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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시와 울산시 울주군을 잇는 석남재에서 밀양 얼음골까지 이어지는 쇠점골 계곡. 이 계곡의 물은 바위 위를 미끄러지듯 유유히 흐르기도 하고, 때로는 크고 작은 폭포를 이루기도 하면서 2㎞ 이상을 흘러간다. |
'근교산&그너머' 취재진은 이번에 여름 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 줄 꽤 괜찮은 산행을 다녀왔다. 우선 케이블카를 타고 산 위로 날아가는 것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하산길에는 보기만 해도 시원한 물이 쏟아지는 계곡이 내내 이어졌다. 게다가 대부분 경사가 완만한 능선길을 걷는 코스다. 또 정상 부근은 고도가 높아 산 밑과 달리 서늘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인지 여섯 시간에 걸친 짧지 않은 산행인데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쯤 되면 도대체 어딜 다녀왔길래 이렇게 자랑을 길게 늘어놓느냐고 할 거다. 경남 밀양시와 울산시 울주군 경계의 능동산을 오른 후, 밀양과 울주군을 잇는 석남재 아래 쇠점골 계곡을 통해 밀양 얼음골 입구로 되돌아왔다.
■케이블카를 타고 시작하는 산행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 내부 모습 |
이번 산행의 출발지는 밀양시 산내면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의 하부 승강장이다. 한여름에도 얼음이 얼 정도로 찬 기운이 뿜어져 나와 피서지로 인기 있는 밀양 얼음골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다. 한꺼번에 50명을 태울 수 있는 꽤 넓은 케이블카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발아래로 이 일대 주요 산들의 '늠름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케이블카 진행 방향 반대편으로 영남알프스에서 가장 높다는 울주군의 가지산과 경북 청도 운문산의 봉우리가 손짓한다. 케이블카에 탑승한 지 10여 분 만에 상부 승강장에 다다랐다. 해발 900m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상부 승강장 전망대에서 주변 풍광을 바라보거나 잠깐 산책하는 것으로 만족한 채 다시 내려가야 했다. 이곳에서 근처 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통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상남도 도립공원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지난 4월부터 등산로가 개방됐다. 상부 승강장을 빠져나오면 오른쪽이 천황산으로 향하는 길이고, 왼쪽으로 능동산이 보인다. 하지만 등산로와 연결된 길은 하나밖에 없어 천황산 방향으로 걸어가다 유턴하다시피 해야 한다. 처음엔 케이블카 운영사에서 설치한 덱로드를 따라 걸어가는데 중간중간 전망대가 조성돼 있다. 능동산은 물론이고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재약산 등 영남알프스를 구성하는 봉우리가 펼쳐진다. 덱로드를 벗어나도 한참 동안 등산로 양옆으로 펜스가 쳐져 있다. 산림훼손을 막기 위한 조치다. 상부 승강장에서 덱로드와 펜스가 쳐진 길을 30분쯤 걸어가면 샘물상회 갈림길이 나온다. 직진하면 천황산으로 이어지는 길이고, 능동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앞서 설명한 대로 거의 U자로 꺾어야 한다.
밀양 얼음골 게이블카 상부 승강장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주변 전경 |
지금부터는 비포장 임도를 따라간다. 예전엔 군의 작전도로였다고도 한다. 평탄한 길이 1시간 가까이 이어진다. 헷갈릴 만한 길도 없다. 그런데 안내 표지판이 문제다. 천황산 방향과 갈라지는 길에서 능동산까지의 거리를 3.5㎞라고 했다가, 중간쯤 가서 다시 보니 오히려 거리가 더 늘어난 것이다. 밀양시청에 전화했더니 "현장을 확인해서 바로잡겠다"고 한다.
헬기장 갈림길을 지나면 '등산로다운' 등산로를 만난다. 여기서 20분 정도 열심히 오르막을 오르니 능동산 정상(해발 983m)이다. 봉우리의 모양이 완만한 구릉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능동산은 영남알프스의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간월산 신불산 천황산 재약산 등 주변 봉우리를 두루 볼 수 있다. 이날은 능동산 정상 주변을 구름이 에워싸고 있었다.
