파트 뜰로 내려서니 벚꽃이 어제보다 화사했다. 아파트와 인접한 보도로 나가 반송소하천을 따라 걸었다. 이태 전까지 교육단지 여학교 근무할 적 내리 삼 년간 다녔던 길이다. 나는 그 시절 동료들보다 늘 이른 시각인 아침 여섯 시 무렵이면 집을 나섰다. 지난날을 회상하며 그 때와 같은 동선인 보도를 따라 걸으니 차도엔 오가는 차량이 한산했다. 원이대로 횡단보도를 건넜다.
창원스포츠파크 동문 앞을 지나 대상공원 들머리에서 폴리텍대학 후문으로 들었다. 대학도 코로나로 온라인 강의를 진행해 인적이 없었다. 캠퍼스엔 전정이 잘 된 소나무와 향나무들이 많으나 군데군데 심겨진 벚나무에서 연분홍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났다. 다른 대학보다 폴리텍대학은 벚나무가 많은 캠퍼스였다. 지난날처럼 그 대학 구내를 가로질러 교육단지 보도를 따라 걸었다.
교육단지 앞을 관통한 일자형 차도엔 가로수로 벚나무들이 도열했다. 진해를 제외하고 창원에서 벚꽃이 화려하게 피기로 알려진 곳이다.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이동행상의 포장마차 설치가 강력 규제되어 거리가 깨끗했다. 거기는 매년 벚꽃이 필 때면 중앙동 상가 연합에서 행락객을 대상으로 포장마차가 들어서 교육단지를 무색하게는 유해 환경이었는데 그렇지 않아 다행이었다.
봄비가 보슬보슬 내려 우산을 받쳐 쓰고 벚꽃이 화사한 교육단지 보도를 걸었다. 벚꽃이 만개해 바람에 날리는 꽃잎도 보기 좋지만 이제 갓 피어 비를 맞아도 단정한 모습으로 꽃잎을 펼친 벚꽃도 보기가 좋았다. 차도엔 간간이 차량이 지났는데 차창 밖으로 벚꽃을 완상하려는 이들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처 사는 사람인지 나처럼 우산을 받쳐 쓴 아주머니들도 몇 보였다.
문이 닫힌 도서관과 중학교를 지나 초등학교였다. 초등학교 운동장엔 전 없던 건물이 새로 들어서 있었다. 내가 떠난 일 년 사이 강당을 겸한 체육관이 신축되어 완공을 앞두고 있었다. 초등학교와 이웃한 곳은 사학 남녀 고등학교였다. 사립 고교와 이웃한 곳이 내가 근무했던 여학교였다. 코로나로 교육단지 대학과 초중고 모든 학교 학생들은 등교를 하지 않아 적막하기만 했다.
교문에서 배움터 지킴이실을 살피니 실내등이 켜져 있었다. 비록 내가 근무하다 떠난 학교이지만 지금은 외부인에 해당했다. 코로나로 외부인 출입을 통제한다는 안내문 따라 바깥에서 지킴이 선생과 인사만 나누려니 지킴이 선생이 한사코 사무실로 들어오십사 권해 따라 들어갔다. 오랜만에 만나니 반가웠다. 지킴이 선생이 손수 탄 커피를 들면서 학교 안팎 근황을 알게 되었다.
내가 떠난 이후 학교 구성원이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지킴이 선생은 육군 소령으로 전역해 공기업에 몸담았다가 아이엠에프로 신산한 시절도 넘긴 분이다. 이후 부동산 중개소를 열었더니 남을 속여 버는 돈인 듯 해 그만두었다고 했다. 한때는 창원에서 가장 높은 위치인 정병산 정상에서 산불감시원도 했다고 했다. 연세가 일흔 중반인데도 건강관리를 잘해 아직 정정해 보였다.
지킴이 선생과 헤어져 충혼탑 사거리로 나갔다. 극동방송국을 지나 언덕을 넘으니 궁도장이고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이다. 운동장도 코로나로 개방되지 않아 썰렁했다. 이면도로엔 운행을 나가기 못한 관광버스들이 줄을 지어 세워져 있었다. 만남의 광장에서 원이대로를 건너 반송시장으로 가니 거기도 한산하긴 마찬가지였다. 최근 확진자 동선 가운데 병원과 약국이 포함되었다. 20.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