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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춘천이나 옥천뿐만 아니라 주요 신문사들이 있는 곳 서울 중심지를 돌면서 조중동 반대 구호도 외치고 언소주 홍보도 원하는 회원들이 있었습니다.
시위나 집회가 아니라 조선일보 반대 마라톤처럼 행사를 통해 반대의 목소리를 모으고 알리자는 것으로 구상되다가 4.19 올레처럼 올레 형식으로 행사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그 제안을 통해 마련된 것이 올초 서울본부장 김가님의 공약 사안인 언론소비자 올레(이하 언소주 올레)입니다.
총선이후 행사를 개최하려고 했습니다. 주말이나 공휴일을 이용해야 참여인원을 좀 모을 수 있을 것 같아서 5월 말 또는 6월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총선 이후 여러가지 외부적인 사안으로 좀처럼 시기를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때마침 6.10 민주항쟁 관련 행사를 6월10일 일요일 시청광장에서 대대적으로 하는데 많은 시민단체들이 부수적으로 행사를 참여해주기를 요청받았습니다.
그 날은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을 것 같고 6.10은 역사적으로 꽤 의미도 있는 날이라서 제1회 언론소비자 올레를 개최하기에도 안성맞춤인 것 같아 5월 중순부터 행사준비위원회의에 참여하면서 언소주 올레를 준비했습니다.
언소주 올레의 기획 취지와 목적은 조중동 반대 시위가 아니라 언론인들의 투쟁의 역사 중 언론자유 수호와 공정 언론을 세우기 위한 시초가 되었던 동아투위, 조선투위 투쟁의 현장들을 둘러보고 현재 언론권력으로 군림하고 있는 언론사들도 둘러보면서 대한민국 언론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생각해보는 행사로 마련되었습니다.
언소주 올레는 문화 행사지만 피켓을 들고 행진을 한다든지, 구호를 외친다면 경찰이 시위로 간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집회신고를 하기로 했습니다. 집회신고를 하기에 앞서 어떤 장소를 신고해야하는지 현장을 답사하기로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3주기 추모행사가 끝난 뒤 주말쯤 언소주 올레 코스를 답사하기로 했습니다. '공정언론을 위한 1박 2일 희망 캠프'를 마친 5월 26일 토요일에 코스를 답사했습니다. 저와 사무총장님, 서울본부장님, 인어공주님, 하제님 이렇게 5명이서 집행부에서 지도를 보고 미리 논의해 본 길을 따라 돌았습니다.
언소주 올레 처음에 정한 코스
장소에 머무는 시간(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도 포함하여 시간을 재고 시청광장으로 와서 보니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시간과 거리가 적당하여 코스를 확정짓고 그대로 집회신고를 5월 29일 월요일에 하기로 했습니다.
5월 29일 월요일에 집회신고를 하러 서울지방경찰청에 방문했습니다.(집회시위 장소 관할이 2군데 이상일 경우 해당지방경찰청에 신고하기로 되어 있어 서울시경에 간 것입니다.)
민원실에서 담당 경찰을 만났습니다. 정보과에서 나온 경찰인데 집회신고서를 보더니 내용은 읽지도 않고 집회장소와 행진경로를 먼저 보더군요.
딱 하는 얘기가 다른 단체에서 집회신고 먼저되어 있으면 안된다고 말하더군요.
저도 그것은 알고 있다고 그래서 경찰청에 와서 확인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금 신고한 이 시점(5월29일 오후1시경) 이전에 6월 10일 일요일 16시에서 18시사이에 지도에 나타난 곳에 다른단체가 집회신고가 있으면 확인해 달라.
먼저 경찰이 꺼낸 얘기가 "대우건설에서 집회신고 내서 힘들다"고 얘기하다가
제가 "대우건설은 길 건너편인데요, 그쪽은 지나지도 않는데요" 했더니
경찰은 "아마 금호그룹도 집회신고 내어서 그 길(새문안로)로 가기 힘들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거기서 집회하는 것도 하니고 그냥 지나가기만 하는데 금호그룹에서 집회신고 되어 있다고 지나가지 못하는 것은 아니잖나라고 반문했죠.
