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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분명히 책상 위에 올려놨는데. 김태양네 집에서 외박한 날, 다이어리 열쇠를 몰래 챙겨왔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
는 열쇠. 혹시나 해서 그날 입고 있었던 옷이랑 가방도 다 뒤져봤는데 열쇠는 커녕 다 먹은 새콤달콤 껍데기만 계속 나온
다. 후우... 결국 오늘도 못 보는 건가? 한숨을 폭폭 쉬며 바닥에 널부러진 옷가지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엄마아~~"
요즘 트레이드마크처럼 들고 다니는 토끼인형을 한 손에 들고 아장아장 뛰어와 내 품에 쏘옥 안기는 똥강아지. 입에는 뭐가
들어 있는지 쉴새 없이 오물거리며 머리를 부비적부비적.
"라희 뭐 먹어?"
"꺼엄."
"껌?? 엄마는??"
"우웅."
내 무릎 위에 누워서 고개를 들고 입술을 쭈욱 내밀며, 마치 나 먹으라는 듯 단번에 자신의 껌을 양보해주는 똥강아지가 너
무 예뻐서 아프지 않게 볼을 살짝 꼬집고 코를 앙 물어버리면 눈을 찡긋거리며 개구지게 웃는 똥강아지. 반 바퀴 돌아 작은
손으로 내 허리를 끌어안은 똥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계속 예쁘다고 칭찬해주었더니.
"엄마."
"응?"
"여기 있는 아가도 예뻐?"
검지 손가락으로 정확히 내 배를 가리키며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날 보고 묻는 똥강아지다. 원래 애들은 동생이 생기면 엄마
사랑을 빼앗길까봐 질투도 느끼고 그런다길래 많이 걱정했는데, 우리 똥강아지는 질투는 커녕 아가 언제 나오냐고 하루에도
몇 번씩 묻는다.
아직 부르지도 않은 배에 귀엽게 뽀뽀도 해주고, 청순하게 한쪽 머리를 귀 뒤로 넘긴 채 빨리 나오라며 배를 살살 쓰다듬어
주기도 하고. 아직 딸인지 아들인지도 모르는데 묻지도 않고 '누나가, 누나가' 하는 거 보면, 동생이 100% 남자이길 바라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러다 딸이면 혹시 실망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다.
"라희야. 라희는 동생이랑 뭐가 제일 하고 싶어?"
"밥!!"
"밥??"
"우웅~ 라희가 밥도 먹여주고, 잠도 코~ 같이 잘 꺼야."
"또?"
"뽀뽀도 해주고, 어부바도 해주고..."
이제 슬슬 잠이 오는지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손등으로 눈을 비비기도 하다가 말 끝을 흐리며 천천히 눈을 깜빡거리는 똥
강아지. 오늘은 웬일로 낮잠을 안 자나 했더니 역시 또 졸린지 잠시 입술을 달싹이더니.
"따른 애들이 못 괴롭히게, 지켜줄 꺼야."
별안간 고개를 들고 졸린 눈으로 날 바라보며 꽤 다부지게 얘기하는 똥강아지. 졸린 와중에도 할말은 다 하는 예쁜 내 딸이
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동생인데 다른 애들이 괴롭히지 못하게 지켜준다는 그 말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고작 3살짜리 입
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기엔, 너무 마음이 따뜻해지는 말. 나도 동생이랑 같이 살았으면 무지 잘 해줬을 텐데.... 있으면 뭐
해? 어떻게 생겼는지, 서로 얼굴도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데.
가끔 그리울 때가 있다. 그리고 또 가끔은, 괜히 서글플 때가 있다. 지금처럼...
"응, 소아야~"
-버섯돌이! 지금 어디야??
응?? 뭐야. 밤 9시쯤, 갑자기 전화해서는 대뜸 어디냐니. 뭔가 굉장히 다급한 목소리로 어디냐고 묻는 소아 때문에 살짝 당
황한 목소리로 집이라고 하면, 또 더 다급해진 목소리로 지금 집에 있을 때가 아니라고 당장 밖으로 나오라는 소아. 도대체
무슨 일이지? 실컷 자고 일어나서 느긋하게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미리 녹화해둔 만화를 보고있던 똥강아지를 아빠에게 맡기
고 대충 가디건만 걸친 채 밖으로 나왔다.
