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난한 흰빛의 최후를 수습한, 이 간결하고 맑은 슬픔은
결백을 달이고 달여 치명에 이른 순백의 맑은 독 같아서
험하게 상한 몸속의 사나운 짐승을 제압하는 일에 쓰인다네
차마, 검은 간 한 방울 떨어뜨려
흐린 제 마음 빛으로나 어둡게 받아야 하는 청빈의 송구한 맨살이라네
-『국민일보/시가 있는 휴일』2023.03.24. -
〈이덕규 시인〉
△ 화성 출생
△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 시집 : '다국적 구름공장 안을 엿보다' '밥그릇 경전'
'놈이었습니다' '오직 사람 아닌 것'
흰죽 한 그릇이 눈앞에 있는 듯하다. 흰죽에는 소박한 음식이나 건강식이라고만 하기엔 뭔가 부족한 어떤 위엄이 있다.
농부시인 이덕규의 ‘흰죽’은 내용은 물론이고 형식으로도 흰죽을 탁월하게 묘사한다. 흰죽을 시로 쓴다면 마땅히 이런 모양이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