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약속장소에 나가기 위해 택시를 탔습니다. 저는 택시를 타면 기사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눕니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분이기 때문에 세상 돌아가는 일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제가 먼저 말을 하지 않았는데 이분이 먼저 말을 꺼내기 시작합니다. 그 말의 요지는
지금 이렇게 어려운 것은 종북과 같은 빨갱이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상의 자유라는
것은 그냥 생각만 하고 있어야지 그것을 입 밖으로 내뱉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하시더군요.
너무나 극단적으로 말씀하셔서 대화를 나누기가 힘들었습니다. 특히 말끝마다 욕을 하시는데
듣는 저로써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저는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고 침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자기 자랑을 하시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지금은 택시기사를 하고 있지만, 특허출원을 2개 해 놓았는데 이것이 대박 나면 100억
수입은 날 것이라고 하더군요. 여기에 대해서도 침묵하자, 이번에는 자신이 운이 아직 안 되었
는지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되지 않는다는 이상한 말씀을 하세요.
지금까지 로또 복권 숫자 6개 중에 5개 맞은 경우가 일곱 번이나 되었는데, 운이 없어서 1등에는
당첨되지 않는다는 아쉬움을 이야기하시네요. 대화란 서로 말을 주고받는 것이지요. 그런데
자신의 생각만을 이야기하고, 자기 자랑만을 한다면 이는 대화가 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습
니다.
그리고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되네요. 저 역시 상대방의 생각은 존중하지 않고 제 생각만을 이야기
할 때가 참으로 많았던 것 같습니다. 또한 상대방의 좋은 점을 발견하기 보다는 제 자랑을 더
즐겨 말하기도 했었지요. 그럴 때 제 대화의 상대 역시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 대화의 상대인 주님께도 그러했던 것 같습니다. 내 입장에 맞춰서 기도하고, 내 이득만을
위한 기도를 할 때가 많았던 것은 아닐까요? 오늘 예수님께서는 고향 나자렛의 회당에서 당신의
사명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이라고 선포하십니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을
낮춰 보면서 그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고, 고을 밖으로 내 몰아 벼랑에서 떨어뜨리려고 하지요.
이런 모습을 똑같이 간직하고 있는 우리는 아니었는지를 반성하게 됩니다. 주님의 말씀을 잘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뒤에 잘 말해야 합니다. 혐오감을 주는 기도, 상처를 주는
기도,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한 기도, 나의 욕심과 이기심을 채우기 위한 기도를 피해야 주님과
진정한 대화를 나눌 수가 있습니다.
주님의 대화법을 떠올려 봅니다. 특별히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시는 예수님,
그러나 강자에게는 철저히 강자의 모습으로 올바른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해주셨습
니다. 지금 내 모습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