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은 따뜻한 남쪽나라 해남에도 15년만에 찾아 온 강추위가 기승이다.
내가 해남에 온지도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금년같이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내려간 적이 없었다.
날이 추우니 농삿일도~ 바닷일도 할 수가 없어 일이 몸에 밴 촌노들은 좀이 쑤시고
그 중 참을성이 없는 사람부터 차례로 연락을 한다.
어이~ 김사장~ 오늘은 뭐하시는가?
네~ 형님~ 그냥 오전에 어영하고 오후에 부영하고 삽니다~
그래?
그럼 오늘은 달마산에 약초나 체취하러 가세~
뭐 좋은 것 좀 나와요?
그럼~
잔대도 있고 삽주도 있고 원숭이걸상 버섯도 많다네~
아따~ 성님~ 그런 것 말고 정력에 좋은 것 없수?
이사람아~
그거야 자네집에 잔뜩 담궈둔 야관문주가 최고지~
이렇게 맘 모아 나선 산행길에 약초는 대충이고 넓다란 바위에 앉아 각자 챙겨온 산행식을 꺼내 놓고
지금껏 살아 온 얘기를 안주 삼아 걸죽한 입담들이 오고 간다.
내용이래야 늘 비슷하다.
무거운 사연이면 짐짓 무거운척~
가벼운 사연이면 짐짓 가벼운척~
썰렁한 아재개그가 나오면 좀 과하다 싶게 배꼽도 잡아주고~
형님~ 까지꺼~ 좀만 기다려 보슈~ 내가 인천에서 45년을 살았는데 그정도야~ 하며
적당하게 객기도 부리다 보면 짧은 겨울날의 해가 진도의 이름모를 섬으로 숨어간다.
이때쯤 하나 둘 울리는 핸드폰 소리에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풀어 논 간식그릇 챙기고
발아래 보이는 동내에서 피어 오르는 하얀 연기가 이제 그만 수다 접고 내려오슈~ 라고 재촉한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세계 인류의 평화와 경제의 안정을 위해서~
이런 무거운 것 다 버리고 무심한듯 던진 소박한 농담이 더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을 보면 분명 나는 늙어가고 있다.
오고가는 대화속에 그 흔한 영어 한마디 없고~
사자성어가 없어도 서로의 마음을 금방 알아버리는 것을 보면 나는 늙어가는 것이 맞다.
요즘들어 나는 이렇게 늙어가는 것을 즐긴다.
째려 볼 사람 없어 좋고~
미움다툼 시기와 질투 할 사람 없어 좋고~
저놈 실수하기만 해라~ 하며 바라는 사람 없어 좋다.
거기에 더해~
이렇게 놀다 집에가면 맛난 저녘 준비해 놓고 오늘 당신 줄려고 산에서 쉬지 않고 약초를 찾았지만
내 눈에는 안보입디다~ 라고 거짓으로 얘기해도 믿어주는 짝이 있어 더 좋다.
첫댓글 부럽습니다.
저도 그리 살고 싶네요.
약초 캐는 척 ..나물 캐는 척.. 농사 짓는 척 하면서
영어 한마디 몰라도 되는곳에서요.
좋습니다.
나는 요즘 해남 생활이 넘 좋습니다.
하루를 쉬고 이틀을 쉬고 쭉~~ 일주일을 쉬어도 다음날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시골이 넘 좋습니다~~^^
오전에는 어영을 하셨다길래
다음 읽기를 멈추고
잠시 생각했잖아욧.
'어영이 뭘까?'
한참 후 웃었네요.
부영의 친구라는 걸 알고서~ㅎ
ㅎㅎㅎ
암호 해독
쉽게 하셨네요 ㅋ
저도 오후에는 어영하고
부영하고 친구 할랍니다.ㅎ
언니네서 식사모임..
유머감각 뛰어난 분들
곁에하면 행복이 숑숑숑..^^
우리집 진도견들 이름이 아리와 까리이고 사냥견은 해남이입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듣기 좋고 부르기 좋은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그런데요~
한번 들은 분들은 이름을 오래도록 기억하더라고요~!!!
작년에 준 야관문 아직도 냉장고 아랫칸에 넣어 두었다네
먹을 일이 없어서 ㅎㅎ
시골 사람들 인심도 좋고 입담도 좋지
자네 살아가는 모습이 부럽네.
나도 아직 야관문주를 한잔도 안먹어 봤다네~
그냥 손님으로 오신분 들에게 해남에는 이런 것도 흔하답니다~ 하고 선물로 사용하고 있다~^^*
어느 무더운 여름
휴가철에 들른 해남 이모님..
돌아올때는 참깨랑 고추가루
실어주시며..잘 가라고..ㅎ
친구가 손수 채취한 야관문주
댓병으로 있으니 가져가라
하지만 저는 비주류이니..
농한기의 여유로움이
엿보입니다.
토말촌장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미지님 오랫만입니다.
한동안 안보이셔서 궁금했습니다.
새해에 복 넘치시라고 늦은 인사 드립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시골은 생필품이 도시보다 비쌉니다.
그래서 작은것도 인터넷에서 구매를 합니다.
이런것만 빼고는 다 좋습니다.
대신 공짜로 생기는것도 많아요~^^
오랫만에 삶에방에 들어왔네요.
먼 남쪽마을의 잔잔한 이야기 잘듣고 갑니다.
평화로움이 부럽습니다..
건강하세요.~~^^
감사하고 반갑습니다.
늘 건강에 구애 없이 평안하기를 기도합니다 ~!!!
촌장님, 간만에 뵙습니다
남녘에 빈 집이 두 칸 있어, 낙향하고 싶어도
과년한 딸 아들 혼사가 남아 .. 여태껏 어영부영 ~~
그리운 소식 자주 주시길 . 언제나 부러운 님 !
요즘 젊은이들은 다 그런가 봅니다.
우리집 자식들도 도통 갈 생각을 안합니다.
그래서 내가 마위웨이하며 내려와 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