■계곡물 보는 것만으로 시원해
쇠점골 계곡의 징검다리를 건너는 모습 |
능동산 정상을 내려서자 갈림길이다. 왼쪽 석남터널 방향으로 향했다. 오른쪽은 배내고개로 이어지는 길이다. 이 갈림길은 낙동정맥 갈림길이기도 하다. 조금씩 내리막길을 걷다 한동안 다시 완만한 능선길이다. 안개까지 자욱해 주변이 잘 보이지 않았다. 산 아래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석남고개에 이르면 왼쪽 석남터널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이 길로 들어서면 우렁찬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쇠점골 계곡이 시작되는 것이다. 쇠점골은 옛날 밀양과 울주군을 오가던 사람들이 석남재 밑인 이곳에서 말의 주석 편자를 갈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술을 마시는 주막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석남고개에서 20분쯤 내려오면 석남터널 밀양 쪽 입구 도로(옛 24호 국도)다. 도로를 건너 길옆으로 조금 걸어가다 이모재 앞에서 덱로드를 따라 계곡으로 다시 내려선다.
쇠점골 계곡 하류의 오천평반석 |
여기서부터 다시 한 번 1시간 정도 계곡과 동행하게 된다. 전날까지 내린 비 때문인지 계곡의 물이 넘칠 정도다. 다양한 모양의 돌 위로 부서지는 물보라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원하다. 오히려 발걸음이 더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계곡을 거의 다 내려오면 널찍한 바위를 만나는데 '오천평반석'이다.
쇠점골 계곡이 끝나는 지점에는 피서지로 잘 알려진 호박소 계곡도 자리 잡고 있다. 물웅덩이의 모양이 움푹 팬 것이 마치 호박을 닮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올해부터는 이 호박소에는 들어갈 수 없다. 해마다 안전사고가 발생하자 밀양시가 고육지책으로 아예 입욕을 막은 것이다. 입구에 펜스를 쳐놓은 채 24시간 공익요원이 감시하고 있다. 아쉽지만 근처 그늘에 앉아 호박소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한다. 아니면 호박소 아래 얕은 물에서 놀면 된다. 계곡을 빠져나오자 늦은 오후였지만 햇볕이 쨍쨍하다.
◆교통편
- 부산서 시외버스·열차 타면 얼음골행 버스로 갈아타야
얼음골 근처의 유명 피서지인 호박소 |
부산에서 밀양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 승강장은 대중교통편과 자가운전 모두 편리하다. 대중교통편은 부산역에서 기차를 타거나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이용한다.
부산역에서 밀양역을 출발하는 무궁화호는 오전 7시10분, 7시50분, 9시20분, 10시25분에 있으며 KTX도 수시로 있다. 밀양역에서 바로 얼음골을 가는 버스는 없다.
밀양역 앞 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밀양시외버스터미널로 가야 한다. 부산서부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면 밀양시외버스터미널(055-355-1928)로 바로 간다. 오전 7시에서 오후 8시까지 매시 정각 출발. 밀양버스터미널에서 석남사행 버스를 탄 뒤 얼음골정류장에서 내린다. 오전 7시5분, 8시5분, 9시5분, 10시40분에 출발한다.
얼음골 행 시내버스도 있다. 오전 6시10분, 9시35분. 얼음골 버스정류장 종점에서 얼음골케이블카 하부 승강장까지는 약 400m 거리로 10분 내외가 걸린다. 얼음골 버스 정류장에서 밀양터미널로 나가는 버스는 오후 4시20분, 4시35분, 5시. 6시(막차)에 있으며 석남사에서 언양을 거쳐 부산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 석남사행 버스는 오후 3시50분, 5시20분. 밀양시외터미널에서 부산서부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8시까지 매시 정각에 있다. 내비게이션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 또는 (055)259-3000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