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29 비유 하나를 말씀하셨다.
“무화과나무와 다른 모든 나무를 보아라.
30 잎이 돋자마자,
너희는 그것을 보고 여름이 이미 가까이 온 줄을 저절로 알게 된다.
31 이와 같이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
32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가 지나기 전에 모든 일이 일어날 것이다.
33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루카복음 21,29-33)
- 매일미사 2024.11.29(금) https://missa.cbck.or.kr/
과거의 선택과 행동이 지금 나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과거의 좋았거나 나빴던 경험들은 나에게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가 이 과거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오직 과거만이 나를 결정짓지는 않습니다. 지향하는 이상과 가치, 곧 미래에 대한 전망도 지금의 나를 이룰 수 있습니다. 이미 지나가 버렸고 바꿀 수 없는 과거에 발목이 잡혀서 나를 바꿀 수 없다고 단념하고 무기력하게 주저앉아 있기보다는, 이상을 지향하고 추구하면서 나를 이겨 나갈 수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전망을 가진다면 과거는 다르게 다가옵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저 깊은 곳에서 나를 괴롭히고 있는 부끄러운 과오, 상처, 실패들도 나아가야 할 이상을 향한 밑거름이 됩니다. 과거에 버림받았던 경험이 불신과 폐쇄적인 성격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미래의 전망 안에서, 그 아픈 체험은 다른 사람의 아픔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해 줄 수 있는 따뜻함을 이끌어 낼 수도 있습니다.
연중 시기의 막바지에 우리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장차 다가올 종말에 대한 말씀을 들었습니다. 종말을 묵상하면서, 그리스도교적 종말에 대한 미래의 전망이 지금 우리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의 선택과 행동이 지금의 내 삶을 이루고, 지금 우리는 그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과거만이 현재를 만든다면, 우리는 미래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하느님 섭리에 대한 믿음, 미래 종말에 주실 위로와 희망, 미래에 감당해야 할 심판 등 미래에 대한 전망이 나의 과거를 다시 볼 수 있게 하고, 지금의 나와, 나의 삶을 바꿀 수 있게 합니다.
- 최정훈 바오로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매일미사(한국천주교주교회의) 2024.11.29 오늘의 묵상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