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와 콩의 화학
콩으로 만든 두부는 단백질이 풍부해 ‘밭에서 나는 고기’라고 불린다.
콩으로 만든 두부는 단백질이 풍부해서 식물성 고기 혹은 밭에서 나는 고기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고기가 귀했던 시대에는 단백질을 보충해 주는 귀한 식품이었다. 더구나 두부의 원료로 사용되는 콩을 논두렁에서도 쉽게 재배하고 수확을 할 수 있었으니 일석이조이었을 것이다. 이번에는 두부 및 콩과 관련된 화학에 대해 알아보자.
두부를 만들 때는 간수를 넣는다
콩을 오랫동안 물에 불리고 곱게 갈아서 삶는다. 베 주머니와 같이 고체와 액체를 분리할 수 있는 천을 이용하여 삶은 콩을 거른다. 천에 걸러진 것이 콩 비지이고, 천을 통과한 액체가 두유(豆乳)*이다. 두유는 떠 돌아다니는 단백질 및 기름 입자에 의해서 빛이 산란되기 때문에 뿌옇게 보인다. 뜨거운 두유(온도는 대략 65-90oC 정도)에 간수를 첨가하면 하얀색 덩어리들이 응고되고 두유를 담은 용기 그릇에 쌓인다. 응고되는 덩어리를 일정한 모양의 틀에 붓고 압력을 가하고, 굳어지면 두부가 완성된다. 두부 자체로는 특별한 맛이나 향이 잘 느껴지지 않지만 양념을 사용하고 조리를 하면 매우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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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두부를 만드는 과정에서 걸러진 콩 비지. <출처 : (cc) Julie Bernstein> |
김치만 곁들여도 두부는 훌륭한 요리가 된다. <출처 : (cc) Julie Bernstein> |
왜 간수가 필요한가?
단백질은 용액의 상태(온도, pH, 염의 농도, 온도)에 따라 그것의 물성이 달라진다. 단백질은 주위의 환경에 따라 변성(denaturation)이 된다. 수용액에서는 콩 단백질의 물을 싫어하는 소수성 부분은 겉으로 노출되지 않고 접혀있는 단백질의 내부로 숨어 있게 된다. 뜨거운 열로 단백질이 변성되고 구조가 변하면서 내부에 숨어 있던 곳이 바깥쪽으로 노출이 된다. 변성된 콩 단백질은 주로 음이온을 띠며, 간수 혹은 첨가제(자연산이든 인공으로 제조되었든 화학물질이다.)의 도움으로 전하가 중화된다. 그렇게 되면 단백질 입자간에 소수성 상호작용(hydrophobic interaction)이 활발해져서 서로 뭉치고 커져 결국 침전된다. 한편 단백질의 카르복실기(-COO-)구조를 갖춘 물을 좋아하는 친수성 부분은 바깥쪽으로 노출되어 있다. 용액의 pH를 낮추면 카로복실산(-COOH)로 변하고, 그 결과 단백질 입자들 간의 반발이 대폭 감소된다. 따라서 입자간 상호작용이 증가되어 젤 혹은 침전이 이루어진다. 두부 만들 때 첨가되는 글루코델타락톤(glucono delta lactone)은 가수분해되어 산으로 변한다. 두유의 pH를 낮추면 마치 간수를 첨가할 때처럼 침전이 유발되는 것이다. 간수를 가하기 전의 두유에는 콩 단백질을 비롯한 많은 종류의 화학물질이 녹아 있거나 입자로 분산된 상태이다. 그러나 열을 가하고, 간수를 첨가하면 위와 같은 이유로 단백질이 뭉치고 석출되면서 동시에 많은 화학물질들이 함몰되어 부유물 혹은 침전에 포함된다. 그러므로 두부에는 콩에 본래 들어 있던 단백질, 기름 및 수많은 화학물질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간수가 물에 녹은 단백질을 뭉쳐 두부가 되게 한다. <출처 :gettyimages>
간수는 염의 수용액이며, 두유 물질을 침전시키는 응고제(coagulant) 역할을 한다. 염의 종류만큼이나 간수의 종류도 많다. 간수의 종류 및 농도에 따라 침전되는 속도의 변화 및 고형물의 견고함 등이 달라질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그것은 곧 바로 두부의 품질과 맛으로 직결이 되므로 두유와 간수의 혼합 비율은 두부 회사의 영업비밀이기 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간수는 염(황산칼슘(CaSO4.2H2O), 염화마그네슘(MgCl2), 염화칼슘(CaCl2))이 약 0.3% (무게 비, wt%) 녹아 있는 수용액이다. 그래서 깨끗한 바닷물을 그대로 혹은 소금(NaCl)을 걸러내고 남은 바닷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소금기가 빠진 바닷물 역시 다양한 종류의 염이 녹아 있는 수용액이므로 간수로 적합한 것이다. 보통 간수는 쓴 맛이 나서 고염(苦鹽)이라 부르며, 영어(bittern) 일어(nigari) 모두 쓴 맛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일단 응고되어 굳어진 두부는 깨끗한 물에 오래 담그고, 간수를 씻어내어야 한다. 두부 제조의 원리는 물론 두부의 질감을 결정하는 일에도 화학이 깊숙이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두부를 만드는 콩에는 유방암 예방 물질이