오늘 오랜만에 야근한다고 아직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은 아로하에게 간단한 문자를 남기고 정원을 지나 대문 밖으로 한걸음
나가다가, 우리 집 앞에 개구진 표정으로 뒷짐을 지고 서있는 아민이를 보고 멈칫하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다가가니. 갑자
기 씨익 웃으면서 '짜잔!!' 하며 내 앞에 안개가 만발하는 꽃다발을 내미는 아민이.
"임신 축하해. 홍아!"
오밤중에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인지, 전화로 불러낸 소아는 안 보이고 난데없이 아민이가 나타나서 꽃다발이라니. 임신 축하
라면 벌써 이틀전에 온 가족이 모여서 축하도 받고, 딸로써 며느리로써 사랑도 많이 받았는데. 이러나 저러나 어쨌든, 고맙
다고 사랑한다고 말로만 떼운 아로하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에 감동 먹어서 눈물이 글썽글썽.
"홍아... 울어??"
고개를 숙이고 나와 눈높이를 맞춘 채 내 얼굴을 들여다 보는 아민이의 목을 꽈악 끌어안고 고맙다고 말하면, 내 등을 토닥
토닥- 예쁘게 웃으면서 산책하러 가자는 아민이다. 예전엔 같은 학교 다니는 류보다 더 자주 만나서 놀곤 했었는데, 요즘엔
본의 아니게 내가 바쁜 척을 많이 해서 이런 시간이 없었던 것 같아 아쉬운 나.
그렇게 남 몰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오랜만에 손 꼭 잡고 공원으로 가는 길이였다. 지금 내 배 속에 있는 아이가 딸이든
아들이든 꼭 자길 닮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아민이 때문에 아빠를 닮아야지 왜 삼촌을 닮냐고 따지다가, 아로하랑 닮았음
자기랑도 닮았을 거라고. 그래도 아로하보단 자기랑 닮는게 애들한테도 더 좋을 거라고 말하는데 이상하게 동요가 되서 꽤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떡거리고 있을 때.
"어?"
"어!? 버섯돌이.... 오 마이 갓. 오 마이 갓!!"
"소아야!!"
헐. 뭐야... 뭐지??? 아민이랑 같이 공원으로 가던 중, 뭔가에 쫓기듯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오던 소아가 갑자기 나를
보고 당황하며 한걸음씩 뒷걸음질 치기 시작하더니 급 방향을 바꿔 다시 반대 방향으로 쌩 달려가는게 아닌가. 그러고보니
나 지금 소아 전화 받고 나온 건데, 왜 아민이랑 있지? 그리고, 쟨 또 왜 저래??
나란히 걸어오는 우리를 보고 식겁하며 도망가버린 소아의 모습도 충분히 당황스러운데, 갑자기 어색하게 하하하 웃으며 식
은 땀을 흘리는 아민이까지. 좀 천천히 갈까? 라는 말에 일단 알았다고 고개를 끄떡거렸지만, 속으로는 지금보다 더 천천히
걸으면 기어가자는 거야 뭐야? 하면서 혼자 꿍시렁 거리다가 아민이 속도에 맞춰서 전보다 더 천천히 걸으며 공원으로 향했
다.
그런데 약 3분 후, 20미터 쯤 떨어진 곳에서 바닥에 쭈구리고 앉아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소아를 보고 잠시 걸음을 멈
춘 나. 왜 하필 쓰레기통 옆인지... 게다가 아깐 경황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지금보니 옷도 잠옷차림이다.
"소아야!! 너 여기서 뭐해??"
엄마한테 맴매맞고 쫓겨난 초딩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소아의 모습에 쓰레기통 앞까지 한달음에 달려가 물으니, 천천히 고개
를 들고 눈물이 글썽글썽한 눈으로 날 바라보며 젖은 목소리로 날 부르는 소아. 귀 밑까지 오는 짧은 단발머리에 정수리 위
로 묶은 꽁지머리 하나가 달랑달랑.
"버섯돌이...."
모성애를 자극하는 소아의 모습에 얼른 앞에 같이 쭈그리고 앉아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뭐가 그렇게 서러운지 코를 훌쩍
훌쩍 거리다가 갑자기 엉엉 울어버리는 소아. 진짜 무슨 일이 있긴 있나보다.
"왜 울어? 응??"
"흐아앙!! 가슴이... 흐흑. 아아앙."