경찰이 그게 아니라고 하더군요. 2단체 이상 같은 장소에서 집회신고를 하게 되면 먼저 신고한 단체의 집회신고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더군요.
제가 그랬죠. "지나가는 것인데도 안된다는 것인가요?" 집시법 법령집을 한번 보자고 왜 안되는지 법으로 되어있는지 보자고 했습니다.
그러자 뒤편(금호본사 뒤편에 길이 있음)에 있는 길로 가면 안되냐고 해서, 잠시 생각을 해보니 조선일보에서 경향신문을 향하는 것은 단순히 최단의 이동 경로와 대로변에서 홍보를 위해서 가는 것이라 중요한 것은 아니니 수정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죠.(집회 신고를 확정지어야 언소주 올레 행사 확정할 수 있고 확실하게 홍보를 할 수 있는데 얼마남지 않은 시간인지라 그냥 뒤로 가는 것으로 생각을 해 보았죠.)
그러더니 종로경찰서(그 일대는 종로경찰서 관할) 정보과 형사와 통화를 하면서 저한테 전달하는 말이 "그 쪽은 길이 좁은데 100여명이 통과를 못할 것이라고 하더군요"
제가 스마트폰으로 그 지역 거리뷰를 보겠다고 했죠. 가보지는 않았지만 지도상 큰 도로인데 인도가 아주 작을 리도 없고 좁다면 좁은대로 갈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했었죠.
그리고 서울시경 정보과 형사가 정동길이 안된다고 얘기하더군요. 정동길은 남대문경찰서 관할인데 남대문서 담당 경찰이 얘기하는 대로 전화로 중계하면서 여기는 미대사관저가 있어서 불가하다라고 하길래, 우리는 경향신문에서 중앙일보로 가는 그 길이 짧기도 하고 그 길로 가다가 보면 예전에 신군부에 의해서 폐간된 신아일보사와 신아기념관이 있어서 역사교육도 함께 되고 중부등기소 부근이 옛 대법원 자리라서 동아투위 선생님들이 겪은 고초도 이야기를 나누어볼 수 있기 때문에 그 길이 중요하다, 그 길로 가고 싶다, 안 그러면 저쪽 서대문경찰서쪽으로 크게 돌아야 한다고 난감을 표했죠.
다시 자세한 지도를 보니 우리가 가는 길이 아닌 쪽(덕수궁 돌담길)에 미대사관저가 있더군요.(위에 지도에는 안보임). 우리는 정동제일교회를 끼고 우측으로 가기 때문에 미대사관저하고 상관도 없는 길이다라고 주장했죠.
각 포인트 되는 지점(동아일보사 앞, 조선일보사 옆 원표공원, 경향신문사 앞, 중앙일보사 앞)이 잠시 머무르면서 동아투위나 조선투위 선생님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장소인데 그곳은 동아일보, 경향신문, 중앙일보가 먼저 집회신고를 해서 받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하여튼 삼성이 자기 회사 앞에서 집회를 막으려고 매일같이 미리 집회신고를 하듯이 웬만한 대기업들과 대중의 지탄의 대상인 조중동은 삼성처럼 일년 365일 내내 회사 앞에 집회신고를 내는가 봅니다.)
그러면 그 근처라도 집회신고를 하겠다고 했더니, 각 머무는 곳에 대한 집회신고서를 별도로 작성하라고 하더군요. 그 집회신고서에 해당되는 장소의 관할 경찰서에 집회신고를 먼저 하고 신고 접수가 되면 나중에 그것을 가지고 서울시경으로 와서 나머지 경로에 대한 신고를 하더라 하더군요.
