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영
‘작은 날갯짓이 들춘 인간의 허우적거림, 그리고 생태적 성찰’
<위험한 동행>
초대하지 않아도 찾아드는 불청객으로 인해 여름철이면 누구나 생활에 작은 불편을 겪는다. 한여름 밤 무더위에 겨우 드는 선잠을 깨우는가 하며 그 집요함 속에 원치 않는 전쟁으로 밤을 지새운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두 번쯤 있을 테다. 잠자리에 들기전 온갖 방어벽을 치고 잠자리에 들건만, 어느새 숨어들었는지 늘 당하고야 만다. 물리기만 하면 금방 부어오르는 예민한 피부 탓에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눈을 뜨고 찾아보지만 숨는 재주만큼은 가히 뛰어난 놈들이다. 조선의 다산 정약용 선생 또한 얼마나 시달렸으면 (증문(憎蚊 - 모기를 미워하다)이라는 시를 남겼을까. 여름밤이 지루하기 일 년과 맞먹는데 / 몸집도 작고 종자도 천한 네가 / 어찌 사람만 보면 침을 그리 흘리느냐 / 밤으로 다니는 것 도둑질을 배우는 일이요 / 제가 무슨 현자라고 혈식을 한단 말인가.
지구상에는 약 3,500종, 우리나라에만도 56종의 모기가 서식한다고 한다. 1억 년 이상 지구에서 살아남으며 끊임없이 진화해 온 모기는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도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한다. 냄새와 습도에 민감하여 자주 씻어 땀 냄새만 없애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지만, 그 존재를 완전히 떼어낼 수는 없다. 생태계의 먹이사슬 한 축을 담당하며 꽃가루를 옮기는 긍정적 역할도 있다 하나, 산란기 암컷 모기가 전파하는 전염병과 타는 듯한 가려움 앞에서는 그런 이성적인 이해도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이렇듯 떼려야 떼어낼 수 없는 필연의 관계라지만, 모기 한 마리 때문에 사람 목숨이 오갈 뻔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인간보다 몇만 배나 작은 모기 한 마리로 인해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를 겪은 일이다. 모처럼 친구들과 카풀로 동행하던 길, 차 문을 여닫는 순간에 숨어든 모기 때문에 친구 두 명이 물리고 말았다. 차 안에 파리 한 마리만 들어와도 신경이 쓰이는데, 피까지 빠는 모기가 있으니 운전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밖으로 날아가길 바라며 창문을 열어보았지만, 초여름의 덥고 습한 열기 때문에 이내 창문을 닫아야 했다. 이때 한 친구가 에어컨을 강하게 틀어 모기를 동사시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꽤 그럴듯한 방법이라 여겨 에어컨을 최고 온도로 틀었다. 처음에는 시원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차가운 냉기에 모기보다 우리가 먼저 견디기 힘들었다. "모기 잡으려다 우리가 먼저 동태 되겠다"는 친구의 너스레에 차 안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 순간, 뒷좌석에 앉은 친구가 모기를 잡겠다며 느닷없이 운전하는 내 어깨를 쳤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는 찰나, 서행하던 앞차의 범퍼를 가볍게 받고 말았다. 피해 차량은 출고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소형차였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고 뒤 범퍼의 긁힘도 미미한 정도였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차에서 내린 친구는, 큰 사고가 아니라는 안도감에 그만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이고 말았다. 하지만 그 웃음이 피해 차량 운전자의 화를 돋우고 말았다. "큰 차 타고 다니니까 내 차가 우습게 보이느냐"며 펄펄 뛰시는 아주머니의 오해 앞에 우리는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모기를 잡다 생긴 황당한 상황에 안도하느라 나온 웃음이었을 뿐이라고 진심으로 사과드렸지만, 화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다행히 동승했던 분께서 자초지종을 들으시고 상황을 이해해 주신 덕분에, 새 차의 범퍼를 교체해 드리는 것으로 무사히 합의를 마치고 그 자리를 떠날 수 있었다. 작은 모기 한 마리가 불러온 어처구니없는 소동이었다. 얼마 전 온 나라를 충격과 불안에 빠뜨렸던 메르스 사태를 떠올려본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물에 흔들리고, 모기 한 마리에 사고를 내고 마는 모습을 보며, 거창해 보이는 우리 인간이 얼마나 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약한 존재인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하루빨리 모든 일상이 평온하게 제자리를 찾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서평:우병택****
우리는 흔히 거대한 재난이나 압도적인 폭력 앞에서만 인간의 무력함을 실감하곤 한다. 그러나 이중명 작가의 수필 〈위험한 동행〉은 그 통념을 가볍게 배반한다. 작가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고 보잘것없는 ‘모기’라는 생명체를 통해, 문명화된 삶을 구가하며 지구의 주인을 자처하는 인간이 얼마나 허술하고 연약한 존재인지를 신랄하면서도 해학적으로 파헤친다.
