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를 배우는 보살은 먼저 대비심을 일으켜 큰 서원을 세우고 삼매를 정밀하게 닦아 중생의 제도를 서원하며 자기만을 위해서 해탈을 구하지 말라.
모든 인연을 놓아버리고 모든 일을 쉬어 몸과 마음을 한결같이 하여 음식의 양을 많게도 적게도 먹지 말며 잠도 적게도 많게도 자지 말라.
좌선하려 할 때는 조용한 곳에서 두꺼운 방석을 깔고 허리띠를 느슨하게 매고 위의를 단정하게 한 뒤에 다리를 꼬고 앉는다. 먼저 오른발을 왼 무릎 위에 놓고 왼발을 오른 무릎 위에 놓는다. 더러 반가부좌도 좋지만, 다만 왼발로 오른발을 눌러서 마친다. 다음 오른손을 왼발 위에 놓고 왼 손바닥을 오른 손바닥 위에 놓고 두 손의 엄지손가락을 서로 맞대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 전후좌우로 왔다 갔다 흔들어서 몸을 바르게 하여 단정하게 앉는다. 왼쪽으로 기울거나 오른쪽으로 기울거나 앞으로 구부리거나 뒤로 제치거나 하지 말고 허리, 등, 머리, 목, 골절이 반듯하도록 버티어 부도와 같게 한다. 또 몸을 지나치게 곧추세워 호흡이 급해져 불안하지 않도록 한다. 반드시 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코와 배꼽을 나란히 하고 혀는 위턱에 대고 입술과 이는 다물도록 하며, 눈은 가늘게 떠서 졸음을 피하도록 한다. 만약 선정에 도달하면, 그 힘이 가장 뛰어날 것이다. 옛날에 어느 선정을 닦던 고승이 늘 앉아서 눈을 뜨고 있었다. 법운원통선사도 사람들이 눈을 감고 좌선함을 꾸짖기를, <흑산의 귀신굴>이라고 했다. 대체로 깊은 의미가 있으니 달자는 이해할 것이다. 자세를 정하고 호흡을 조화시킨 다음에 아랫배를 느슨하게 하고 모든 선악을 생각하지 말라. 생각이 일어나면 곧 알아차려 고친다. 그것을 알아차려 고치면 곧 사라지고 만다. 오래오래 인연을 잊으면 저절로 일심(삼매)을 이루리니 이것이 좌선의 필수적 가르침이다. 신중히 생각하면, 좌선이란 안락하는 법문이지만, 사람들이 병을 많이 얻으니 대개 마음을 잘못 쓰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가르침에 잘 도달했다면 자연히 사대가 경안하여 정신이 흔쾌하고 정념이 분명하며 법열이 충만해서 묵묵히 청락하게 된다. 만약 지혜가 생겼다고 하면 용이 물을 얻는 것과 같고 호랑이가 산을 등진 것과 같다. 만약 지혜가 생기지 않았다고 하면 바람 부는 대로 불을 때고 너무 힘쓰지 말라. 다만 긍정하는 마음을 가질 일이요, 반드시 속이지 말라.
그러나 도가 높으면 마도 성해서 역순이 매우 많게 된다. 다만 정념이 현전하면 모든 것에 걸리지 않는다. [능엄경]과 천태의 [지관] 그리고 규봉의 [수증의]에서 가르친 마사를 모두 이해하고 미리 준비하여 대처하는 이는 모르는 바가 없을 것이다.
만약 출정하려고 하면 서서히 몸을 움직여 평안하게 일어나고 갑자기 움직이지 말라. 출정한 뒤에는 모든 일에 있어서 늘 방편을 써서 정력을 지키기를 어린아이를 다루듯이 하라. 그러면 정력으로 쉽게 이룰 것이다.
선정의 가르침이 가장 급히 힘쓸 바다. 만약 편안히 선정에 들지 못하면 여기(죽음)에 이르러 모두 어쩔 도리가 없게 된다. 그러므로 구슬을 찾으려면 물결을 고요히 하라. 물이 흔들리면 얻기 어렵다. 반드시 물결이 맑아지면 마음의 구슬이 저절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원각경]에서 이르기를, <걸림 없는 청정지혜는 다 선정에서 나온다>고 하였다. [법화경]에서도 이르기를, <조용한 곳에서 그 마음을 닦아 수미산처럼 안주부동하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범성의 초월이란 반드시 고요한 경계를 얻어야 하며, 앉으나 서나 정력에 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일생동안 노력하되 늘 잠깐이라도 그르칠까 두렵다. 하물며 게으르면 어찌 업을 극복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고인께서 이르기를, 만약 정력을 얻지 못하면, <죽음을 그대로 맞이할 수밖에 없으니 눈을 감으면 도로 되돌아가 떠돌 것이다>고 하였다. 다행스럽게 선을 닦는 도반들이 이 글을 거듭 읽고 실천하면, 나와 남이 없이 모두 정각을 이룰 것이다.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감사합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