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묵상: 열매, 뿌리, 그리고 사순의 여정 - 말과 삶의 일치
제니 크라스카 (메릴랜드 가톨릭 회의 사무총장)
연중 제8주일을 맞이하며, 제니 크라스카(Jenny Kraska)는 이날의 전례 독서를 통해 겸손과 회개의 의미를 묵상합니다.
이번 주 우리는 재의 수요일과 함께 시작되는 거룩한 사순 시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때에 루카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말씀은 매우 시의적절하며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비유를 말씀하시며, “눈먼 사람이 눈먼 사람을 인도할 수 있겠느냐?”, “형제의 눈 속 티를 보기 전에 먼저 내 눈의 들보를 제거하라”라고 가르치십니다. 또한, “나무는 그 열매를 보면 안다”고 하시며, 우리의 삶이 맺는 열매를 통해 그 본질이 드러난다는 진리를 일깨워 주십니다. 이는 우리를 사순 시기의 본질로 초대하는 말씀입니다. 사순 시기는 회개와 자기 성찰, 그리고 내적 변화의 여정입니다.
사순 시기는 우리에게 겸손을 요구합니다. 남을 판단하기 전에 먼저 우리 자신의 상처와 부족함을 직시하고, 하느님의 치유와 새로움을 필요로 함을 깨닫도록 이끕니다. 재의 수요일에 이마에 받는 재는 우리의 유한성과 죄성을 상기시키는 표징이지만, 동시에 하느님의 은총을 통해 새롭게 변화될 수 있는 초대이기도 합니다. 참된 회개는 단순한 외적 실천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의 쇄신이어야 합니다. 이마의 재는 곧 씻겨 없어지지만, 그 재가 상징하는 내적 변화는 지속되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복음의 기쁨은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빼앗아 갈 수 없습니다” (복음의 기쁨, 84항). 이 사순 시기가 그 기쁨이 우리 마음에 더욱 깊이 뿌리내리는 때가 되어, 부활절을 새롭게 거듭난 신앙과 참된 증거로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우리가 기쁨과 진정성으로 이 쇄신을 받아들이도록 촉구하십니다. 교황님께서는 복음화는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그리스도와의 개인적인 만남에서 시작되며, 이를 통해 우리는 신뢰할 수 있는 복음의 증인이 된다고 강조하십니다. 또한, 영적 세속주의와 안일함을 경계하며, 사랑과 진정성을 지닌 선교적 제자가 될 것을 요청하십니다. 이는 곧, 좋은 열매를 맺는 삶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합니다. 우리의 삶은 하느님의 자비와 진리를 증거하는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사순 시기는 우리가 어떤 열매를 맺고 있는지 점검하는 시간입니다. 우리는 진정으로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아니면, 자기 성찰 없이 타인의 잘못을 지적하며 위선에 빠져 있는가? '복음의 기쁨'은 우리에게 단순한 의무감과 습관적인 신앙을 넘어서, 살아 있는 신앙, 기쁨으로 나누는 신앙으로 나아가라고 권고합니다. 우리가 실천하는 기도, 단식, 자선 행위는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를 더욱 참된 그리스도의 제자로 변화시키는 것이어야 합니다.
사순 시기의 여정을 걸어가며, 이번 주 복음 말씀을 우리 마음 깊이 새기도록 합시다. 이 말씀이 우리를 도전하고 변화시켜, 궁극적으로 하느님의 사랑으로 충만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말과 행동을 실천하는 참된 제자가 되게 하소서. 하느님의 은총을 청하며, 우리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없애고, 하느님의 사랑을 반영하는 열매를 맺도록 노력합시다. 우리의 사순 여정이 깊은 회개로 이어져, 부활의 기쁨을 새로워진 마음과 불타는 복음의 열정으로 맞이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제니 크라스카 (메릴랜드 가톨릭 회의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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