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똥장군과 화장실 ◈
똥장군은 똥을 거름으로 쓰기 위해 옮길때 쓰는 농기구이지요 주로 봄에 변소에서 삭힌 똥을 바가지로 퍼 똥장군에 담고 짚으로 된 뚜껑을 닫아 똥지게로 옮기지요 논이나 밭에 가서 뚜껑을 열고 작은 바가지로 퍼서 논밭에 뿌리지요 충청남도 논산 지역에서는 똥장군을 앵병, 얭병이라고도 부르는데 현재는 똥을 거름으로 쓰지 않기 때문에 똥장군을 볼수가 없어요
똥장군은 흙으로 구운 옹기단지로서 주둥이가 넓고 보통 물동이의 다섯배 용량이지요 똥장군은 옹기 굽는 곳에서 따로 구워 팔았어요 뚜껑은 주둥이 크기에 맞도록 뭉친 짚을 다시 지푸라기로 싸서 윗부분을 묶은 것이지요 지푸라기를 묶은 부분은 말끔하게 잘라내어 뚜껑 손잡이로 만들었어요 두 종류의 바가지를 같이 사용하는데 일반 바가지에 나무 자루를 달아서 사용하지요 변소에서 똥을 푸는 바가지는 자루가 길고, 들에서 똥을 퍼 뿌리는 바가지는 자루가 짧아요 똥장군을 걸어 나르는 지게는 일반 지게와 구분하여 따로 정해두고 사용했지요
옛날에는 거름이 없어서 땅이 있어도 작물을 지어먹지 못했기 때문에 똥이 귀했어요 풀이나 짚을 썩혀서 거름으로 사용하기도 했으며 논보다는 주로 밭에 똥장군으로 거름을 많이 주었지요
그런데 박지원의 단편소설 ‘예덕선생전’을 보면 사람과 동물의 배설물 처리가 직업인 사람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어요 주인공 엄행수는 한양 사람들의 온갖 똥을 져 나르는 일을 생업으로 삼은 똥장수이지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람은 물론이고 말, 소, 개, 돼지, 토끼의 똥을 가리지 않고 쓸어 담았어요 그의 주요 고객은 왕십리 주변 무 농가, 서대문 밖 가지 오이 수박 농가, 연희동 고추 마늘 부추 농가, 청파동 미나리 농가, 이태원 토란 농가 등 채소를 재배하는 농가였지요 한쪽에서는 온갖 똥을 치워준다하여 돈을 받았고 한쪽에서는 귀한 거름을 가져다 준다하여 돈을 받았지요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한양의 인구가 점점 늘어 나면서 한양 인근 농가는 점점 축소 되었고 분뇨는 점점 늘어나 똥장수 들은 할수없이 분뇨를 한강에 버리기 시작 했어요 그러다 보니 한양의 분뇨는 거의다 한강에 버리게 되었지요 그러니까 한강이 서울시민의 분뇨처리장이 되었는데 그 누구도 이를 제지하거나 말리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당연히 여기는 풍조 였지요
수세식 화장실 역사는 1만년 전 스코틀랜드에서 유적이 발견될 만큼 오래됐어요 로마 제국 시절 프랑스 남부 도시 비엔에는 겨울철 엉덩이가 시리지 않도록 난방 장치까지 갖춘 수세식 화장실도 있었지요 하지만 수세식이 수인성 질병 창궐을 막지는 못했어요 오히려 더 악화 시켰지요 1850년대 영국에서 콜레라로 수만명이 목숨을 잃었어요 조사 결과 분뇨를 정화 과정 없이 템스강에 흘려보낸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지요
그런데 얼마전 경복궁에서 150년 전 만들어졌다가 땅에 묻혔던 공중(公衆)화장실 유적이 발견됐어요 수세식에다 정화시설까지 갖춰져 있었지요 물 들어오는 곳보다 나가는 곳을 높여 잠시 머물게 하는 방식으로 분변의 자연 발효를 촉진하는 과학적 구조였어요 그러나 궁궐 안에서만 누리던 호사였지요 1894년 조선 땅을 밟은 영국인 이저벨라 버드 비숍은 “한양은 세계에서 베이징 다음으로 더러운 도시”라고 했어요 사람들은 거리 이곳저곳에 인분을 그냥 버렸지요
그렇지만 우리나라도 8세기경 통일 신라시대때 안압지 인근에서 물로 분뇨를 흘려보내는 수세식 화장실이 출토되기도 했어요
여인들의 매혹적인 몸매를 자랑하게 하는 아름다운 하이힐은 원래 패션 용품이 아니었다 하지요 ‘풍속의 역사’를 쓴 독일 사학자 에두아르트 푸크스는 하이힐이 분뇨를 피하기 위해 고안됐다고 설명했어요 당시 하수처리 시설이 없는 각 가정에서 창밖으로 버린 분뇨를 밟지 않으려고 만든 신발이었다고 하네요 그러다가 16세기 영국에서 수조에 저장한 물을 내려보내는 방식의 수세식 변기가 등장하면서 거리 모습이 달라졌고 하이힐은 지금 같은 용도로 쓰이게 되었어요
공중위생(公衆衛生)이란 말이 있어요 어느나라나 이 공중 위생은 화장실 위생 개선의 역사이지요
우리나라도 중국과 함께 ‘화장실이 불결한 나라’였어요 1988 서울 올림픽과 월드컵을 계기 삼아 화장실 선진국으로 발돋움했지요 올림픽을 앞두고 재래식 화장실을 수세식으로 대거 교체했어요 하드웨어 개선에 이어 2002년 월드컵 때는 ‘화장실 청결하게 사용하기'라는 소프트웨어 도약도 이뤘지요 1999년부터 해마다 ‘아름다운 화장실’ 공모전 등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며 노력한 덕분이기도 하지요 외국인들은 이제 한국 화장실을 보고 감탄하고 있어요 휴대폰을 꺼내 내부를 찍어 갈 정도이지요
지난해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을 받은 수원 화성행궁 인근 ‘미술관 옆 화장실’은 소지품 선반, 방수 콘센트, 동작 감시 센서와 LED 조명, 여성을 위한 수유실과 영유아 침대까지 갖췄지요 시민들 이용 행태도 선진국 수준이지요 지금도 세계 인구 10명 중 4명이 제대로 된 화장실 없이 질병에 노출된 채 살아가고 있어요 지난 세기 중반까지 우리도 그런 나라였지요 우리나라 산업화가 이룬 ‘한강의 기적’이 화장실에도 기적을 이룬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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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똥 얘기 읽으니 떵 싸러 가야겠어요. ㅋ
ㅎㅎㅎ
불과 백 여년 전만 해도 그랬지요
나도 저걸 봤는데
요즘 휴게실 화장실 완전대박 넘 이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