나참. 답답해 죽겠네! 자꾸 울지만 말고 말을 하라고. 어디 아프냐고 물어봐도 계속 고개만 젓는 소아. 그러다 한참 후, 너
무 많이 울어서인지 알 수 없으나 갑자기 붉어진 얼굴로 가슴이 터질 것 같다며 어느 한 쪽을 힐끔 바라보는데. 어이없게도
소아의 시선이 닿은 곳은,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애꿎은 땅만 쳐다보며 툭툭- 돌맹이를 발로 걷어차고 있는 아민이였다.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인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이해가 되지 않아서. 그저 한참 동안 소아가 보고 있는 아
민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이제서야 우리의 시선을 느꼈는지 살짝 고개를 돌려 우리를 바라보곤 자신에게 쏠려있는 시
선에 당황하며 고개를 홱 돌려버리는 아민이. 둘이, 뭔가 있다... 분명 뭔가 있어.
아까 서로를 보고 당황스러워하던 둘의 모습이 머리 속을 스치고. 원래 둘이 아는 사인가? 한가지 의문점이 머리 속에 떠오
를 때. 소아를 팔꿈치로 툭 치며 둘이 아는 사이냐고 조용히 물으면, 고개를 푹 숙이고 나뭇가지로 땅바닥을 긁으며 웅얼거
리듯이 얘기하는 소아.
"십분 전에.... 크흠, 쟤가 나 덮쳤어. 손바닥으로."
"응?? 뭐라고????"
"심심해서 너 만날려고 너네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생글생글 웃으면서 나타나서는!!"
꿀꺽.
"홍이 친구냐고 그러는 거야. 그래서 홍이가 누구냐고 그러니깐, 내 말은 씹더니!"
"씹더니?"
"갑자기 넋이 나간 얼굴로 '귀엽다...' 이러는 거."
"헐.... 그게 다야?"
"응? 아니?? 씩 웃으면서 손바닥으로 머리를 막 쓰다듬어주는데, 갑자기 막 심장이 쿵쾅쿵쾅 거려서 뿌리치고 도망가다가,
너랑 만나기로 한 거 생각나서 다시 너네 집 쪽으로 막 뛰어갔는데! 니가 쟤랑 같이 있길래..."
"그래서 또 도망갔다?"
"으응.... 근데 버섯돌이. 쟤 누구야?"
또 아민이를 힐끔 쳐다보며,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쟤 누구냐고 묻는 소아에게.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우리 도련님' 이라고
하자 눈을 두배로 부풀리며 놀라는가 싶더니, 무슨 도련님이 저래 멋있냐고 혼자 중얼거리는 소아. 소아 말에 의하면, 아까
아민이가 넋을 놓고 자신을 바라보며 귀엽다고 했다는데... 지금 넋이 나간 건 아민이가 아니라 소아인 것 같았다.
아무래도 소아가 아민이를 보고 첫 눈에 반한 듯. 도련님이라고 하니까 몇 살이냐고 묻더니 자신보다 4살이나 더 많다는 걸
알고는, 왜 또 저래 어리게 생겼냐며 혼자 중얼중얼. 근데, 소아야 너...
"김태양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어??"
"누가?? 내가???"
"으응."
"미쳤어?? 그건 그냥 너 ㄸ.... 패쓰!! 그건 그렇고, 도련님이 나한테 반한 것 같지?"
"하하하하. 글쎄에~"
내가 봤을 땐, 너 혼자 반한 것 같은데? 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하고 속으로 꿀꺽.
"버섯돌이. 너가 가서 물어보고 와."
"응?? 뭘!!"
"빨리 빨리. 나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려! 드디어 내 백마탄 왕자님을 만난 것 같단 말이야. 후아 후아."
젠장. 나 지금 뭐하는 짓이라니. 어느새 울음을 뚝 그치고 호들갑스럽게 얘기하며 내 엉덩일 떠미는 소아의 등살에 못이겨
아직도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혼자 서있는 아민이에게 걸어가고 있는 나. 그런데, 쟤 도대체 왜 운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 어쨌든, 얼떨결에 두사람 다리 놔주게 생긴 이 상황에서 어쩐지 표정은 그리 밝지 않고. 이 밤 중에 도대
체 뭐 하는 짓인지 혼자 계속 꿍시렁거리며 드디어 아민이 앞에 서면.
"홍아..."
뭔가 굉장히 걱정 가득한 얼굴로 날 바라보며 조심스레 내 이름을 부르는 아민이. 하악, 얜 또 왜 이래.
"아민아."
너 저기 쓰레기통 옆에 앉아있는 애 어떻게 생각해?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물을 생각이였다. 그런데, 내가 자신의 이름을 부
르자 갑자기 내 말을 가로막고 총알 처럼 떠들어대는 아민이 때문에 정작 할말도 못하고 벙쪄버린 나.
