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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철수 뒤 전망 불투명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하면서 생긴 힘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여러 세력이 경쟁하는 가운데 탈레반이 급속히 세력과 영토를 확대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은 모든 역량을 동원해 탈레반과 마지막까지 싸우거나 명예로운 해결책을 추구할 것이다.
탈레반의 문제는 이들이 권력 분점을 상당히 싫어하며 포로가 된 병사나 민간인에게 무자비하다는 것이다. 탈레반은 포로를 모두 처형하기 때문에 현재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는 예전 나지불라 정권(1978-92년 사이 내전 시기 친소 정권의 마지막 정부)의 운명을 되풀이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최대 종족인 파슈툰 족에 속하는 가니 대통령이 이끄는 이 다종족 정권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파슈툰 족(42퍼센트), 타지크 족(27퍼센트), 하자라 족(9퍼센트), 우즈베크 족(9퍼센트) 및 기타 소수종족(13퍼센트)을 잘 묶어서, 탈레반이 참여하는 하나의 전국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다. 파슈툰 족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국경선 양 지역에 살고 있다.
그러나, 전국 정부를 구성해도 샤리아 법에 집착하는 탈레반이 민주주의를 따르지 않고 선거제도도 믿지 않기 때문에 내전이 다시 일어날 위험이 아주 크다.
탈레반은 1996년 나지불라를 공개 처형한 뒤 카불을 장악했던 예전에 비해 보다 세련되고 현대화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새로운 탈레반 지도부 대표들은 외국 정부들에게 자신들이 극단적으로 급진적인 이슬람 이념을 추종하지 않으며 단지 민족주의적일 뿐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예전에 비해 온건하고 세련된 모습을 보여 왔다.
이 새 탈레반은 1996-2001년의 집권 기간에 그 폭력적, 사회적 억압 정책 때문에 전 세계의 불가촉천민이 되어 다른 나라로부터 얻지 못했던 인정과 교역 기회를 원한다.
탈레반이 엄격한 이슬람 규범을 따르기는 하지만 이들은 중동의 이슬람국가(IS)보다는 실용주의적이며, 과거 소련이 지원하던 나지불라 공산정권과 싸울 때는 미국과 협력했었다.
탈레반은 인터넷, 휴대폰과 같은 현대적 통신 네트워크가 있는 도시 지역과 달리 농촌 지역에서는 여성이 학교에 다니는 것을 금지하고 부르카 착용을 강제하며 사람들을 공개 투석형에 처하는 등 더 보수적으로 행동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이들은 동맹자를 찾으면서 과거의 실수들을 반복하지 않기를 원한다.
탈레반의 공동 창립자인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는 지난해 당시 미국 국무장관 마이크 폼페이오와 마주 앉았다. 그런 고위인사와 함께 있는 이미지로 탈레반은 (국가보다는) 종족별 충성도가 더 강한 인구 3900만 명의 아프가니스탄에서 차기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필요했던 합법성을 확보했다.
탈레반은 러시아, 중국, 이란에도 고위 대표단을 보내 합법성을 확보했고 어느 정도는 그들의 마음에 들었다. 이 세 나라는 사실상 탈레반을 뒤에서 밀어주고 있지만 또한 각자의 장래 선택지는 열어 두고 있다.
탈레반은 미국과 중국, 또 거의 확실한 이란과 러시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에도, 자신들은 아프가니스탄을 지하드 전사들이 자라는 온상으로 만들거나 이들 나라에 적대적이지 않는다는 다짐을 줘 왔다.
이 나라들은 IS가 패배한 뒤 이제 탈레반이 전 세계에 걸친 이슬람의 주된 보호자, 멘토, 보급자로 행동하리라 두려워한다.
8월 7일 탈레반 반군들이 아프가니스탄 북부의 셰버건 시에서 지방 정부 청사를 점거하고 있다. (사진 출처 = UCANEWS)
인도는 아프가니스탄 재건 자금으로 30억 달러가 넘게 기부했다. 이는 미국 다음으로 많은 액수다. 하지만 인도는 탈레반이 권력을 잡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인도는 이슬람 신자 수가 전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은데, 탈레반이 집권하면 인접한 잠무-카시미르 주에서의 균형이 깨질 것을 두려워한다. 이 지역은 이슬람인이 다수인데, 인도는 이곳의 영유권을 두고 파키스탄과 두 차례나 전쟁을 했다. 하지만 인도에게 다른 선택지는 전혀 없어 보이며 이 급진적 이슬람 조직과 더불어 일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탈레반의 복귀는 온건하든 강경하든 간에 아시아에 여파를 미칠 것이다. 아시아는 전체 인구 45억 명 가운데 33퍼센트가 이슬람인이며, 냉전이 시작된 이후로 종교가 지정학과 외교 정책에 큰 역할을 해 왔다.
서구와 달리 아시아에서 종교는 국가 안보와도 연계돼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지의 정치 동학을 보면 이슬람이 장차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나라 주민은 조직화된 이슬람에 참여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이슬람 강경파가 이들 나라의 사회, 정치, 경제 측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에도 대중은 그간 여러 선거에서 이슬람 정당들을 철저히 배격해 왔으며 더 부드러운 형태의 이슬람을 지지해왔다.
근래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는 이슬람이 공식 역할을 하기를 원하는 이들과 이에 저항하는 이들 사이 긴장 상태가 유지됐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90퍼센트가 이슬람인이다.
각기 세계 제2, 제3, 제4위 이슬람국가가 있는(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남아시아에는 거의 4억 명에 가까운 이슬람인이 있다.
인도의 이슬람 인구는 전체 인구 13억 명의 14퍼센트이지만, 숫자는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보다 많다. 친힌두 정당인 인도인민당(BJP)이 발흥하면서 이 큰 나라의 힌두-이슬람 관계는 크게 손상됐다.
인도에서의 이 힌두-이슬람 구도는 또한 파키스탄에서 종교간 적대감정을 크게 불러일으켰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웃나라인 아프가니스탄, 인도, 이란의 상황 전개에 따라 엄격한 샤리아 법을 도입했다. 파키스탄에서는 시아파와 수니파 간의 폭력도 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파키스탄이 탈레반화하고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말레이시아 이슬람인은 전체 인구 2200만 명 가운데 55퍼센트를 웃돈다. 이 나라에서는 이슬람은 종교이자 종족 정체성이기도 한데, 이슬람인 대다수는 말레이족이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이 나빠지는 것은 예전에 소비에트연방 소속 공화국이었다가 독립한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이슬람인이 인구의 압도적 다수다.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접하는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에서는 특히 걱정이 많다.
탈레반의 국제무대 등장은 또한 휴면상태인 서아시아의 IS 분자들의 생명을 연장시켜 줄 것이다.
9월 1일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마치면, 탈레반은 자신들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킬 여지가 생긴다. 그것을 좋아하든 아니든, 이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 집단은 여기에 계속 존재할 것이다.
(이 글에 담긴 관점은 필자의 것이며 <아시아가톨릭뉴스> 편집진의 공식 입장과 꼭 같지는 않다.)
기사 원문: https://www.ucanews.com/news/return-of-taliban-in-afghanistan-will-impact-all-asia/93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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