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첫 태양광마을인 기장군 시랑리 양경마을. 동부산관광단지의 이주단지 용도로 조성된 이 마을에 현재 전체 정원(146가구)의 절반가량인 70가구가 입주해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지붕·담장·정원 등 개성만점, 146세대 중 70가구 입주돼
부산의 태양광마을(본지 2008년 12월25일자 1면 보도)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태양광 태양열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도시경관 디자인까지 가미해 전국 최초의 '명품 그린빌리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
부산시는 10일 동부산관광단지의 이주단지인 기장군 시랑리 양경마을(가칭)에 70가구가 입주했다고 밝혔다. 이주단지 조성이 완료되면 146가구가 모여 살 예정이어서 절반 정도 입주가 끝난 것이다. 부산시는 2010년 국비 3억8500만 원 등 모두 5억4700만 원을 들여 26가구에 대해 태양열 설비를 설치했다. 지난해에는 2억3100만 원으로 24가구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시공했다.
국내에는 광주광역시의 신효천마을 등 이주단지로 조성한 태양광마을이 여럿 있다. 그러나 양경마을과 같은 '명품'은 처음이다. 신효천마을의 경우 2층 주택 대부분이 비슷하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형태도 '틀에 찍어낸 듯' 획일적이다.
반면 양경마을은 건축물 하나하나가 모두 다른 디자인을 하고 있다. 지붕모양은 물론이고 담장, 정원 등이 다른 설계다. 기장 앞바다를 훤히 볼 수 있는 널따란 창을 가진 카페형 건물도 있다. 부산시는 양경마을에 수직형 풍력발전기 도입을 추진 중이다.
김형찬 부산시 도시경관담당관은 "앞으로 건축할 70여 가구에 대해서도 품격을 유지할 정도의 설계를 요구할 방침이다. 신재생에너지와 경관 디자인을 접목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라며 "또 그린빌리지라는 콘셉트에 맞게 고단열 건축자재 도입을 권할 계획이다. 빗물재활용시설, 생태 주차장, 보행자 전용도로, 광고물디자인 등의 개념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태양광마을 실시설계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 중인 에이비엠그린텍의 윤광식 상무이사는 "국내에 여러 태양광마을, 그린빌리지가 있지만 동부산단지 이주마을처럼 디자인된 곳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양경마을을 에너지를 자급하는 곳으로 만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실제로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 중인 주택의 계량기는 지난 6일 오후 2시께 거꾸로 돌고 있었다. 마을회관 등 공공시설에서 쓰는 에너지는 100%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또 앞으로 짓는 주택에 대해서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설계 단계에서 반영하도록 할 예정이다.
하지만 주민 설득 작업이 난제로 남아 있다. 일부 가구에 설치된 태양열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데다 신규 주택 건축주들의 협조도 이끌어 내야 한다.
# 양경마을 입주민 남국열 씨
- "이국적인 분위기·전력요금 적어 흡족"
양경마을 입주민 남국열(58·사진) 씨는 "전에 살던 마을보다는 깔끔하고 이국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면서 "이주단지이다 보니 도시기반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고 자랑했다.
동부산관광단지 개발에 따라 이주한 남 씨는 "송정해수욕장이나 공수마을에 회, 짚불곰장어 등을 먹으러 온 관광객들이 양경마을 구경을 하러 많이 찾아온다. 부산에서는 볼 수 없는 분위기의 주택가이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 모습도 자주 목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 입주민 중에는 해운대 등 시내에서 이사온 사람도 더러 있고, 방문객 가운데는 주택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묻기도 한다. 입주가 완료돼 제 모습을 갖추면 부산의 명물 이주단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쉬움도 나타냈다. 그는 "재생에너지인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사람들은 전력요금을 아주 적게 낸다. 마을의 조성 의도에 잘 맞는다. 그러나 태양열을 채택한 주택은 일부 부실한 시공 때문에 온수가 새는 등 골치를 앓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 씨는 "입주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아직은 치안 등 방범활동이 부족하다. 마을회관 같은 공동시설 등에도 부산시가 신경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