"그게 아니라! 난 그냥 귀여워서 그런 건데, 니 친구가 겁 먹고 막 도망가잖아. 나보고 뭐래? 응? 변태 같대??"
"...."
"제발 아니라고 말해줘! 나 그런 사람 아니라고, 얘기 좀 잘해줘 홍아! 나 변태로 오해 받기 싫어. 응??"
"너네 둘 때문에... 나 오늘 태교 망쳤어. 짜증나."
내 친구라는 애는 그냥 귀엽다고 머리 한 번 쓰다듬어줬을 뿐인데 자신한테 반한 것 같다는 착각과 함께 이제야 백마 탄 왕
자님을 만난 것 같다며 사랑의 큐피트를 날려주길 바라고. 내 도련님이라는 사람은 그냥 심장이 두근거려서 줄행랑을 친 것
뿐인데 자신을 변태로 오해한 것 같다며 제발 오해 좀 풀어달라고 난리고.
하아... 갑자기 스트레스가 팍팍 밀려 오는 걸, 심호흡을 하며 진정시키고. 손가락을 까딱까딱- 아직도 쓰레기통 옆에 쭈그
리고 앉아서 힐끔힐끔 우릴 바라보고 있는 소아에게 이쪽으로 오라는 신호를 보냈더니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소아. 한걸음씩 뗄 때마다 머리 위에서 달랑거리는 꽁지머리가, 아깐 그
렇게 귀여워 보이더니 지금은 심히 거슬린다.
어쨌든, 내 옆에 바짝 붙어서서 갑자기 꾸벅 인사를 하며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 도련님!!!' 이라고 하는 소아를 보고 흠칫
놀라는 아민이와. 또 대뜸 터져버린 소아의 두 번째 말에 입이 쩍 벌어진 나.
"쓰다듬어주세요!!"
헐... 정말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왔지만, 오늘처럼 소아가 창피하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갑자기 고개를 불쑥 내밀면서 '쓰
다듬어주세요' 라니... 너 왜 그래 소아야. 응?? 백마탄 왕자님 앞에서 그러고 싶어??? 지금 니 눈엔, 당황해서 어쩔 줄 몰
라하는 니 백마탄 왕자님이 보이지 않는 거야? 그런 거야?? 맙소사... 이럴 거면 처음부터 도망이나 가지 말지. 맙소사....
"엄마. 아빠는 언제 와?"
집으로 돌아와서 마음을 차분히 하기 위해 똥강아지를 데리고 같이 거품 목욕을 하는데, 한쪽 벽면에 기대 앉아서 계속 멍
때리고 있는 난 신경 안 쓰고 거품을 날리며 혼자 장난치고 있던 똥강아지가 드디어 심심했는지, 발가벗은 몸으로 내 품에
안기며 아빠는 언제 오냐고 묻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정신 차리고 우리 똥강아지 매끈한 등짝에 손으로 물을 뿌려주며.
"아빠 보고 싶어??"
"응! 아빠 빨리 오라고 해."
"그럴까??"
안 그래도 전화 해보려고 했는데 아민이랑 소아 때문에 전화하는 것도 잊고 있었다. 잠깐 일어나서 손에 물기를 닦고 장식
장 위에 올려두었던 핸드폰을 집어 아로하에게 전화를 걸면. 주차장인지 삐빅- 하며 차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난 아직
말 한마디 하지 못했는데 날 따라 일어나서 내 한쪽 다리에 매달려 아빠랑 통화한다고 손을 쭉쭉 뻗는 똥강아지 때문에 핸
드폰을 그냥 넘길 수 밖에 없던 나.
잠시 아로하와 통화하는 똥강아지를 보며 웃음짓다가, 다시 생각에 잠겼다. 분명 소아는 머리를 쓰다듬어달라고 했는데 아
민인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랬던 건지, 처음엔 무지 당황하는 것 같더니 곧 재밌다는 표정으로 씩 웃으면서 소아의 꽁지
머리를 잡고 흔들흔들.
아무리 첫눈에 반했다고 해도 처음보는 사람한테 머리를 쓰다듬어달라는 소아나, 쓰다듬어 달랬는데 꽁지머리를 잡고 장난
치는 아민이나. 내 눈에, 둘 다 제 정신은 아닌 것 처럼 보였다. 하긴, 한 사람이라도 제 정신이였으면 절대 못 그러지.
