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들이 흔들리며 반짝이는 것은
사람으로 치자면 말을 하는 것일까?
이 그늘 아래서라면 입을 다물고
나무들이 읽어주는 경전을 들어보리라
해마다 수천권의 책이 출판되고
영화와 연극이 공연되는 대명천지에
지금은 헤어진 그녀도 나더러
주둥이 하나로 먹고살 생각을 하라고
이제 노동을 그만하라고 넌지시 충고하는
눈부신 지식산업과 문화의 세기에
나무들은 부는 바람에 춤을 추는구나
일을 하는구나 일을 하는구나, 땅을
깊고 넓게 일구고 있구나,
말이야말로 기술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최소한 신에게 변명을 하기 위해 맨 처음
입을 열어 핑계를 댄 아담 정도는
되어야 말을 하는 것이다
나의 말을 훔쳐간 한권의 시집을
지금누군가가 읽고 있으리라
내가 생산한 의미를
누군가가 써먹고 있을 것이다
나무그늘 아래서 나무가 쓴 경전을 읽어본다
나무의 언어는 나무 자체이다
나무의 언어는 나무로 실재하고 있다
나무의 언어는 그 자체가 목적이다
인간의 언어는 사물의 언어를 듣기 위한 수단이다
노동은 본래 그런 침묵의 언어였다
나는 인권 대신 물권(物權)을 주장하리라
사물이 나에게 증여한 이 언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