콩에 포함된 화학성분 중에는 이소플라본(isoflavone)도 있다. 이소플라본은 수많은 폴리페놀의 한 부류이며, 항산화 기능이 있다. 제니스타인(genistein), 다이드자인(daidzein)과 같이 일반인에게 생소한 화학물질도 이소플라본의 한 종류이다. 마른 콩 100g에는 약 200 mg정도의 이소플라본이 있다. 그것은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estrogen))과 유사 기능을 하고 있어서 식물성 에스트로겐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이소플라본 기본 분자 골격에 다른 작용기가 결합된 수 많은 종류의 이소플라본 유도체도 이소플라본이라 부르며, 매우 다양한 종류의 이소플라본이 식물에서 발견된다.
이소플라본
역학(epidemiology)조사 결과 이소플라본이 많이 포함된 음식이 유방암 예방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더구나 콩 식품을 장기 복용한 동양 여성들은 서양 여성에 비해서 골다공증 발병률이 낮고, 폐경기 증상도 덜 심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콩 요리(두부, 된장)를 많이 먹는 동양 여성들의 유방암 발병률이 낮다는 것이다. 두부를 비롯한 콩 요리가 서양 여성들 사이에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가 충분한 것이다. 의학 연구결과는 폐경 후에 호르몬(에스트로겐) 치료를 받은 여성들의 유방암 발병률이 소폭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긴 월경 주기를 갖고 있어서 일생 동안 총 월경횟수가 적은 여성의 유방암 발병률은 낮고, 반대로 애를 적게 낳거나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의 유방암의 발병률은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방암 발병과 에스트로겐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여기고 있다. 에스트로겐은 유방암을 어떻게 촉진시킬까? 유방에 있는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에스트로겐이 결합되면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과다하게 증식되는 메커니즘이 제시되었다. 유방암도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과다 증식되는 것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이다. 과다 증식을 막는 한 가지 방법은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에스트로겐이 결합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그러면 과다증식의 유발원인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소플라본은 에스트로겐과 경쟁적으로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결합되어 에스트로겐 수용체 자리를 점유한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이라는 별칭이 그냥 붙은 것이 아니다. 마치 열쇠구멍(에스트로겐 수용체)에 이미 유사한 열쇠(이소플라본)가 꽂혀 있어서 실제 열쇠(에스트로겐)가 들어갈 기회를 막아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에스트로겐의 결합이 아예 안되거나 그 결합 확률이 낮아지면 세포의 과다증식 원인이 제거 되는 셈이다. 이소플라본의 한 종류인 제니스타인은 암 종양에 영양을 공급해 주는 혈관의 형성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고 하니 금상첨화이다.