"엄마!! 아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방금 전 내가 본 상황에 대해 혀를 차고 있는데, 아로하가 나를 바꿔달라고 했는지 핸드폰을 내 앞
으로 내밀며 빨리 받으라는 듯 손짓하는 똥강아지. 아로하와 통화 후 한층 더 밝아진 표정으로 내 품에 기대 안겨서 손가락
을 꼼지락거리며 내 가슴을 만지작거리는 똥강아지를 안고 전화 통화를 하다가, 통화를 마친 후 다시 핸드폰을 장식장 위에
올려 놓고 나한테서 조금 떨어트려 앉혀놓으면. 물 위에 떠있는 거품을 손바닥 위에 잔뜩 퍼서 입으로 후 불며 노는 똥강아
지.
똥강아지가 워낙 비누방울을 좋아해서, 같이 목욕할 때마다 앞에 앉혀 놓고 비누방울을 불어주는데. 그때마다 눈 앞에 있는
비누방울을 터트리려고 손뼉을 치며 꺄르르 웃는 똥강아지를 보면 덩달아 나까지 행복해지는 느낌이다. 그렇게 물장난도 치
고, 비누방울도 불며 장난을 치다가.
"엄만 나를 위해 물을 바꿨죠~ 샤워할 때 마다!"
"뽀글뽀글뽀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요즘 광고에 많이 나오는 노래를 같이 따라불렀다. 보글보글 부분에서는 특히 더 신나하는 똥강아지
를 보며 또 한 번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는데 욕조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탱탱한 엉덩이를 흔들며 애교를 떨다가 별안간 나
를 홱 돌아보며 심상치 않은 질문을 툭 던지는 똥강아지 때문에 깊은 생각에 잠긴 나.
"엄마아!"
"응? 왜에??"
"근데, 아빠는 왜 다리가 세개야??"
"응???"
아빠 다리가 왜 세개냐니...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 이해할 수 없는 똥강아지의 말에 한참 동안 그게 무슨 말인가 생각
해봤지만 도저히 모르겠어서 쉽사리 대답도 못 해줬는데, 약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그게 무슨 말인지 알아버렸다. 퇴근
후 샤워를 마치고 속옷차림으로 나오는 아로하를 보고. 유난히 눈이 아래로 쏠리더니,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는게.... 역시
애들의 상상력은 상상 초월이구나 하는 깨달음과 함께, 다음에 또 물어보면 뭐라고 설명해줘야 할지 앞이 깜깜해서 어질어
질.
어떻게 그걸 다리라고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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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목을 바꿀까 심각하게 고민중인데요. 사실 제목 바꾼지 얼마 안 됐을 때부터 바꾸고 싶었는데,
또 바꾸기가 모해서 그냥 쭉 온거였었거든요. 근데............. 아무래도 많은 분들이 지금 제목을 조금 어려워하시는 것 같아서.
(잘 안 외워진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나중에 소설이 완결이 나면 물론 많이 잊혀지겠지만, 제목까지도 제대로 기억을 못하실까봐. ㅠㅠ
제목이라도 쉬우면 그나마 더 오래 기억이 남을텐데 (물론 내용이 재밌어야겠지만요.)
처음에 은밀한 관계로 소설 업뎃을 할 당시 부제가 "사고쳤어요" 였는데. 그걸로 바꿀까해요.
