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천천히 즐겁게 꼭꼭 씹어서 먹고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이 건강의 비결 우리나라의 기후가 많이 바뀐 것 같다.
하늘의 구름도 예전의 구름모양과는 많이 틀려서 습기를 머금고 있는 구름이 뭉게뭉게 뭉쳐져 하늘만 봐서는 남태평양에 있는 것으로 착각을 할 정도다. 여름에서 가을이 된다는 것은 몸의 기혈이 이제는 안으로 갈무리되기 시작하는 시기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팔다리는 무겁고 식욕은 좋아지며 새벽으로 찬 기운이 많이 들어오는 철이라 근혈관계 질환이 악화가 되는 시기이고 또 현대인들은 여름내내 자연의 법칙과 반대로 찬기운과 찬음식에 노출 되어 있어서 약해진 대장의 기능이 탈이 나기 쉬워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또 여름을 나면서 체력이 많이 소모되어 있는데다 찬 기운이 열려 있는 땀구멍으로 들어오기 쉬우므로 감기 등의 호흡기 질환과 피부질환 역시 많이 오는 때이기도 하다.
이 때는 사지의 운동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아침이 되면 팔다리가 좀 더 무겁고 뻣뻣하며 일어나기가 힘이 들어진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일어나서 바로 활동하면 안 되고 잠자리에서 몸의 이곳저곳을 점검을 한 후 슬슬 시동을 걸고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하는 시기가 되어간다.
특히 여름내내 찬 것을 많이 먹고 과로를 계속 하였든지 고민을 많이 하는 등등 기운을 적잖이 소모해서 입맛이 많이 떨어진 사람들은 가을을 더 힘들게 맞게 된다. 그래서 1년 중 봄이 오는 시기와 더불어 부고가 많이 오기 시작하는 때가 바로 가을이 오는 시기이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 추석도 있어 풍성한 먹거리에다 밤이 늦도록 먹거나 마시거나 일을 하다보면 특히 피로에 노출되기가 쉽다. 항상 주장하는 일이지만 이럴 때 일수록 천천히 먹고 가능하면 적게 먹고 소화를 잘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피로의 사전적인 정의는 ‘과로 등으로 정신이나 몸이 지쳐서 힘든 상태’를 말한다. 흔히 피로가 온다면 다들 간의 이상을 떠올린다.
피로하면 간이 나쁜 것이고 그 간이 나빠서 오는 피로 회복에 가장 유명한 양약이 ㄷ제약의 간장약일 것이다. 실제로 ㄷ제약은 자사의 간장약이 만성 간질환자의 간 기능이 나아지며, 간 기능장애에 의한 온몸 권태, 소화불량, 식욕부진, 육체 피로 등에 효능ㆍ효과가 있는 일반의약품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한 운동선수가 ‘간 때문이야!’ 하면서 선전하는 이 약이 사실은 오히려 소화제에 가깝다면 아마 다들 놀랄 것이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가 근래 펴낸 <식후 30분에 읽으세요-약사도 잘 모르는 약 이야기>란 책에 따르면 “ㄷ제약회사 간장약의 주요 성분인 ‘우루소데스옥시콜린산(50㎎)은 담즙 분비를 촉진하는 성분인데 담즙이 소화액을 분비해 음식물의 소화 흡수를 돕기 때문에 피로회복제보다는 소화제에 가깝다”고 하며 “또 음주 후의 피로에 간장약을 먹는 것은 전혀 해당사항이 없다”고 주장을 했다.
그 근거로 알코올이 대사되는 과정에서는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물질이 생겨서 피로해지는데 이 알코올 대사에 위에서 말한 그 간장약은 전혀 관계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그 약이 피로해소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또한 피로는 당뇨나 갑상선 기능 저하증 같은 질병, 영양 부족, 빈혈, 스트레스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요인으로 나타나며, 그중에서도 가장 큰 원인은 수면과 휴식 부족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는 우리 사회 전반에 깔린 지나친 스트레스와 긴장을 휴식과 가족의 사랑이 있는 삶으로 바꾸는 게 가장 좋은 피로 회복제라고 강조했다는데 공감이 가는 면도 있고 공감이 가지 않는 면도 있다.
피로라는 것은 모든 질환의 필수 증상 중의 하나이며 정상적인 사람들도 컨디션이 약간만 저하되어도 나타나는 증세이기 때문에 피로하다고 무조건 약을 써야 한다는 주장은 상당한 무리가 있어 보인다. 게다가 전체적으로 볼 때 피로를 주 증상으로 느끼는 질환의 환자수가 단순히 컨디션 저하로 피로를 느끼는 경우의 수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휴식만으로도 회복이 되는 피로가 절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피로가 간 때문이라면서 약을 먹으라는 것은 멀쩡한 사람을 환자로 만드는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에 위의 책에서는 그렇게 경고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 간기능에 이상이 있어서 오는 피로에 약물이 그 대사과정에 꼭 들어가야만 치료제라고 보는 것은 간과 다른 장기와의 상관관계를 전혀 도외시 한 견해이다. 그 간장약이 대사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간기능 회복에 영향이 없다고 보는 것은 단견이라 생각된다.
한의에서 음식내상(飮食內傷)에 가장 많이 쓰는 약 중에 하나인 향사평위산(香砂平胃散)이라는 처방이 있다. 이 처방은 단순한 소화제(消化劑)에 기의 흐름을 조절하는 순기제(順氣劑) 정도가 들어간 그야말로 한방의 대표적인 소화제인데 이 처방의 치료사례를 보면 간암(肝癌)도 치료된 케이스가 있으며 많은 케이스의 간염(肝炎)을 치료했다는 임상례는 소화와 간 기능의 상관관계가 아주 크다는 것을 웅변해 주고 있다.
한의의 이론에서는 간(肝)과 비위(脾胃)는 서로 견제를 하면서 또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관계로 파악 하고 있기 때문에 소화를 잘 시킨다는 것은 간의 부담을 줄여 준다고 본다.
체해서 늘어져 꼼짝 못해본 사람은 이 말에 아마도 백배 공감을 할 것이다.
모쪼록 식욕의 계절 가을에 천천히 즐겁게 꼭꼭 씹어서 식사하고 적당한 운동으로 행복하고 건강한 나날이 되기를 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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