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나물 채집 산행
삼월 하순 넷째 토요일이다. 가끔 산행을 함께 다닌 벗과 동행한 날이다. 벗은 농어촌버스로 창원을 벗어나 함안 근교로 나가보자고 했으나 내가 수정 제의로 북면 야산으로 가자고 했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선을 멀리 잡지 않으려는 생각이었다. 이른 아침 반송시장 노점에서 점심 김밥을 사려니 아직 개점을 하지 않아 그 이웃한 떡집에서 떡을 준비했다.
동정동에서 북면 온천장으로 가는 버스를 갈아타면서 약속한 벗과 만났다. 천주암 아래서 굴현고개를 넘어 외감마을 입구에서 내렸다. 동구 밖으로 들면서 벗에게 오늘 산행할 능선을 손으로 가리켰다. 양미재에서 산등선을 넘어 양목이고개에서 작대산으로 향하다가 감계로 내려 신도시 아파트에서 다시 조롱산을 넘자고 했다. 우리의 산행은 건강을 챙김과 동시에 산나물 채집이다.
달천계곡 입구에서 남해고속도로 지선 창원터널 곁으로 올랐다. 단감나무 과수원을 지나 숲으로 느니 오리나무는 잎이 돋아 연녹색이 물감이 퍼지듯 번졌다. 가랑잎이 삭은 부엽토를 밟으며 양미재를 앞둔 너럭바위에서 앉아 곡차를 두어 잔 비웠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등산로를 벗어나 숲으로 들었다. 고사리는 아직 철이 일렀고 취나물과 바디나물이 이제 막 돋아나는 즈음이었다.
어린 취나물과 바디나물을 한 줌 뜯으며 산비탈을 오르니 홀잎이 활활 피어 있었다. 홀잎은 회잎나무 이파리로 새순 새잎을 따 모아 가리면 산나물이 되었다. 민간에서는 위암 예방에 좋다는 약재로 통한다. 나는 근년에 홀잎을 딸 겨를이 없었는데 올봄에 때를 놓치지 않고 채집할 수 있었다. 홀아비꽃대라고도 하는 놋젓나물도 돋아 꽃을 피웠다. 다래나무도 잎이 피어 몇 줌 땄다.
우리가 홀잎을 따고 있으니 한 사내가 다가왔다. 괭이를 들고 장화를 신은 외모가 전문 약초꾼 같았다. 그는 길이 험한 돌너덜을 따라 산비탈로 넘어갔다. 우리는 홀잎과 바디나물을 채집해서 산마루로 올라 바위더미에 앉아 곡차를 마시며 쉬었다. 칠원 산정마을이 내려다보이고 건너편 산자락은 호연봉으로 예곡으로 뻗어간 산등선이었다. 그곳은 작년 봄에 한 차례 지난 적 있었다.
바위쉼터에서 일어나 산마루로 오르니 군락을 이룬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전날 내린 비로 미세먼지가 없지 싶어 꽃잎을 따 입안에 넣었다. 어릴 적 봄날 따 먹었던 그 맛을 다시 음미했다. 양목이고개에서 다시 가파른 비탈을 올라 새로 생긴 등산로로 내려갔다. 감계 신도시 주민들을 위해 개설된 등산로로 작대산으로 오르는 길이었다. 가족 단위 등산객들을 몇 만났다.
아파트단지를 저만치 두고 등산로를 벗어나 돌너덜을 건넜다. 배낭을 풀어 김밥 대신 준비한 떡으로 점심 요기를 했다. 이후 개척 산행으로 산등선을 넘어 골짜기로 내려가면서 두릅 순을 발견해 몇 줌 따 모았다. 숲을 빠져나가니 예전 단감과수원은 단독주택 택지로 바뀌어 있었다. 감계 신도시 아파트에서 조롱산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가 양지바른 산비탈에서 홀잎을 더 따 모았다.
조롱산 북사면은 다래나무 군락지로 가니 응달이라 아직 잎이 피지 않았다. 대신 높이 자란 두릅나무에서 순이 돋아 있어 손을 뻗쳐 땄다. 두릅 순은 가시를 피해 조심해서 따야했다. 가시덤불이 엉킨 산기슭을 빠져나가니 보라색 각시붓꽃이 피어 눈길을 끌었다. 사월 중순 즈음 피는 각시붓꽃인데 올해는 봄이 분명 봄이 일찍 오고 있었다. 창원여성의집을 지나 대천마을로 나갔다.
중화요리집에서 삼합짬뽕을 시켜 맑은 술을 들었다. 주꾸미와 홍합과 전복이 들었다고 삼합이었다. 시내로 들어와 동정동에서 벗과 헤어져 반송시장을 지나다가 다른 두 친구와 연락이 닿았다. 같은 아파트 초등 동기와 이웃 아파트 예전 근무지 동료였다. 셋은 족발가게에서 잔을 기울이면서 코로나의 끝이 어딜 지 염려했다. 자리를 일어서면서 산나물을 나누었더니 배낭이 가벼웠다. 20.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