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에서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고, 집값이 하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튼실한 성적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펀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불패신화'를 자랑하던 강남아파트 가격마저 올 들어 일부에서는 최고 30% 가량 떨어진 곳도 나오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최근 만기를 맞은 부동산 펀드는 연 6~14%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증시가 무너지면서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급락하고 있어 이들 펀드의 선전이 눈에 띈다.
하지만 대부분 폐쇄형이라 정해진 공모 기간에 들어가야 한다는 점, 부동산 시장도 얼어붙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펀드 역시 수익률 악화를 피해갈 수 없을 거라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집값 걱정 없는 부동산 펀드
부동산 펀드는 주택값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아직까진 주택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에 직접 투자하는 것에 비해 취득세·등록세가 각각 50%씩 감면되고, 매각시 양도차익이 발생해도 배당소득세(15.4%)만 내면 되는 점도 직접 투자에 비해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부동산 펀드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개발대출)형·임대형·개발형·경매형·해외 부동산형으로 나뉜다. PF는 건설사 등 사업자가 대규모 아파트를 짓는 등 큰 사업을 벌일 때 모자란 자금을 아파트 부지를 담보로 빌려주는 걸 말한다. PF형 부동산 펀드 수익은 빌려준 돈에 대한 이자에서 나온다. 임대형은 주로 매월 안정적인 수입이 나오는 오피스 빌딩 등을 매입해 임대하면서 연 10% 내외의 고수익을 내고 있다.
개발형은 부동산 개발에 직접 참여해 건물을 짓고 분양·임대를 통해 개발이익을 얻는 방식이다. 경매형·해외 부동산형은 말 그대로 경매 물건이나 해외 부동산에 투자해 차익을 내는 식이다. 부동산 펀드 운용에 가장 적극적인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올해 운용 중인 펀드를 통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43층짜리 빌딩을 매입하기도 했다.
아파트에 투자하는 부동산 펀드도 나올 예정이다.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 다올부동산자산운용은 미분양 아파트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펀드를 준비 중이다.
이 외 부동산 관련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는 리츠 펀드도 있다. 한국에는 이들 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펀드 오브 펀드)가 나와 있는 상태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이들 펀드의 최근 1개월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1.41%로 해외주식형 평균 수익률(-6.46%)보다 뛰어났다.
◆향후 실적은 의문
그러나 부동산 펀드의 향후 실적에 대해선 의문을 표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최근 안 좋은 경기를 반영해서인지 공모를 기획 중인 부동산 펀드도 눈에 띄지 않는다. 주택시장이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회복될 거라는 분석들이 나오면서 다올부동산자산운용 역시 원래는 지난 5월쯤 미분양 아파트 투자 펀드를 출시하려고 했으나 출시 시기를 계속 미루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운용 중인 공모형 부동산 펀드 규모는 약 1조8000억원으로 증가 추세다. 하지만 주식과 달리 대부분 폐쇄형으로 운용되는 데다 환금이 쉽지 않은 부동산의 특성상 수익률 역시 장부가평가를 하고 있기 때문에 고수익을 거뒀다고 해서 당장 이를 현금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증권사에서 가입할 수 있는 부동산 펀드로는 작년 출시돼 증권선물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미래에셋맵스의 '아시아퍼시픽부동산투자신탁공모1호(맵스리얼티1호)'와 한국투자증권의 '월드와이드베트남부동산개발특별자산1(베트남개발1)' 정도다.
또 부동산펀드는 공모를 한다고 해도 증권사 고객들을 대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일반인이 접근하기 쉽지 않다. 한 증권사의 프로젝트개발팀 관계자는 "지금은 오피스 물량이 부족하지만 점차 공급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2010년 이후엔 임대료가 많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 시점 이후로 공모가 진행될 부동산 펀드에 가입할 거라면 수익성을 면밀히 따져보라"고 조언했다.
자료원:조선일보 2008. 9.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