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 각황전 옆 적매화 꽃잎 땅에 떨어져
- 박남준
저건 절명이다 아니 화엄이다
붉은 절정의 적매화 꽃잎 땅에 누워 그대로 와불이다
아스라히 흩어진 허공중의 윤회를 손바닥에 올려놓는다
화엄사 각황전 옆 적멸로 오르는 돌계단이 가파르다
-시집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실천문학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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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눈에 확 띄는 긴 제목의 시를 발견하게 됩니다
전체적으로 단출한 구성의 시인 경우가 많더군요
긴 제목이 제대로 된 한 행의 시인 까닭입니다
며칠전 김재홍 교수의 문학강연에서 소개된 짧은 시는 제목마저 단출했고요.
조병화의 <천적>, 정현종의 <섬>, 고은의 <그 꽃>처럼 제목이 간단명료한 것도 있고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도 그런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길다고 다 좋은 시가 아니듯 짧다고 해서 다 좋은 시도 아닌 것이니...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 내 영혼을 고양시키며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사유를 담아내는
좋은 시를 읽고 쓸 수 있는 하룻길 걸으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