오늘 신고 못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사무실로 와서 4군데 지점의 집회신고서를 작성했습니다. 광화문우체국앞, 조선일보사 옆 원표공원, 프란치스코 회관 앞(경향신문사 옆), 캘리포니아 관광청 옆(중앙일보사 정문 건너편).
4군데 집회 신고 지역. 위에 두 곳은 종로서에, 아래 두 곳은 남대문서에 신고하게 되어 있습니다.
경찰이 오후 6시까지 업무를 보기 때문에 부랴부랴 작성을 했습니다. 앞의 두 곳은 종로서 관할이고, 뒤의 두 곳은 남대문서 관할이라서 도보로 갈 수 있는 종로서부터 가기로 했습니다. (남대문서까지 들르고 최종적으로 서울시경에 집회신고하러 가려면 시간이 빠듯했습니다. 내일로 미루면 혹시라도 그 누군가가 해당지역에 집회신고를 먼저하지 않을까하는 염려도 있어서 서둘렀습니다.)
종로서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저보다 앞서 민원실에 집회신고를 하러 온 사람있었는데(금속노조지부사람) 그 건을, 교육받으러 간 담당자 대신해서 정보과 여경이 와서 처리하는데, 그 여경이 민원실로 내려오는 시간도 오래 걸렸고, 왜 그렇게 더디게 처리하는지 제 차례는 5시 30분이 거의 다되어서였습니다.
광화문우체국 앞 거리뷰 사진까지 첨부했는데, 여경이 광화문우체국 정문에서는 안된다, 옆에 편의점 입구 다음 위치부터서 하셔야 한다, 여기가 좁은 보도라 보행에 지장을 초래한다면서 사진에다 마구 표시를 하더군요.
제가 "그날은 일요일인데요? 광화문우체국은 영업하지도 않는데 그 앞에 왕래가 많을까요? 시간도 딱 두시간 오후 4시부터 6시사이입니다. 집회신고서 내용과 날짜, 시간을 제대로 보셨나요?" 하고 반문을 했지요.
경찰들을 보면 집회신고의 내용은 제대로 보지 않고 오직 집회있는 장소가 엄청 중요한 것 같더군요.
사실 언소주 올레 행사를 문화행사니까 집회신고를 안하고도 할 수 있겠지만 구호을 외치고,피켓들고 행진하다가 보면 이러한 것들이 시위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에 미신고 옥외집회로 엮을 수 있어서 그래서 집회신고를 하는 것인데 담당경찰들은 집회를 못하게 하려고 듯한 인상을 주더군요.
경찰 왈 "여기는 주요도로라서 안되요." 우리가 도로로 가나요? 인도로 가는데요? 이렇게 반문을 해도 다른 길로 조정을 해달라고 하더군요. 제가 "지금은 시간이 촉박해서 어쩔 수 없지만 나중에는 행정소송을 해서라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사안별)로 원하는 코스로 행사를 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종로서 신고를 마치고 나니까 오후 6시가 다 되어서 남대문서와 서울시경 가는 것을 내일로 미루었습니다.
(다음날 5월 30일)
출근 길에 나머지 집회신고를 하기 위해 남대문서에 먼저 들렀고, 남대문서 담당자는 어제 서울 시경 담당자와 언소주 올레 코스 내용을 통화해서 알고 있었는지 신고 접수는 간단하게 끝났습니다. 사실 중요한 것은 서울시경 담당자와 행진코스를 확정짓는 것이었습니다.
서울 시경에 제출하는 집회신고서의 코스 지도. 처음 예정된 코스를 그대로 넣었습니다.
서울 시경 담당자가 코스 지도를 보니 서울 시청광장에서 출발해서 동아일보사까지 가는 것은 안된다고 하더군요. 주요도로라서 허용안된다고 하더군요. 저는 '사실 우리의 실제 시작은 동아일보사 앞이다, 서울 시청광장은 6.10 민주항쟁 추모제가 끝나는 시간 오후 4시에 시청광장에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동아일보사 앞으로 가는 것을 지도에 표시를 한 것이다라'고 했죠.