이글은 여름밤의 모기 기승과 그로 인한 신경전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문을 연다. 단순한 생활 에세이로 시작될 듯하던 글은, 공간이 ‘달리는 자동차 안’으로 옮겨가면서 예상치 못한 긴장감과 아이러니 속으로 독자를 밀어 넣는다. 운전 중 갑자기 나타난 모기 한 마리를 잡으려다 벌어진 소동은 작은 해프닝을 넘어 접촉 사고로 이어진다. 황당한 사고 직후 상대 차주와의 실랑이에서 빚어지는 오해와 민망함은, 엄숙한 인간사의 이면에 도사린 코미디를 여실히 보여준다. "모기를 잡다 생긴 할당한 상황에 안도하느라 나온 웃음"이었다는 해명처럼, 인간은 거대한 자연의 위협 앞에서는 오들오들 떨면서도 정작 코앞의 작은 날갯짓 하나에는 일상을 통째로 저당 잡히는 모순을 품고 사는 것이다.
특히 이 수필의 미덕은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거대한 문명적 성찰로 확장하는 시선의 깊이에 있다. 작가는 모기와의 사투를 메르스 사태라는 전지구적 공포와 포개 놓으며, 미지의 바이러스나 보잘것없는 생물 앞에서도 무력하게 흔들리는 인간의 실존을 냉철하게 직시한다. "거울에 보이는 우리 인간이 얼마나 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약한 존재인가를 새삼 깨닫게 한다"는 고백은 이 글의 주제를 관통하는 묵직한 울림이다.
결국 〈위험한 동행〉은 자연을 정복하려 들기보다 그 안에서 함께 부대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숙명을 되묻는다. 모기와 인간, 피할 수 없는 필연의 관계 속에서 작가는 타자와의 공존, 그리고 인간 중심적 오만을 내려놓는 겸손한 성찰을 이끌었다. 가벼운 웃음 뒤에 씁쓸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잘 벼려진 한 편의 성찰적 에세이다.
!! 문학적 감상 포인트 (짚어보면 좋을 부분들)
① 금상첨화가 될 부분 (보완하면 더 좋을 지점)
사고 이후의 갈등 해소 대목의 전환: 본문에서 모기 때문에 사고가 나고 상대 운전자가 화를 내다가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 다소 빠르게 지나갔다. 이 부분에서 '모기'라는 하찮은 존재가 인간의 이성을 어떻게 마비시키고 감정을 격화시켰는지에 대한 심리적 묘사를 한두 문장 더 보강한다면, 마지막 문장인 메르스 사태로의 확장(거대한 공포와 미물과의 연계)이 훨씬 극적이고 개연성 있게 다가설 것이다.
② 가장 특출난 표현 (칭찬하고 싶은 명문장)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물에 흔들리고, 모기 한 마리에 사고를 내고 마는 모습을 보며, 거울에 보이는 우리 인간이 얼마나 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약한 존재인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수필의 주제의식이 가장 선명하게 빛나는 정점이다. 문명이 아무리 발달해도 미세한 자연의 변수 앞에서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지, 인간이라는 존재의 양면성(강함과 미약함)을 '거울'이라는 사물과 오버랩하여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짚어낸 명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