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여행기(2)
여행 코스에 카파도키아가 있다.화산과 지진으로 지형이 변하고 계곡이 생기고 세
월의 풍화 작용으로 그 속에 버섯 모양의 바위들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머리에 반
짝 빛이 지나가며 탄성이 터져 나온다.“세상에 이럴 수가.”우주의 다른 별에는 절
대 있을 수 없는 풍광이다.달나라 갔다 온 우주인이 이곳을 먼저 봤다면 달나라를
절대로 안 갔을 것이다. 세상에 이보다 더 아름답고, 괴기스럽고 신기하고 동화스
러운 곳이 또 있을까.?내 평생에 처음 보는 풍광이다.나는 작은 소인이 되고 버섯
바위에 작은 구멍을 뚫어 집을 만들고 모래를 빚어 꽃병을 만들고 벌들에게 꿀을
얻어다가 케이크를 만든 후 계곡을 돌며 예쁜 공주를 찾아다닌다. 계곡에서 본 하
늘은 더 높고 버섯 바위에 만든 작은 구멍집은 깊고 아늑했다.공주여..! 공주여..!
예쁜 공주여.. !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이처럼 아름다운 곳에서 나 혼자 어찌
살 수 있겠소,,,,,!이 구멍집에 예쁜 공주만 있다면....난 세상에 다시는 나가지 않
으리...내 집에 금비가 쏟아진다고 해도 다시는 세상에 나가지 않으리...겨울엔 여
기서 여름엔 저기서 살 집을 찾아 세상에 나가지 않으리...화려한 왕의 수례도 닳
아 없어지고 궁전도 기둥만 남는 세상에 나가지 않으리.목숨이 다하면 내 몸은 들
판에 버려진 표주박 처럼 뒹구는 세상에 나가지 않으리.이 구멍집에 예쁜 공주만
있다면... 구름을 벗어난 달 처럼 살아가리....연잎에 물방울이나 바늘 끝의 겨자
씨처럼 어떠한 욕망에도 매이지 않는 공주여..바른 길과 그른 길을 분별하고 자유
인이 된 공주여..이 세상 선악 다 버리고 집착을 초월해 근심이없는 맑은 공주여
삶과 죽음을 알고 늘 깨어있어 번뇌가 없고 인연에 얽매이지 않는 공주여..공주여
어디에 있습니까..?나 공주를 찾고있습니다..카파도키아 새벽하늘엔 초승달이 날
카로웠고 별은 총총했다.큰 풍선에 바구니를 매달아 사람들을태우고 하늘로 오른
다.오르다 풍선이 펑크 나면 어쩌나 걱정도 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타는 건
데 설마하며 머리를 흔들어 걱정을 지워버린다. 태양이 솟는 시간에 맞춰 열기구
는 하늘로 오른다.접히는 새처럼 다리의 존재감이 없어진다. 걸으면 발자국이 생
기고 마차를 타면 바퀴 자국이 따르고 배를 타면 물결이라도 생기는데 아무 흔적
도 없이 움직이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잡념과 집념을 끊어 깨우침을 얻은 자
유인의 발걸음 처럼 흔적 없다.허공을 나는 새처럼 흔적없이 날아오른다.생명이
끝나고 지구별을 떠날 때도 이렇듯 오를까.? 높이 오를수록 땅에 있는 사람은 먼
지 같고 차는 개미처럼 움직인다.요만큼 올라왔는데 내가보기에도 사람이 이렇듯
하찮게 보이니 하나님이 내려다보면 어떨까..? 하나님이 사람을 벌하려 노아에게
방주를 만들라 명하고, 그후에도 또 하나님 처럼 높이 오른다며 바벨탑을 쌓는 사
람들에게 언어를 바꾸어 흩어지게 하신 하나님의 심정을 헤아려본다.풍선에서 내
리면 사람이 만든 십자가에 기도하지말고 목수가 깍은 목탁에 시주하지말고 오직
하늘을 보며 하나님을 섬겨보리.개미 같은 존재로 겸손하리.욕망과 집착을 버리고
호수를 떠나는 백조처럼 살아가리.열기구가 한참을 오르니 땅에서 보던 태양보다
빨리 구름사이로 빛을 뿌리고 층층이 갈라지는 무지갯빛 사이로 천국의 음악 소리
가 들린다. 잔잔한 음악 소리에 천사들이 날고 새털구름이 흩어진다. 멀리 푸른초
원을 걸으며 새 소리를 듣는 듯 흰옷 입은 성모 마리아가 고개를돌리고 옆에는 지
팡이든 모세와 그의 아내 십보라가 요한과 웃으며 담소를 한다. 천당이다. 하나님
의 나라 천당이다.그리고 그들 아래 저 너머 높은 산이 보인다. 연옥이다. 세상의
죄를 심판 받는 연옥이다.산을 기어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엔 표정이 없다. 말이 없
다. 음악도 없다.산 위에는 벌써 심판이 진행되어 심판 받고 천당으로 오르는 계단
에 올라 행복한 미소를 짓는 사람과 지옥으로 내려가는 어둡고 차가운 땅속 돌문
에서 늦은 후회로 울부짖는 사람들이 보인다. 한없이 오를 것 같은 열기구도 서서
히 땅으로 내려온다. 다시 사람과 자동차가 점점 크게 보일수록 높은 하늘에서 잠
시 본 천당과 지옥이 서서히 안개 속으로 뿌옇게 사라진다 다시 땅을 밟으며 땅 냄
새를 새삼 음미해보니 구수하고 두 발로 걸을 수 있음에 행복하다. 내일부터 내가
잠에서 깨는 곳이면 매일매일 뜨는 해를 열심히 착한 마음으로 보리라. 헬렌 켈러
의 저서 “3일만 볼 수 있다면(Three days to see)”에서 그녀가 보고 싶다는 것들
은 다음과 같았다. 자신을 가르쳐준 앤 설리번 선생님의 얼굴, 산과 들의 아름다운
꽃과 빛나는 노을, 먼동이 트는 모습과 밤하늘에 별, 아침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의
표정…. 만약 헬렌 켈러의 소원이 이뤄졌다면 그 다음에는 무엇을 했을까. 아마 자
신의 눈으로 보고 싶었던 것을 사진으로 찍어 영원히 남기고 싶어하지는 않았을까.
열기구 타고 카파도키아의 계곡과 천당과 지옥을 봤으니 요번 여행은 이것으로 끝
내도 아쉬움이 없을 것 같다.더구나 난 여행의 느낌을 가슴에 새기고 감동을 사진
에 담지 않았나..?그리고 클레오파트라가 목욕을 했다는 파묵칼레, 바울이 선교여
행하며 머무른 에페소와 웅장한 도서관과 경기장, 지중해 햇살이 쏟아지는 안탈리
아는 얼마나 오랫동안 밤마다 내 꿈에 나타나 나를 행복하게 만들까.. ...집에 돌아
와 사진 정리하고 여행의 글을 쓰면서 다시 한 번 터키 여행을 음미하리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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