완결은 아마 90~ 100정도에서 나지 않을까 싶구요.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신지. ㅠㅠ
그리고 결혼기념일 축하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
(업쪽=숫자)
첫댓글 아빠 다리가 세개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희야, 니가 최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밌게 보셨나요 ㅋㅋㅋㅋ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ㅠ ㅋㅋㅋㅋㅋ
아 저 업쪽 주세요 ㅋㅋㅋ
넵~~ 업쪽 드릴께요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리 세개 ㅎㅎ어렸을적 생각나요~ ^^
그쵸 ㅋㅋㅋㅋ 어린 애들이라면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써봤어요 ㅋㅋㅋ
로하가 안나와서 아쉽지만 똥강아지가 한 건 했네요 ㅋㅋㅋㅋㅋㅋ 아빠 다리가 세개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엉덩이 흔들면서 애교떠는 모습 상상하니 너무 귀여워요 ㅜㅜㅜ ㅋㅋㅋㅋ
그쵸 ㅋㅋㅋ 저도 어린 애기들 애교 보고 싶다는 ㅠ 갑자기 친척동생이 보고 싶네요 ㅠㅠ ㅋㅋㅋ
ㅜㅜ 로하가 안나와서 슬프긴하지만..꺄우 아민이랑 소아랑 잘대는건가요>__<?흐흐 ㅎ다리가 세개......ㅋㅋ아 진짜 상상력 풍부하네요^^ㅎㅎ 너무 귀여워요 ㅎㅎ 담편두 기대할게여^^ㅎㅎ
ㅋㅋㅋ 소아랑 아민이랑 잘 될까요? ㅋㅋㅋ 많은 분들이 소아랑 태양이랑 이어지길 바라시던데 ㅠ 흐흐 ㅋㅋㅋ 어떻게 될지 저도 궁금하다는 ㅋㅋ 감사합니다~~
123다리가 세개ㅋㅋㅋㅋㅋㅋ 넘 재미있네요~
ㅋㅋㅋㅋ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당 ㅋㅋㅋㅋㅋ
123 재밌어요 ㅋㅋㅋㅋㅋ 저도 이제야 이해했네요 ㅋㅋㅋㅋㅋ
ㅋㅋㅋㅋ 이해 못하시는 분들도 계실까봐 걱정했는데 다행이네요 ㅋㅋㅋ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ㅋ
1.ㅋㅋㅋ 재밌어요!!!! 라희 넘 귀여운데요!!!! 다리가 세개라니....///
ㅋㅋㅋㅋㅋㅋㅋ 라희 귀엽죠?? ㅋㅋㅋ 완전 애 다운 발상이라는 ㅋㅋㅋㅋ
77저는 작가님 맘대로!!~ㅋㅋㅋㅋ암거나 다 좋아요 전 기억력......자부하지 않지만 외울수 잇어요!!!!!!ㅋㅋ라희 너무 귀엽다는...어케 다리라고할수가..ㅋㅋㅋㅋ아 진짜 동생 태어나면 더 웃길듯..ㅋㅋㅋ이번편 잘보구 갑니다~ㅋㅋ다음편에서 뵈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그쵸 ㅋㅋㅋㅋ 아, 라희 동생이 태어나고. 그 동생까지 소설에 등장시킨 후 완결을 낼 수 있을까요 ㅠㅠ 아마 응애응애 하다 끝나지 않을까 싶은데... ㅋㅋㅋ 암튼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당~~ ㅋㅋㅋ
아이들 상상력 대박이네요 ㅋㅋ 어찌 생각하셨을지 작가님도 짱이에용ㅇ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쓰다보니까 아이들 시섬에서 상상하게 되서 ㅋㅋㅋㅋ 감사합니다 ㅋㅋㅋ
재미있어요ㅋㅋ 라희귀여워요ㅋㅋㅋ
ㅋㅋㅋㅋ 라희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
전 그냥이대로가 좋은데용ㅠㅠㅠ전 발칙한 그녀의 로맨틱 코미디라는 제목이 아주 쏙쏙들어오는데.~~~~ㅋㅋㅋ아민이랑 소아랑 이제 러브러브??!! 헐ㅋㅋㅋㅋㅋㅋ라희야ㅋㅋㅋㅋ다리가 세게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아민이ㅋㅋㅋ너무 귀여버
아 정말요? ㅋㅋㅋㅋ 귀에 쏙쏙 들어온다면 다행인데 ㅠ 어렵다는 말을 하두 많이 들어서 ㅠ 아민이랑 소아랑 러브러브 할까요? ㅋㅋㅋ 라희가 참........ 귀엽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23 저도작가님마음대로요 ! 아진짜애기들상상력이란정말대단하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이제그럼아민이도연애를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너무재밋어요 !
ㅋㅋㅋㅋㅋㅋㅋ 아이들 발상은 어른들이 감히 따라갈 수 없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 항상 재밌게 봐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ㅠ ㅋㅋㅋ
77 저도 이대로가 좋아요^^
넵 의견 감사합니다! ㅋㅋㅋ
이제 봤어요
컴터를 자주 못하게 되어서~~
결혼기념일, 늦었지만 매우 매우 축하하구요, 에잉~ 라희같은 이뿐 딸하나 낳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화이팅@!!ㅋㅋ
ㅋㅋㅋㅋㅋ 라희 같은 예쁜 딸 ㅠㅠㅠ 그럼 진짜 대박이죠 ㅠ 제 친구 말에 의하면, 애는 랜덤이라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또 다른 친구 말에 의하면, 애가 로또라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 하나 잘 낳아서 로또 맞아야죠 ㅠㅠㅠ 제 소원이에요 ㅋㅋㅋㅋ 그리고 결혼기념일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당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