경찰은 행진을 할 수 없는 구역이라고 하더군요. 제가 '근데 어차피 피켓이나 깃발을 들고 도보로 이동하게 되면 그 길을 지날 수밖에 없는데 물품을 가지고 가는 것인데 그것도 행진처럼 보여지지 않겠나, 그렇다면 어쩌겠나.'하니까
경찰이 그렇다면 삼삼오오로 이동하는 것으로 하고 시작은 광화문 우체국에서 하는 것으로 집회신고서에 표시해 달라고 하더군요.
일단 제1회니까 행사를 치루는 것이 중요하므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또 광화문우체국에서 집회하고 광화문지하도록 이동, 동화면세점을 지나 원표공원으로 가겠다고 했더니 동화면세점에서 원표공원을 가는 것도 주요도로라서 안 된다고 표시를 다시 해달라고 하더군요.
제가 '아니 자연스럽게 진행할 수밖에 없는 방향인데 그것도 안되면 도데체 신고를 하지 말라는 것이냐'고 따졌죠.
경찰이 우리 단체에 허용하게 되면 선례가 남게 되고 그러면 다른 단체도 내줘야 하기 때문에 곤란하다고 해서, 제가 그렇다면 선례가 아니라 판례로 만들어주겠다고 했죠.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어쩔 수 없지만 다음에는 사안별 행정소송을 해서라도 얻어내겠다고 했죠.
경찰도 판례로 되면 편하다고 하더군요.(이 얘기는 옥외집회 신고를 잘못(?) 받으면 상관한테 깨질까봐 주요 장소에 대한 집회,행진을 신고에서부터 못하게 해야 된다는 것이죠.)
할 수없이 원표공원에서 행진을 시작해서 조선일보 앞을 거치고 금호상사 뒷길로 가는 것으로 했습니다.(또 주요도로 얘기가 나와서 뒷길로 가기로 했습니다. 신고 접수하고 난 뒤 전화가 왔는데 혹시 조선일보 뒷길로 가냐고 하길래 아니라고 했죠. 아마도 우리가 조선일보 현판이 있는 코리아나 호텔까지 가는 것으로 표시했는데 문서에는 조선일보로 되어 있어서 실제 조선일보로 가는지 궁금해서 전화했던 것 같습니다.)
이후 코스는 그대로 확정지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긴 후기를 쓰게 된 이유는 처음에 우리가 구상한 길이 제대로 안 된 사실을 알려드리고 경찰이 장소에 따라 집회신고를 꺼려하는 사실을 알려드리려고 한 것입니다.
아마도 4년전 촛불집회의 후유증 때문에 행진을 절대 허용해서는 안되는 구간을 만들어 놓은 것 같습니다. 만일 김대중 정부시절이나 노무현정부시절이었다면 경찰들이 이랬을까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더군요.
조중동이 무슨 준 행정기관도 아닌데 경찰은 뭔가 보호해야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조금 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이렇게 애쓰시는데 형편상 돕지를 못하니 죄스럽습니다. 마음으로나마 응원을 드립니다.
관심과 응원도 큰 힘이 됩니다.^^
친일파 순사섹이들보다 더하네 ㅉㅉㅉ
정말 애쓰셨습니다. 경찰들 경직성과 관료주의에 제대로 대응할 매뉴얼도 만들어야겠어요...
고생 많으시네요 응원에 함성 화이팅!!!
순백의 존경과
핑크빛 사랑을 보내드립니다
존경합니다
애 많이쓰셨읍니다 ^^^
조중동을 위해 충실히 애쓰는 경찰인 것 같네요... -.-;;;
고생많이 하셨습니다. 경찰 정말....답답하네요.
경찰 진짜 답답하네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