콩에는 엽산도 풍부해
콩의 화학물질 중에 관심을 끄는 또 다른 물질은 엽산(folic acid, 비타민 B9)이다. 엽산은 핵산(DNA)의 변이를 막아주며, 건강에 이롭지만 그 자체가 생리활성 물질은 아니다. 음식에 포함된 많은 종류의 아미노산 중에는 메싸이오닌(methionine)이 있다. 메싸이오닌은 대사를 통해 호모시스틴으로 변한다. 의사들은 혈액에 호모시스틴 농도가 높은 사람은 혈관이 낡아지는 위험이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며, 그와 연관해서 호모시스틴 농도가 높은 사람은 뇌졸증의 발병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몸은 호모시스틴을 메싸이오닌으로 되돌리거나 혹은 다른 경로를 통해 글루타치온(glutathione)으로 변해서 별 문제가 없다. 호모시스틴을 메싸이오닌으로 되돌릴 때 엽산과 비타민 B12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엽산의 분자구조
따라서 엽산이 부족하면 일단 생성된 호모시스틴을 없애는 일이 쉽지 않다. 더구나 엽산은 자체 생산되지 않으니 외부 공급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의학 연구결과는 엽산을 적절한 양(약 400 마이크로그램/일)을 섭취하면 대장에서 용종(polyp)이 감소하지만, 권장량 보다 2-3배 이상 과량으로 섭취하면 오히려 용종이 더 생겨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엽산 역시 다른 화학물질과 마찬가지로 너무 많아도 골치거리인 것이다. 특히 임산부가 엽산이 지속적으로 부족할 경우 태아가 척추 갈림증(spina bifida) 같은 신경 계통의 결함을 지니고 태어날 수 있다고 한다. 임신을 앞둔 여성 혹은 임신 여성에게 의사들이 엽산 섭취를 적극 권하는 중요한 이유인 것이다. 노인의 기억력에 엽산이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 적절한 양의 엽산은 꼭 먹어야 될 것 같다.
임신을 앞둔 여성 혹은 임신 여성에게는 엽산 섭취가 권장된다. <출처 : gettyimages>
두부 제조에 일가견이 있는 어머니들을 비롯한 두부 장인들은 수많은 실험과 경험을 통해서 독특한 맛과 질감을 가진 자신만의 두부제조에 대한 노하우를 획득했을 것이다. 두부를 비롯한 콩 식품의 인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렇다고 콩으로 만든 식품이 만능은 아니다. 누군가 만병통치 약 혹은 모든 건강에 유익한 기능성 식품(물질)이 있다고 떠든다면 절대로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이 삶의 지혜이자, 화학을 올바로 이해한 사람의 판단이다. 하나의 물질로 모든 사람들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을 만큼 인체가 단순하지 않다. 동시에 약과 독이 같은 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모든 화학물질을 대하는 자세이다.
- 글
- 여인형 | 동국대 화학과 교수
- 서강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화학과 교수이다. 일반인을 위한 저서로 [퀴리부인은 무슨비누를 썼을까?](2007), [공기로 빵을 만든다고요?](2013)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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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취 떡하나 더 드려야 겠어요, 이렇게 →우쭐 영취보살님~ ^^
힌트 좀...
ㅎㅎ 어째요.. 종이로 만든 아수라님~~^^
종이에 생명을 불어 넣어 드릴께요~ 노란 부분에 커서를 대고 그어보세요~ ^^
약과 독이 같은 뿌리라..
저는 두부를 먹으면 머리가 아프던데~^^
어쩐지~ 금강경법회 후 식사 중에 두부인심을 잘 쓰시더군요. 먹는 거 앞에서는 아기 같은 아수라 거사님 괜히 좋아하시고요~ ㅋ~ 아수라 거사님 , 혹시 독으로 변하진 않았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